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부교육감님 제발 우리 선생님들 살려주세요."

 

29일 오후 3시40분 창원시의회 정영주 시의원이 민주노동당 후원 교사들의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경남교육청 소회의실에 입장하려던 최진명 부교육감(위원장)을 막아서며 두 손을 싹싹 빌었다.

 

정 시의원은 "징계대상자 가운데는 출산을 앞둔 선생님도 있다"면서 징계를 보류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한 시의원은 "며칠 있으면 수능시험인데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수능 이후로 징계를 미뤄달라"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이 같은 간청에도 불구하고 오후 4시쯤 징계위원회는 개회됐고, 2명은 해임, 4명은 정직 3개월, 2명은 법원의 1심 선고 뒤 징계, 1명은 불문처리 결정이 내려졌다.

 

이날 징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최진명 부교육감은 위원회를 마친 뒤, 부교육감실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민주노동당 이병하 경남도당위원장에게 징계결과를 설명했다.

 

최 부교육감은 "정직 3개월의 처분을 받은 교사들의 경우, 그동안 교사 등이 요구한 표창 등에 따른 감경문제를 적용했다"면서 "2명에 대해서는 시효문제가 있어 심의 끝에 법원판결이 있은 후에 징계를 하기로 유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임처분을 받은 2명은 표창 등 감경사유가 없고, 이 가운데 1명은 시국선언으로 감봉 상태였지만 가중징계는 하지 않고 파면이 아닌 해임 결정을 내렸다"면서 "불문처리된 1명은 시효가 지났고 후원금액도 1만 원이어서 불문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 부교육감은 이 자리에서 "(최대한 배려하기 위해)있는 힘을 다했다"면서 "교과부에 있을 때 온갖 험한 꼴을 다 봤는데, 이렇게 힘든 징계위원회는 처음"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날 오후 2시30분쯤 경남교육청에 도착해 현관입구에서 해당 교사와 전교조 간부 등을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강 의원은 "(수사기관이)전교조를 압수수색하면서 영장과 관련 없는 서류까지 압수해 가 저인망식 수사를 했다"면서 "이는 정치적 죽이기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번 수사는 실체가 없는 것으로, 깨끗한 정치, 좋은 정치를 하라고 1만 원씩 기부한 죄 밖에 없다"면서 "법원의 판결 이후에 징계를 하더라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곧바로 최진명 부교육감실을 찾은 강 의원은 최 부교육감에게 "마음이 많이 불편 하시죠"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최 부교육감은 "편치는 않습니다"면서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최 부교육감은 "저는 항상 강 의원님을 존경합니다.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면서 "저도 사천 출신인데, (서울에서 생활할 때)사람들이 사천은 잘 몰라도 강 의원님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고 응대했다. 강 의원과 최 부교육감은 사천의 모 중학교 1년 선후배 사이(강 의원이 1년 선배)인 것이 이야기 중에서 밝혀졌다.

 

다음은 강기갑 의원과 최진명 부교육감의 대화 내용

 

강기갑 의원 : "이번 후원금 문제는 내가 민노당 대표로 있을 때 경찰이 불법 해킹까지 하면서 수사를 한 문제다. 경찰이 당시 당원명부까지 제출을 요구했으나 심장과 같은 명부는 제출하지 않았다. (현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마무리 될 만하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잘 파악했겠지만 전에는 후원회가 허용됐는데 법이 바뀌면서 불법이 됐고, 정리과정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 이것을 법정에서 공방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분 한분 가려보면 후원 사례가 다양하고 시점도 모두 다르다. 그래서 사례에 따라(재판)결과가 다양하게 나올 수 있고, (현재로선)무죄추정원칙을 적용해야 하는데 일괄 징계위원회를 열고 징계처분을 정치적 의도로 예단해서 하는 것은 일방적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런 것은 정당탄압을 넘어 미운 살이 박힌 교사들에 대해 징계하는 목적으로 판단된다. 정권은 영원할 수 없고 잠시다. 정권은 (처벌을)요구해도 교육은 국민에게 공정성과 명분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모범이 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부교육감(징계위원회 위원장)을 찾아왔다. 부교육감께서 입장이 곤란하겠지만 징계철회는 못하더라도 (판결 전까지)징계 유보를 해 줄 것을 부탁한다."

 

최 부교육감 : "(저는)정치의 복잡한 부분은 잘 모른다. 형사 기소는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부분이다. 우리는 공무원 질서를 잡아야 하고, 검찰이 죄가 있다고 보고 통보를 해 왔다. 우리는 죄가 있고 없음을 가지고 판단하는게 아니고, 공직자의 자세를 가지고 있느냐를 보는 것이다. 무작정 연기를 하는 것보다 빨리 결론을 내리는 것이 좋다고 본다. 일률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판단할 것이다."

 

강 의원 : "처지(최 교육감의 입장)는 알고 있지만, 검찰의 기소가 때에 따라 얼마나 뒤집어지는지 알고 있지 않나. 사법부의 판단을 봐 달라. 민노당이 참 억울하다. (국회에서)교섭단체가 되지 못해 힘은 약하지만 할 소리를 하고 있다.  내가 국회 사건 등으로 강하게 비춰지고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양 같이 순한 사람이다. 이렇게 일괄 징계를 하면 법의 권위가 어떻게 되겠느냐. 검찰의 혐의사실만으로 징계를 한다면 헌법에 명시된 공무원의 직무보장권이 어떻게 되겠느냐.   나중에 과정이(오늘 잘못된 판단이) 잘못된 것이 역사에 남을 것이다. 고충, 어려움은 알겠지만 멀리 내다보고, 교육계의 권위와 명예를 위해서라도 재고해 달라."

 

최 부교육감 : "견해차이가 있는 것 같다. (사건이 발생하면)징계는 60일 이내에 해야 한다. 마냥 미룰 수는 없는 것이다."

 

이병하 민노당 경남도당 위원장 : "나는 도청에서 공무원을 25년 하다가 쫓겨 나왔다. 여기서 징계를 하면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나쁜 사람으로 각인된다. 정권이 바뀌면 복직되겠지만 학생들은 (선생님이)죄를 지어 잘렸다고 생각한다. 저 사람들(징계대상 교사)은 너무 억울하다. 오늘 이 자리서 삭발을 하려 했다. 우리는 사회에 필요한 곳(사회단체 등)에 기부하는 것이 요즘 현실인데, 민노당에 기부했다고 교단에서 내쫓는다면 말이 되겠느냐."

 

 

부교육감실에서 강 의원 등이 면담을 하는 동안 바로 옆 징계위원회가 열릴 회의실 입구 복도에서는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것을 반대하는 시도 의원 등 20여명이 회의실 문을 가로막고 입장을 저지했다.

 

이 자리에는 경남도의회 민주당 소속 손석형, 석영철, 강성훈 의원과 진보신당 여영국 의원, 창원시의회 정영주 시의원을 비롯한 10명의 시의원이 최 부교육감 등의 입장을 막았다.

 

정영주 시의원은 "당이 문제지, 교사들의 잘못은 없다"면서 "며칠 후면 수능인데, 판결 후에 징계를 해도 늦지 않는데 서두를 필요가 없다, 이 문제로 인해 교사들이 징계를 받으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경찰이 투입돼 4시를 조금 넘기면서 최 부교육감 등이 회의실에 입장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도시의원간에 심한 몸싸움이 일어났으며, 김석규 시의원이 손을 다쳤고, 노창섭 시의원은 옷이 찢어지기도 했다. 여성 의원들이 포함된 시도의원들은 스크럼을 짜고 회의장 입구를 막아섰으나 경찰에 의해 한명씩 분리돼 복도 밖으로 쫓겨났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11월1일자 창원일보.com에 게재됩니다.


태그:#경남교육청, #교사 징계, #민노당, #강기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지방지 경남매일 편집국에서 정치.사회.경제부 기자를 두루 거치고 부국장 시절 서울에서 국회를 출입했습니다. 이후 2013년부터 2017년 8월6일까지 창원일보 편집국장을 맡았습니다. 지방 일간지에 몸담고 있지만 항상 오마이뉴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공유하고 싶은 뉴스에 대해 계속 글을 올리게 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