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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와 예산군은 지난해 11월 도청 회의실에서 인천에 있는 경인주물공단조합 등 22개 기업의 예산군 이전을 위한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경인주물조합 소속 22개 주물생산업체(인천 서구 경서동 일원)가 2013년까지 예산군 고덕면 상몽리 일원 48만㎡(약 14만 5천 평)에 들어설 예정이다. '주변 환경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신소재 산업'이라는 예산군 및 사업 시행자 측과 '믿지 못하겠다'는 주민들. 사실 확인을 위해 기자와 당진 및 예산 주민들이 10월 27일과 28일 주물공단 현장 확인에 나섰다. [편집자말]
경북 고령군에 있는 다산지방공단 입주업체 배치도
 경북 고령군에 있는 다산지방공단 입주업체 배치도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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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7일, 진해마천주물단지를 둘러본 일행은 이날 인근에서 숙소를 정해 잠을 청했다. 한나절가량 주물단지를 둘러본 후유증은 컸다. 들녘에서 농사일로 평생 잔뼈가 굵은 농민들이었건만 얼굴이 따갑다고 호소했다. 기자 또한 얼굴이 따갑고 속이 메스꺼웠다. (관련 기사 : 신소재산업=주물공장?... 이상한 '예산군')

농번기에 농민들에게 한 시간은 하루, 아니 한 달보다 귀할 수 있다. 선잠을 자고도 출발을 서두르는 일행의 성화에 10월 28일 이른 아침, 다산주물산업단지(경북 고령군 다산면 일원)로 향했다. 다산주물단지는 진해마천주물단지(경남 진해시 남양동 일원), 충남 예산으로 이전을 추진 중인 인천서부산업단지(인천 서구 경서동 일원)와 함께 국내 3대 주물단지로 불리고 있다. 아침은 도중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육개장 한 그릇으로 해결했다.

오전 11시경 다산주물단지에 들어섰다. 다산주물단지는 진해마천주물단지와는 입지조건부터가 달랐다. 3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아파트와 주택가가 밀집해 있는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 진해마천주물단지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대구 시내에 흩어져 있던 주물업체 한자리에... 선진 외국과는 정반대 행보

1995년 준공한 다산주물단지는 대구광역시내 각 지역에 산재한 주물업체를 한 곳으로 모아 협업단지를 조성, 집단화했다. 값이 싼 산골 임야와 농지를 사서 흩어져 있는 주물공장을 끌어모았다는 얘기다. 이는 공해문제 등으로 집단화하지 않고 소규모로 흩어져 있게 하는 일본과 독일 등 선진외국과는 정반대의 행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진흥공단측에서는 5개 업체 이상이 협동해 입주하는 경우 분양대금 및 건축비의 70%, 기계시설의 100%를 융자해 주고 입주 시 취득세 및 등록세 전액 감면, 재산세 및 종합토지세 5년간 50% 감면 등 혜택으로 집단화를 유도하고 있었다.

다산지방산업단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주물업체를 한곳으로 모아 공장을 집단화해 각종 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돼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이 이루어져 수출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단에서 배출되는 오폐수 전량을 폐수종말처리장에서 처리하고 공정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도 공단 내 자체 매립장에서 매립하고 있다"며 "게다가 설비를 현대화해 공해 문제는 전혀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70여 개의 주물업체가 밀집해 있는 다산주물산업단지는 주변의 약 20만 평을 추가 매입해 2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다산주물단지와 1.5km 떨어진 인근 마을
 다산주물단지와 1.5km 떨어진 인근 마을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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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측에서는 일행들을 비교적 최신설비를 갖춘 두 곳으로 안내했다. 두 곳 모두 생산규모가 비교적 큰 곳이었다. 둘러본 공장 내부는 진해마천주물단지에서 본 업체와는 현저히 다른 모습이었다. 냄새나 분진 등이 비교적 적어 보였다.


"공해저감시설 설비투자... 영세업체는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공장 관계자는 "수억 원을 들여 전기로마다 별도의 후드와 여과 집진기를 설치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전기로 뿐만 아니라 개별 작업공정마다 후드를 설치해야 하는데 아직 비용 부담 때문에 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회사는 그마나 공해저감시설에 설비투자를 하고 있지만 공단 내 영세업체의 경우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대기환경법 강화 등 환경규제가 심해져서 집진설비 등 환경설비를 갖추지 않으면 생산을 할 수 없다"며 "주기적으로 후드필터를 교체하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물단지 주변 농민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산골마을이라 민가가 뜸한 편이었지만 주물단지와 1.5km 떨어진 성산면 무계리 마을을 찾을 수 있었다. 반응은 뜻밖이었다.    

"냄새 맡으면 몰라예! 한마디로 사람 살 곳이 못돼예. 사람 살 곳이... 할 수 없이 사는 거라예."

그러고 보니 바람을 타고 주물단지 특유의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예. 오늘 아침에는 냄새가 어마어마했어예. (주물공단쪽을 가르키며) 저 산너머로 연기도 한참 뿜어나왔어예."

15년 전 고령군청, '환경문제 전혀 없다' 주민 설득... 지금의 예산군청과 닮은꼴

무계리 마을이장으로부터는 주물단지가 들어서던 당시의 얘기를 비교적 소상히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주물공장이 들어서기 전 반대위원회를 만들어 반대운동을 벌이자 고령군청에서 '지금은 다 전기로 하기 때문에 주물공장은 환경 피해가 전혀 없다'고 설득했다"며 "당시 고령군에서 영천주물단지로 견학을 보냈는데 실제 가서 보니 공장 내부가 깨끗하더라"고 말했다.

15년 전 얘기지만 인천주물단지를 유치하려는 지금의 예산군의 행보와 너무도 닮은꼴이었다. 예산군은 반대운동을 하는 지역주민들에게 '설비가 좋아져 환경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일부 주민들을 대상으로 일본 견학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주물공장을 몇 십만 평씩 대규모로 집단화해 놓은 곳은 일본 어디에도 없다.  
     
다산주물단지와 약 1.5km 떨어진 인근 마을의 비닐하우스
 다산주물단지와 약 1.5km 떨어진 인근 마을의 비닐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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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의 비날을 휴지로 닦아내자 까만 먼지가 묻어나왔다. 먼지 속에는 하얀 금속가루도 섞어 있다.
 비닐하우스의 비날을 휴지로 닦아내자 까만 먼지가 묻어나왔다. 먼지 속에는 하얀 금속가루도 섞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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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장은 "견학을 다녀온 후 반대운동을 그만뒀다"며 "공장이 들어서고도 한동안은 운영을 잘했다"고 말했다.

"아이구... 좀 지나니께 냄새가 나구, 먼지가 날라오구 말이 아닌거라예. 공장마다 가보니 깨끗하던 건물이 시꺼멓구... 밤이믄 더 심한 거라예. 전기만 갖고 돌리믄 돈이 안 되니께 편법을 쓰기 시작한 거라예. 주민들이 감시위원회를 만들어 갖구 연기만 나믄 쫓아가구."

그는 이어 "그래도 난리법석을 떤 뒤로 그 뒤로는 좋아져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의 얘기는 전혀 딴판이었다.

"숨 쉬기가 겁나예..." 시꺼먼 먼지 쌓인 비닐하우스 

"누가 좋아졌다고 그래예? 누가?... 시꺼먼 해 져서 빨래를 밖에 못 널어예. 촌동네서 십년 넘게 창문을 몬 열어놓고 살아예."
"땅 팔고 나간 사람들 다 엉망진창이 됐어예. 그 돈 갖고 나가서 뭐 할 게 있어야지예. 나두 대구 가 살다 몸만 축나구 할 게 없어 다시 들어왔지예."
"좋아져서가 아니고예, 지쳐서 포기한 거라예. 증말로 숨 쉬기가 겁나예.  비닐하우스 한번 가봐예. 무슨 야그인지 알 꺼라예."

일행은 마을 인근에 있는 비닐하우스로 향했다. 비닐하우스를 휴지로 닦아내자 시꺼먼 먼지가 묻어나왔다. 흙먼지가 아니었다. 먼지 속에는 금속가루로 보이는 반짝이는 무언가가 섞어 있었다. 곳곳에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비닐하우스 먼지를 뚫어져라 응시하던 일행중 한 명인 이태호 당진군 면천주물단지조성 반대투쟁위원장이 말문을 열었다.

"인자 결론은 났구먼유. 올라가믄 고향을 지키기 위해서라두 죽기살기루 싸울 거구먼유..."


예산군이 '인천발전연구원' 보고서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
인천발전연구원(2007년) "분진, 악취 거의 주물공단에서 발생"
예산 신소재산업단지(주물산업단지) 예정지 위치도
 예산 신소재산업단지(주물산업단지) 예정지 위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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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으로 이전을 추진 중인 인천서부지방산업단지(이하 인천주물단지, 인천광역시 서구 경서동 일대)는 인천 지역 내에서도 환경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007년 인천발전연구원이 펴낸 '인천서부산업단지의 환경관리실태조사 및 환경관리방안' 결과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 보고서는 주물공단이 밀집해 있는 인천서부산업단지의 10가지 문제점을 꼽고 있다. 이를 옮겨보면 ▲상대적으로 높은 대기오염배출밀도 ▲악취관리지역 지정에 따른 후속조처 시급 ▲환경갈등 우려 ▲주물공정과 관련한 환경문제에 대한 대처 시급 ▲공원녹지의 확충과 정비 절실 ▲배출업체의 환경관리를 위한 투자 및 역량에 한계 뚜렷 ▲환경관리 기반 강화와 효율적 관리시스템 정비 필요 ▲운영 관리를 위한 재원 한계 ▲부적절한 환경정비 ▲도시계획 및 교통측면의 통합적 고려 시급 등이다. 대부분의 문제점이 대기오염과 악취 등 환경문제에 관한 것임을 알 수 있다.

2007년 7월, 인천광역시 서구가 구민 563명을 상대로 벌인 여론조사에서도 70%에 이르는 주민들이 서구의 대기환경이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었고,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환경문제로 악취(26.7%)와 대기(20.3%)를 지적했다. 특히 악취오염원을 묻는 질문에는 서구 지역에 있는 산업단지(50.7%)와 수도권쓰레기매립지(29.4%) 등을 꼽았다. 또 구민 32%는 기업이 환경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발전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분진과 악취, 대기오염의 주원인으로 주물공단을 꼽았다. 보고서는 "최근 들어 폐주물사와 분진, 악취 발생으로 인한 환경악화가 공론화되기 시작하면서 지역현안으로 초미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며 "이는 거의 대부분이 주물공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서부산업단지의 배출업체에 대한 시설투자와 배출량 관리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산업단지 주변지역 뿐 아니라 인천지역 전체의 대기질 개선에도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또 "인천광역시가 지난 2006년 1월 남동국가산업단지, 인천서부지방산업단지 등 4개 지역을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며 "이에 따라 인천광역시가 악취 및 분진 저감을 위한 관리 강화와 함께 시설개선에 소요되는 비용의 이자를 지원하는 등 시설 개선을 적극 유도하고 있으나 대부분이 영세기업으로 환경경영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 주물업체 유치를 추진 중인 예산군청이 꼭 눈여겨봐야 할 보고서 내용은 이외에도 많다.

보고서는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을 위한 1차 총량관리(1종 사업장)에 이어 2009년부터 2차 총량관리(2~3종 사업장)로 확대돼 시행 예정임에 따라 기업의 부담이 어느 산업단지보다 강력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며 "여기에 수도권 대기환경 특별법 시행에 따라 대기환경기준마저 강화된다면 현재 시설로는 서부산업단지에서 공장 가동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형편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십 개의 인천서부산업단지 내 주물업체가 예산으로 이전을 추진하는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보고서는 "산업 단지 내 및 주변지역에서 발생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며 "개별기업의 경우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허용기준 이내로 배출하고 있으나 기업들이 집단으로 입주할 경우 발생되는 절대적인 오염물질 총량이 많고 이 경우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업체를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언급은 주물업체의 경우 산업단지가 아닌 개별기업 형태로 흩어져 조성해야 한다는 환경단체와 지역주민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태그:#주물공단, #예산신소재산업단지, #예산군, #자산주물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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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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