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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사무실에서 사용할 저울을 사기 위해 근처 철물점에 전화를 걸었다. 용도와 규격 등에 대해 이것저것 문의하니 7만8000원이면 구입이 가능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그길로 철물점을 찾았다.

 

물건 구입 후 대금을 지불하고, 당연히 사업자증빙용 현금영수증 발급을 요구했다. 그러나 돌아온 건 "부가세를 10% 더 내라"는 황당한 답변이었다. 철물점에서 최종적으로 요구하는 금액은 8만5800원. 나는 "대다수의 공산품은 물건 값에 부가세가 포함되어 판매되는 것으로 아는데, 부가세 10%를 요구하면 이중 징수 아닌가?"라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난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으며 철물점 주인과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7만8000원에 물건도 사고 현금영수증까지 발급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부가가치세(부가세)를 추가로 받지 않고 현금영수증을 발행해줄 수도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는 곧바로 저울 제조사 측에 부가세 관련 문의를 했다. 그러나 제조사는 "부가세 부과여부는 판매자의 권한이라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할 수 없다"라며 즉답을 회피했다. 그래서 다시 관할세무서의 담당부서에 문의했다.

 

세무서 관계자는 전화를 통해 "철물점 등의 물건 값에는 모두 부가세가 포함된 것으로 간주해야 하며, 소비자의 증빙요구 시 부가세 10%를 추가로 요구하는 것은 분명히 이중 요구하는 것으로 강력하게 항의해야 한다"며 "부가세와 관련해 민원 등 가장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곳이 바로 자재와 철물 등을 파는 곳"이라고 말했다. 특히, "철물점 등의 투명과세를 위한 별도의 방안을 마련하여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물건값 지불 후 현금영수증 요구하자 "10% 더 내라"

 

이처럼 철물점 등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소비자가 현금영수증을 요구하면 부가세 10%를 요구하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다. 아마도 철물점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나와 같은 경우를 한두 번쯤은 겪어봤을 것이다.

 

거래 초반 부가세에 대해 언급하지 않던 판매자가 '현금영수증(또는 세금계산서)' 이야기가 나왔을 때 태도가 달라진다면,  십중팔구 부가세 이중 부과를 의심해야 한다. 또, 신용카드로 결제시 가격을 더 올려 받거나 부가세를 요구해도 마찬가지다. 현금으로 물건 값을 받은 뒤 부가세를 누락하려 했으나, 증빙자료를 요구하니 매출을 누락시킬 수 없어 그랬을 가능성도 크다.

 

부가세는 모든 재화 또는 용역의 소비행위에 대해 부과되는 일반소비세다. 사업자는 물건 대금에 부가세를 포함(공산품) 또는 별도(제조)로 하여 거래하므로 실제로 세금은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이며, 사업자는 소비자가 부담한 세금을 잠시 보관했다가 국가에 내기 때문에 간접세로 분류된다.

 

예를 들어 물건 값이 '부가세별도'이고 물건 값이 100만 원이면, 부가세는 10만 원이고 소비자는 110만 원을 내야 물건을 살 수 있다. 그런데 '부가세 포함'이라면 물건 값이 100만 원일 때 실제 공급가격은 90만9091원이고 부가세는 9만909원이 되는 것이다. 당연히 소비자는 100만 원만 내면 물건을 살 수 있다.

 

부가세는 면세로 규정된 일부품목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물건 값과 용역에 다 붙어 있다. 특히 대부분의 공산품은 '부가세 포함'으로 팔린다. 껌을 500원 주고 사면, 그 안에 부가세45.4원이 포함되어 있다. 껌을 한통 사 먹어도, 주유소에서 주유를 해도,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어도 모두 그 금액에 부가세 10%가 붙어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물건값과 용역은 '부가세 포함'이 원칙

 

결국, 소비자의 현금영수증 증빙요구나 신용카드 결제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공산품 물건 값에는 이미 부가세가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증빙요구시 부가세를 또 다시 요구한다면 이미 낸 부가세를 또 달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당초 거래 전 대금을 안내할 때 부가세를 별도로 주지하지 않았다면 거래금액에 부가세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간주해야한다.

 

계약서상 명시적으로 부가세 포함여부가 없는 경우 '부가가치세법 기본통칙(13-48-1)'과 판례에 따라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본다.

 

* 부가가치세법 기본통칙 (13-8-1)
[세액이 별도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의 과세표준 및 세액계산] 사업자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고 그 대가로 받은 금액에 공급가액과 세액이 별도 표시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와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어 있는지 불분명한 경우에는 거래금액 또는 영수할 금액의 110분의 100에 해당하는 금액이 과세표준이 된다.
 

즉, 철물점에서 못 1박스를 1만 원에 구입했다면 공급가격 9091원에 부가가치세 909원이 더해져 1만 원이 된 것이다. 또, 식당에서 음식 가격이 5000원이라고 표시되어 있다면 부가세포함가격이냐 별도의 가격이냐를 따질 필요 없이 당연히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가격이 5000원이라는 의미다.

 

세금계산서 발행시에도 추가 부가세 낼 필요없어

 

이밖에 또 주의할 것이 있다. 고기를 있는 그대로 판매할 경우 부가세가 면제된다는 사실을 악용, 신용카드 결제시 음식제공 대가의 상당 부분을 정육점 매출로 돌리는 일부 정육식당(정육점+식당)들이 대표적이다. 신용카드 매출전표에 'OO정육점'이라고 표기되어 있는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꼭 명심하라. 종종 물건을 구입하고 뒤늦게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달라고 하면 공급자 측에서 부가세10%를 추가로 지불하면 발행해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거래 당시 이미 부가세를 포함한 가격으로 거래를 했기 때문에 추가 부가세 요구는 옳지 않다. 공급가격이나 부가세를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거래하는 경우, 거래가격을 부가세가 포함된 금액으로 보기 때문이다.

 

어떤 식당이든 손님이 들어서면 '어서 오세요'라고 반갑게 맞이한다. 하지만 진심이 담겨 있는지 아닌지는 나갈 때 확인할 수 있다. 5000원짜리 밥을 먹고 "현금영수증 끊어주세요"라는 고객을 대하는 주인의 표정을 잘 살펴보자.

덧붙이는 글 | 일부 철물점 등의 부가세 요구관행에 대해 쓴 기사입니다. 대다수의 선량한 사업자들에게 피해를 입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태그:#부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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