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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29일 오후 6시 30분]

여의도 MBC본사와 상징 조형물.
 여의도 MBC본사와 상징 조형물.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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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큐시트, 편집회의 결과, 취재정보 등 극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MBC 내부 정보가 외부로 지속적으로 유출된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MBC는 28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사내 정보를 외부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보 관련 부서 A씨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대기발령은 징계 전 단계로, MBC 인사위원회는 10일 이내에 다시 회의를 열어 A씨에 대해 최종적으로 인사 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씨가 유출한 MBC 사내 정보가 모 대기업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예상된다. 기업이 자사의 이익을 위해 언론사의 내부 기밀을 불법적으로 취득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내부 정보보고가 찌라시에?"... MBC가 새고 있다

MBC 감사실이 내부 정보 유출자 '색출'에 나선 것은 지난 7월말. 당시 언론사들은 이명박 정부의 8.8 개각을 앞두고 정운찬 전 총리 후임 및 장관 후보 물망에 오른 인선 명단을 먼저 보도하기 위해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MBC 보도국 기자들도 관련 정보를 취재해 데스크에 보고하려고 사내 '정보보고' 게시판에 후보 인선 명단을 올렸다. 그런데 이 정보보고 직후에 외부 증권가 정보지 등에도 같은 내용의 정보가 잇따라 실린 것.

문제는 MBC 내부 게시판에 올려진 정보가 외부 증권가 정보지 등에 그대로 실린 경우가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MBC의 한 관계자는 "정확하게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내부 정보보고 내용이 증권가 '찌라시'(정보지)에 계속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뭔가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보도국을 중심으로 사내에 퍼져 있었다"고 전했다. 

결국 보도국 기자들은 내부 게시판의 정보가 누군가에 의해 외부로 유출되고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고, 사내 감사실에 감사를 요청했다.

MBC 감사실은 2개월여에 걸친 조사 끝에 정보시스템팀 A씨가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정보를 외부로 유출했다는 혐의를 포착했다. 이에 따라 MBC 인사위원회는 A씨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아 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MBC 노조의 한 관계자는 "MBC가 기업 사내방송도 아니고 명색이 공영방송사인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나 A씨는 지난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나는 그런 일(정보 유출)을 한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제 정보보고 어떻게 하나?"... MBC 내부는 '패닉' 상태

문제는 A씨가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사내 정보를 유출했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 MBC 인사위원회는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김재영 MBC 경영본부장은 "인사위원회의에서의 논의 내용은 외부에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MBC의 한 관계자는 "A씨가 사내 정보를 취합해 외부 인사에게 전달하는 식이 아니라, 아예 외부 인사에게 사내 게시판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비밀리에 넘겨줬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게 되면 매일매일 <뉴스데스크> 큐시트는 물론이고 편집회의 결과나 보도국 각 부서 취재 정보보고 등에 대한 접근이 모두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MBC의 또 다른 관계자는 "A씨가 모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MBC 출신의 한 인사에게 여러 차례 메일을 보냈다"며 "메일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A씨가 유출한 정보가 그 기업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아이디가 유출되었다면) 유출된 아이디와 패스워드는 MBC의 모든 게시판을 볼 수 있는 부장급의 아이디는 아니고, 일반 기자들이 볼 수 있는 정도의 권한을 가진 아이디인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아이디로 확인할 수 없는 정보는 메일로 따로 보낸 것 같다"고 밝혔다. 내부게시판의 아이디 유출은 물론 메일을 통한 내부 정보 유출이 동시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MBC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실제 <뉴스데스크>에 종사했던 한 관계자로부터 '매일 오후 3~4시면 그날 뉴스데스크에서 방송할 큐시트를 내부 게시판에 올리는데, 그 가운데 모 기업에 대한 뉴스가 있으면 불과 5분이나 10분 뒤 그 기업의 고위직 임원으로부터 전화가 오기도 했다'면서 '이건 너무하는 것 아니냐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중에는 큐시트를 위장(거짓)으로 만들었다가 방송 직전에 올리기도 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MBC 노조 측 관계자는 "사내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고 있다는 의심이 들면 내부 정보 흐름이 위축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현재 MBC 보도국 기자들이 내부 게시판에 제대로 된 정보 보고를 못하고 있다"고 사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제껏 유출에 대한 '의심'은 있었지만, 좀 더 진전된 '정황'이 드러난 것은 처음인 상황. 이에 내부직원들 사이에서는 게시판에 글 올리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MBC 내부에서는 A씨의 정보가 모 기업으로 유출됐는지 여부를 철저하게 조사해 업무방해 혐의 등을 적용, 민형사상 소송을 포함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MBC 노조 측 관계자는 "A씨에 대해 해고 등의 징계조치가 확실히 내려진다면 A씨가 어느 기업에 정보를 유출했는지도 이미 파악이 끝난 상태라고 봐야 한다"며 "따라서 징계조치와 동시에 기업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MBC의 한 관계자는 "김재철 사장 등을 비롯한 경영진은 그 기업과 맺고 있는 껄끄러운 관계와 사건의 파장 등을 우려해 향후 대응방향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며 "노조에서도 검찰 수사가 이뤄질 경우 내부 전산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나서지 못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A씨로부터 MBC 사내 정보를 제공받은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MBC 출신의 모 기업 직원은 2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A씨로부터 어떠한 정보도 받은 게 없다"며 "A씨와 마지막으로 이메일을 주고받은 것은 1년 전으로 내용도 사적인 것이었다, 현재 MBC 내부게시판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다만, 2007년 6월에 MBC를 퇴사한 이후 1년 동안 MBC 내부게시판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가 차단되어 있지 않아서 동료들의 근황이 궁금할 때 몇 번 접속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태그:#MBC, #정보유출, #뉴스데스크, #업무방해, #MBC 보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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