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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에서는 혼자 여행하는 청소년도 3천원만 내면 청소년 시설에서 숙박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옛 창원시 지역에 있는 청소년 수련 시설인 늘푸른전당과 옛 진해시 지역에 있는 창원시진해청소년수련원을 혼자 이용하는 청소년들이 숙박할 수 있도록 이용규정을 고쳤기 때문입니다.

지난 9월 13일(월) 통합 창원시 출범 이후에 열린 첫 시정경연에서 제가 청소년 분야의 정책과 관련하여 세 가지 제안을 하였습니다. 첫째는 청소년문화의 집 확대 설치, 두 번째는 여행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숙박시설 확충, 세 번째는 청소년 직업 체험 프로그램 확대였습니다.

약 한 달만인 지난 10월 15일 창원시로부터 시정경연 결과를 통보 받았습니다. 시정경연 제안자 입장에서는 제안한 정책이 모두 반영되었으면 더할나위가 없었겠지만, 세 가지 제안 사항 중에서 두 가지 사항을 즉시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기분 좋은 회신을 받았습니다.

지난 9월 13일에 열린 통합창원시 시정경연
 지난 9월 13일에 열린 통합창원시 시정경연
ⓒ 창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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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정책 중에서도 제가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청소년여행의집을 설치하는 문제입니다. 또래 친구들과 창원으로 여행을 온 아이들이 마땅히 잠 잘 곳이 없어 '여관'을 이용하였다는 것이 참 안타까웠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 여행하는 청소년들 모텔에 갈 수도 없고

창원시 시정경연에서 정책 제안을 한 후에 오마이뉴스에 나간 기사는 '으뜸'기사로 채택되어 많은 분들이 읽고 공감해주셨고, 그 중에 한 분은 기사를 읽고 중학교 1학년 아이를 혼자 배낭여행 보냈던 장문의 경험담을 이메일l로 보내주셨습니다.

경기도 부천에 사는 아버지가 여름방학 동안 중학교 1학년 아들을 해남 땅끝마을을 거쳐 함평 외가집까지 혼자 배낭여행을 보내고서 잠 잘 곳을 마련해주지 못해서 겪었던 생생한 체험기였습니다.

제가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썼던 것과 똑같은 상황을 경험하였더군요. 찜질방에서 잠자리를 해결하면 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여행을 보냈지만, 밤 10시 이후에 보호자 없는 청소년의 출입을 제한하는 바람에 거리로 내몰렸다고 하더군요.

찜질방 몇 곳을 전전한 후에 결국 대전역 근처에 있는 여관에서 중학교 1학년 아이가  혼자서 잠을 잤다는 사연이었습니다. 태산같은 걱정과 불안감을 경험한 부모의 사연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메일l 전문은 워낙 긴 글이라 제 블로그에 포스팅되어 있습니다.

관련기사 - 중1 아들 혼자 배낭여행 보낸 체험기 보니...

여행에서 돌아온 아이는 한 살 아래 동생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넌 절대 가지 마라,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난 다시는 안 간다."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이런 나라를 물려주어셔야 되겠습니까? 혼자 떠난 배낭여행에서 얻은 것이 이것뿐만은 아니었겠지요? '중1 아들 혼자 배낭여행 보낸 체험기 보니...'라는 글을 포스팅한 날 제 블로그에는 2만 명 이상의 네티즌들이 다녀갔고, 많은 댓글이 달렸습니다.

"아이혼자 배낭여행 보낸 부모가 무모하다.", "정말 대단한 부모다.", "우리 아이도 보내고 싶다" 이런 내용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여행하는 청소년들이 숙박할 수 있는 안전한 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해주셨습니다.

3천원만 내면 청소년 혼자라도 잠을 잘 수 있는 창원시진해청소년수련원과 늘푸른전당 홈페이지
 3천원만 내면 청소년 혼자라도 잠을 잘 수 있는 창원시진해청소년수련원과 늘푸른전당 홈페이지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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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청소년 진해청소년수련원, 늘푸른전당에서 숙박 가능

다행히 통합창원시 시정경연에 제안한 '여행하는 청소년을 위한 숙박 시설 설치'는 시책에 '즉시 반영'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통합창원시 도심 지역에 청소년 숙박 시설이 만들어졌다면 더 좋았겠지만, 기존 시설인 늘푸른 전당(창원)과 창원시 진해청소년수련원(진해)를 활용하는 쪽으로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시설 사용료는 청소년의 경우 3000원, 성인의 경우는 7000원으로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창원시로 여행을 오는 청소년들은 3천원만 준비하면 잠자리 문제로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 셈입니다.

창원시에서는 전국동아리축제 홈페이지와 팸플릿을 통해 홍보를 시작하였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홍보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청소년수련관 수련원 홈페이지에 숙박시설 이용홍보 배너를 설치하고, 전국 중·고, 대학교에도 홍보를 하며, 청소년수련관 안내 팸플릿을 통한 홍보도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청소년 수련시설 관리자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중앙집중식 냉난방 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1명이 이용 신청을 했을 때, 혹은 3~4명이 이용 신청을 했을 때도 기분 좋게 신청을 받아 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아울러, 이들 시설은 기본적으로 단체 숙박과 수련활동에 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방학 기간을 비롯하여 단체 활동이 많은 기간에 '개별 이용자'들을 홀대하지 않을지도 걱정이구요.

사실, 중앙집중식 냉난방을 하는 경우 1명이 이용 신청을 하면 참 난감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보일러도 가동해야하고, 관리하는 인력도 필요하겠지요. 이런 일이 반복되면 관리자들은 이런 저런 핑계를 만들어 숙박을 기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울로, 숙박을 신청했다가 관리 문제나 단체 이용에 밀려 거절당하는 일이 생긴다면, 결국 다시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지게 될 것이구요.

이 문제를 처음 제안한 사람으로서 저라도 책임을 지고 '여행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숙박 시설이용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홍보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우선 제 블로그에 배너를 하나 달아서 지속적으로 홍보를 할 것입니다(나름 적지 않은 방문자가 있으니까요).

시설 관리자 개별 이용자 홀대 말아야

아직, 해당 시설인 늘푸른 전당이나 진해청소년수련원 홈페이지에는 이용 방법과 이용요금 등 구체적인 안내가 시작되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겠지요?

아울러, 저희 아이들과 함께 숙박 시설을 직접 한 번 이용해 볼 참입니다. 실제로 여행하는 청소년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시설을 관리하는 분들은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주는지 한 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왕이면, 창원시 공영자전거 '누비자'를 타고 옛 창원시내와 진해 시내를 둘러 본 후에 늘푸른전당이나 진해청소년수련원에서 숙박을 경험하는 일정이 좋을 것 같네요.

'여행하는 청소년을 위한 숙박시설', 정책제안이 너무 쉽게 받아들여져서 제대로 활성화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가시지 않습니다. 청소년들의 국내 여행과 혼자서 혹은 3~4명이 친구들과 수련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활성활 될 때까지 계속 지켜보려고 합니다.

전국 곳곳에는 이미 천개의 청소년 수련 시설이 설치 되어 있습니다. 창원시의 경우처럼 숙박 시설이 있는 청소년수련시설의 시설을 개선하고 이용규정을 고치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혼자서 여행하는 청소년들의 잠자리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창원시 사례를 보면 단체장이 의지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개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청소년, #여행, #숙박, #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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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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