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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계곡의 입구
 무릉계곡의 입구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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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무르익어가는 지난 10월 22일 나는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과 함께 무릉계곡 트레킹을 나섰다.

국민관광지 제1호로 지정된 무릉계곡은 청옥산과 두타산을 배경으로 형성되어 일명 무릉도원이라 불리울 정도로 경관이 수려하고 아름답다. 곳곳에 기암괴석이 즐비하게 널려 있고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서 무릉반석, 학소대, 병풍바위, 선녀탕, 쌍폭포, 용추, 문간재 등 빼어난 경승지와 임진왜란시 격전지로 이름난 두타산성을 비롯하여 삼화사, 금란정과 같은 많은 유적지가 남겨져 있는 곳이다. 또한 이 길은 정선군 임계를 거쳐 서울로 오르내리던 조상들의 정취가 어려있는 이 지방 유일의 옛길이기도 하다.

우리가 선택한 무릉계곡의 트레킹코스는 관리사무소⇒학소대⇒옥류교⇒쌍폭포⇒용추폭포⇒쌍폭포⇒하늘문⇒관음사⇒관리사무소까지의 7.4Km의 거리이다. 꽤 녹록지 않은 거리라 운동화끈을 질끈 동여매고 길에 오른다.

선인들의 글이 새겨진 무릉반석
 선인들의 글이 새겨진 무릉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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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계곡위에 서니 가장 먼저 시선을 잡아 끄는 것이 있다. 바로 글씨가 잔뜩 새겨져 있는 무릉반석이라 이름 붙여진 넓직한 돌판이다. 도대체 이 많은 글자들을 이 딱딱한 돌 위에 어떻게 새겼을까 의문이 든다. 수많은 한자들이 무슨 의미일까 궁금해져 문화해설사에게 물어봤더니 예전 풍월객들이 자신의 이름도 새기고 시도 새긴 것이라고 하는데 그것마저도 확실하지는 않다는 말을 덧붙인다.

"한마디로 나 왔다감이군요!"

아무 생각없이 웃길려고 던진 말이었는데 정말 그럴듯하다. 그 중에는 당대 유명한 문인들의 글도 적혀있다 하니 살짝 미안해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요즘 세상에도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여행지에 낙서를 해놓은 흔적들을 심심치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런 것들을 볼 때마다 그들의 도덕성이 의심스러워지며 인상이 찌푸려졌는데, 그것마저도 예로부터 계승되는 한국인의 민족성이었던걸까? 아무튼, 무릉반석은 쉽게 말해서 과거판 "나 왔다감"이다.

국행수륙대재를 준비중인 삼화사의 모습
 국행수륙대재를 준비중인 삼화사의 모습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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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도원을 지나 삼화사로 향한다. 삼화사로 들어서는 석교에 오색천들이 매달려 있다. 때마침 국행수륙대재가 봉행되는 날이라고 한다. 강원도 뉴스에 실린 기사에 의하면 삼화사국행수륙대재는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양왕이 삼척지방으로 유배되어 삼화사에서 교살되자 태조 이성계가 이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였던 '고려왕족을 위한 수륙재'였을 뿐만 아니라, 조선 건국과정에서 흩어진 민심을 수습하고 '사회적 통합을 위한 수륙재'이므로 의의가 크다고 한다.

태조4년(1395년)에 고려왕족을 처형하였던 개성의 관음굴, 거제의 견암사, 삼척의 삼화사에서 국행으로 처음 설행된 후 매년 봄, 가을에 항상 거행하였다는 기록(조선왕조실록)이 있으며, 현재 국행수륙대재를 최초로 지냈던 3개사찰중 유일하게 삼화사만 남아 있어 가치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행사는 무형문화재 신청을 위하여 치러져 더욱 성대하고 뜻깊은 행사가 예상되서인지 많은 취재진들도 함께 하고 있다. 불교신도가 아닌 나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풍경이라 구경을 하고 싶었지만 아직 준비중이라 볼 수는 없었다.

학소대
 학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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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이 우거진 산책로를 따라 호젓하게 걷다보면 어느새 오른쪽으로 학소대가 나타난다.

맑고 시원한 곳에 내 배를 띄우니
학(鶴) 떠난지 이미 오래되어 대(臺)는 비었네.
높은 데 올라 세상사 바라보니
가버린 자 이와 같아 슬픔을 견디나니.
- 무릉 정공 최윤상의 무릉구곡가

상류의 동굴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이곳에 지나는데 이 바위에 학이 둥지를 틀고 살았다고 하여 학소대라고 한다. 동굴의 물이 말랐는지 물줄기가 흐릿해서 아쉽다.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쌍폭포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쌍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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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걸었을까? 어디선가 시원한 물줄기 소리가 들리며 스치는 바람까지 시원해진다. 소리를 찾아 걸음을 옮기니 바로 앞에 펼쳐져 있는 위대한 풍경. 태어나 30여 년을 살면서 지금까지 봐 온 폭포 중 가장 아름다운 폭포이다.

물론, 나는 촌스러워 나이아가라 폭포나 황과수 폭포같은 외국의 거대한 폭포들을 본 적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쌍폭포 앞에 서 있는 순간만큼은 그것들을 보지 못한 게 더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큰 감동을 준다. 서로 마주보며 누가 더 시원하게 쏟아내는지 내기라도 하듯 쌍둥이처럼 실타래를 만들어낸다.

용추폭포중 하단폭포의 모습
 용추폭포중 하단폭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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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폭포에서 길을 따라 조금만 더 올라가면 용추폭포가 있다. 용추폭포는 청옥산에서 시작된 물이 흘러내리며 상단, 중단, 하단, 3개의 폭포가 만들어진다. 쌍폭포에서 조금만 오르면 나타나는 하단 폭포는 둘레가 30m나 되는 검은 웅덩이를 이루는데, 그 색깔이 물의 깊이를 말해준다. 실제로도 몇해전 한 군인이 장난으로 발을 한 번 담궜다가 빨려들어갈 뻔 했다고 한다. 용소가 깊어 소용돌이가 일기도 한다니 특별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하단 암벽 오른쪽에는 정조 21년(1797년) 12월에 용의 덕을 바라면서 삼척부사 유한준의 글씨라고 알려진 용추(龍湫)가 석각되어 있고, 바위 전면에 어느 봄 광릉귀객이 썼다는 별유천지(別有天地) 글귀는 신선이 사는 지역과 같은 무릉계곡의 뛰어난 경치를 표현하고 있다. 하단폭포에서 다리를 건너 조금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용추폭포의 중단폭포를 만날 수 있다. 하단폭포보다 아담하지만 운치는 더하다.

보기만해도 아찔한 하늘문
 보기만해도 아찔한 하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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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쌍폭포를 지나 왼쪽으로 길을 튼다. 왔던 길을 갈려면 직진을 해야하지만 우리는 하늘문과 관음암을 지나 내려가는 길을 선택했다.

임진왜란때 전사자들의 피가 많이 흘렀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피마름골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을 바라보면 이 문이 하늘로 통하는 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90도에 가까운 경사에 300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가다 잠시 멈추어 임진왜란 때 전사한 넋을 생각하다 보면 벅차오르는 가슴에 눈을 감고 묵념해본다.

서늘한 바람에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이 곳이 무릉도원인가 하는 착각이 들 만큼 주위 풍경이 더할 나위 없는 장관이다. 2000년 12월 개설되기 이전의 하늘문은 관음암에서 암굴로 향하는 등산로로 크게 마음을 먹어야 드나들 수 있는 위험한 길이었다.

하늘문을 오르기 전 바로 앞 표지판에 적혀 있던 조금은 엄숙해지는 글귀이다. 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가 묻어 있는 곳. 그게 다 뭐란 말이냐?? 하늘문 앞에 서면 절대로 이 글귀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머릿속엔 오직 '저 계단을 도대체 언제 다 올라가지?' 아득하고 막막한 생각만 든다. 그 높이와 기울기가 공포감까지 생성해낸다.

더 짜릿한 사실 하나 알려줄까? 눈 앞에 보이는 이게 다가 아니라는 거다. 하늘문 계단은 나를 두번이나 좌절하게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계단을 올라야 하는 이유는 올라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아찔한 절벽길을 따라걸으며 발아래 굽어보이는 계곡이며 나와 눈높이를 마주하고 있는 기암괴석들 때문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소박하고 아담한 사찰 관음암
 소박하고 아담한 사찰 관음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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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문으로 올라 하늘과 산등성이와 마주한 환상적인 길들과 인사하며 내려오다보면 산세에 자리잡은 아담한 암자 관음암이 나타난다. 관음암에는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옛날 어느 스님이 땔감을 하려고 나무를 베었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쥐가 그 나무에서 나온 톱밥을 물고 사라졌다고 한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스님이 쥐를 따라 갔다가 톱밥을 한군데에 모아 둔 것을 보고 이곳이 바로 암자를 지을 장소인가 여겨 그곳에다 암자를 지었고,
그 암자가 바로 지조암이라는 것이다. 지조암은 관음암이라고 이름이 변경되었고 그 사찰이 바로 이곳이다.

사찰에 들어서니 개구진 인상의 스님이 활짝 웃으며 일행을 반긴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일행들을 보며 당신은 초상권이 있으니 찍으면 고소를 하겠다고 한다. 그리고는 "자~ 밥먹읍시다!" 하시고는 익살스런 포즈를 취해 주시고는 유유히 사라지신다. 그동안 보아왔던 또는 생각해왔던 스님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근엄함이었는데 그 편견이 확 사라지는 유쾌하신 분이시다.

무릉계곡 정보
∝입장료
◆개인 - 어른 1,500원 / 청소년·군인 1,000원 / 어린이 600원
◆단체(30인 이상) - 어른 1,200원 / 청소년·군인 800원 / 어린이 500원
◆입장료 면제대상 - 6세 미만의 어린이 또는 65세 이상의 노인, 국가유공자, 장애인, 국군의 날에 입장하는 군인, 어린이날에 입장하는 어린이, 근로자의 날에 입장하는 근로자, 석가탄신일에 사찰 출입하는 자, 동해시민

 ∝야영 및 주차료
◆야영료 - 7,000원
◆주차료 - 소형 2,000원 / 대형 5,000원

 ∝교통안내
◆승용차 이용시 : 동해IC ⇒ 7번국도 ⇒ 효가사거리 ⇒ 삼화사거리 ⇒ 무릉계곡관리사무소
◆대중교통 : 동해종합터미널 건너편 고속,시외버스터미널 버스정류장에서 12-4번 버스 승차 41개 정류장 이동후 무릉계곡 버스정류장에서 하차

∝문의
◆무릉도원 관리사무소 033-534-7306


태그:#무릉계곡, #무릉도원, #삼화사, #하늘문, #용추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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