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등산 상식사전> 겉그림
 <등산 상식사전> 겉그림
ⓒ 해냄출판사

관련사진보기

천둥, 번개, 돌풍 따위를 동반한 비. 적란운 또는 거대한 적운에서 발생한다. 이때 나타나는 현상은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고 몇 분 동안에 기온이 10도 이상 낮아지기도 한다. 습도는 거의 100퍼센트에 이르고 때로는 우박을 동반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름철(8월) 특히 내륙지방에서 자주 발생한다. 뇌우가 위험한 것은 벼락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여름철 오후 소나기와 함께 번개와 천둥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뇌우는 특히 산악지대에서 많이 발생한다. 지형의 기복이 심하여 공기가 불균형하게 가열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정오가 지난 오후에 계곡의 상승기류를 타고 갑작스레 발생하는 소나기 구름은 뇌전을 품고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존재다. 뇌우에서 생기는 번개는 보통 2~3킬로미터를 뻗친다.

- <등산 상식사전> p81~82 '뇌우' 편에서

이 부분을 읽다가 지난 9월 5일의 위험천만한 산행이 떠올랐다. 그날 나는 남편과 북한산 산행을 했다. 삼천사 분소에서 출발하여 삼천사 계곡을 지나 사모바위까지 간 후 구기동 쪽으로 하산할 생각이었다. 집에서 오전 10시쯤 나섰던지라 오후 2시 무렵에야 점심을 먹으려고 도시락을 펼쳤다. 하지만 몇 수저 뜨지 않아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와 천둥 번개에 허겁지겁 배낭을 꾸려야만 했다.

준비한 우비가 1개뿐이어서 한 사람만 우비를 입고 서둘러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배낭 속에 우산이 있었지만 귀를 도려낼 듯 가까이에서 꽝꽝대는 천둥소리에 우산을 꺼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내려왔다. 하지만 나처럼 비를 맞는 사람은 어쩌다 한 명씩이고, 우비를 입지 않은 사람들 대부분이 우산을 받쳐 들고 하산하고 있었다.

스틱을 짚거나, 접은 스틱에 캡도 씌우지 않고 한손에 모아 쥔 채 내려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 사이에 끼어 2㎞ 남짓 내려오는 동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스틱이나 우산 때문에 눈앞에 금방이라도 벼락이 떨어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천둥번개가 가까이에서 꽝꽝대는 경우엔 스틱이나 우산이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지라 스틱과 우산을 소지한 사람들 틈에 끼어 위험하게 하산을 하느니 잠시 비를 피했다가 내려갈까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장소가 불과 한 달 전인 8월 10일에 갑자기 불어난 물로 야영객 2명이 숨졌던 삼천사 계곡이었고, 비가 내리기 직전에 보송보송했던 산길에 이미 물이 고여 등산화 높이에서 흐르는지라 조금만 더 산에 있다간 위험할 것 같았다.

게다가 낙뢰를 맞을 가능성이 많은 넓은 바위들이 워낙 많은 계곡이라, 계곡을 따라 하산하는 동안에도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여하간 위험천만하지만 그냥 사람들 틈에 끼어 하산하는 수밖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와중에도 계곡과 잇닿은 바위 아래서 위험스럽게 비를 피하고 있는 등산객들이 더러 있었지만 말이다.

등산길에 만난 번개... 우산, 스틱 어떻게 해야할까?

그리하여 한눈에 봐도 산행 깨나 했을 것 같은, 내 앞에 가던 사람에게 "지금처럼 가까이에서 천둥·번개가 칠 때는 우산이나 스틱도 위험하지 않나요?"라고 물었더니 그는 "공중으로 쳐들지 않고 이렇게 아래쪽으로 짚고 가면 위험하지 않다"고 답했다. "위험하지만 낮은 지역이라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함께 가던 일행이 거들었다.

절대 위험하지 않노라 대답하는 그 사람의 확고한 말에 이제까지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 속에 스틱과 우산은 그다지 위험하지도 않고, 그로 인한 낙뢰 사고는 일어날 확률이 거의 없을까?

2010년 9월 5일 오후, 국내 곳곳 산지에서 발생한 낙뢰 사고로 여러 사람이 화상을 입거나 숨졌다.
 2010년 9월 5일 오후, 국내 곳곳 산지에서 발생한 낙뢰 사고로 여러 사람이 화상을 입거나 숨졌다.
ⓒ 인터넷화면 캡쳐

관련사진보기


…암반으로 된 정상(북한산 용혈봉)에는 나무도 없었다. 벼락은 일행 한 명이 들고 있던 알루미늄 합금의 두랄루민으로 제작된 등산용 스틱을 겨냥했다. 스틱을 들고 있던 안영채(57)씨는 낙뢰를 맞은 충격에 온몸이 공중에 붕 뜬 뒤 30여m 아래의 경사면으로 떨어져 나갔다. 정상에 함께 있던 나머지 4명도 빗물을 타고 흐른 벼락의 전류에 감전됐다. 세 명은 현장에서 숨졌고, 윤모(16.C중 3)양은 실신했다.

의정부시 수락산에서도 등산객 임경자(48.여)씨가 산을 내려오던 중 우산에 벼락이 떨어져 숨졌다. 인근의 다른 등산객 오모(64)씨와 엄모(50.여)씨도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 <중앙일보> 2007.07.30일자 보도 내용 일부

보도처럼 등산용 스틱이나 우산은 위험하다. 위 이미지는 필자가 북한산 삼천사 계곡을 위험천만, 아찔한 심정으로 하산하던 무렵 북한산을 마주하고 있는 불암산 한 정자에서 비를 피하던 등산객 15명이 낙뢰로 화상 입은 것을 보도한 내용을 캡쳐한 것이다. 정자 지붕의 뾰족한 부분이 우산과 같은 역할을 했거나 등산객이 세워둔 스틱 때문에 일어난 사고로 보고 있다.

'함께 하산 하던 사람들이 쓴 우산과 스틱에 벼락이 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뉴스를 보며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런데 이뿐일까? 한반도에 년 중 쏟아지는 낙뢰는 무려 100만 번, 낙뢰로 목숨을 잃는 등산객들이 의외로 많단다. 건강도 챙기고 여가를 즐기고자 찾은 산에서 등산에 대한 상식 부족과 부주의로 건강은커녕 불행을 좌초하게 되는 것이다.

안전한 산행의 길라잡이가 될 <등산 상식사전>

'안전하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등산을 위해 우리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것들이나 갖춰야 할 장비들은? 올바른 장비 선택과 제대로 된 등반법은? 등산객들 사이에 회자되는 등산 관련 상식이나 수칙들, 내가 선택한 등산 용품들에 대한 기준은 얼마나 믿을만한가?'. 그날 이후 제대로 된 등산 상식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다.

<등산 상식사전>(이용대 저, 해냄 출판사 펴냄)은 이런 계기로 선택한 책이다. 저자는 코오롱 등산학교 이용대 교장. 한국 등산 교육의 산증인이자 우리의 등산문화 기록에 앞장서 온 장본인이다. 또, 한국 암벽 등반사의 클래식으로 꼽히는 북한산 인수봉의 동양길과 궁형길, 설악산 장군봉 남서면을 개척 등반했으며, 알프스 몽블랑 등 여러 봉우리들을 등반했다.

이 책은 이용대 교장이 1996년부터 2008년까지 월간 <산>에 연재한 <등산용어> 칼럼을 사전식으로 묶은 것이다. 사전인지라 가·나·다 순으로 정리한 다음 뒤에 별도 색인을 넣어 찾아보기 쉽게 했다. 책이 다루고 있는 등산 필수 용어는 700여 개. 매듭 묶는 법, 손에 테이프 감는 법, 카라비너의 종류, 등반 자세 등을 100여 컷의 그림을 곁들여 설명한다.

  개인이 갖춰야 할 응급약품

아스피린(통증이 올 때), 항히스타민제(독충이나 벌에 쏘였을 때), 붕대(찢어진 상처에 사용), 몰스킨(수포에 사용), 면도날, 가위(붕대 절단 및 털 제거용), 핀(붕대 마무리나 연결), 정제소금(땀을 많이 흘렸을 경우 탈진과 근육 경련 방지), 반창고(거즈 고정용), 살균거즈(큰 상처에 사용), 삼각포(팔 고정,붕대 오염 방지), 압박붕대(거즈로 덮은 부위를 고정), 마이신계 연고, 소화제, 지사제, 진통제(의사의 처방에 따라 복용량,유효기간, 작용에 대해 정확하게 안 후에 사용) ※개인 사정에 따라 의사나 약사와 상의하여 조정- 책에서

최근 몇 년 우리의 등산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우리의 등산 인구는 얼마나 될까. 등산지원센터의 2008년 '등산실태보고서'에 따르면 두 달에 한 번 이상 등산을 한다는 사람은 무려 1800여 명. 이는 18~69세 인구의 약50%에 해당하는 숫자란다. 어림짐작, 성인 두 명 중 한명은 산행을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수십년 산을 탔다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도 믿을만한 정보나 상식보다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귀동냥한 것들이 대부분인 실정이다. 이 책은 산행 초보자부터 어지간한 산행 숙련자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폭넓게 등산 관련 용어와 상식들을 다룸으로써 나와 산을 살리는 산행을 유도하고 있다.

책은 등산화나 배낭과 같은 일반적인 등산장비부터 암벽 등반에 필요한 각종 장비들, 각종 등반법, 다양한 산악 환경, 대피소나 산장 같은 시설물, 국립공원이나 각종 장비들의 역사, 등산 관련 다양한 문화 활동까지 등산에 관한 거의 모든 것들을 들려준다. 이런지라 안전하고 제대로 된 등산습관과 등산문화 확대에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 본다. 책은 아래와 같은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등산화, 텐트, 스틱 등은 누구에 의해 언제부터? 어떻게 발전해왔나? ▲안전한 산행을 위해 갖춰야 할 것들은?▲고어텍스 제품의 올바른 세탁법은? ▲국립공원의 역할과 역사는?▲등정을 증명하는 방법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어떤 소재의 등산복과 등산화를 선택해야 할까? ▲등산 용품에 주로 많이 사용하는 극세사, 나일론, 스판덱스, 고어텍스는 어떤 섬유들? ▲어떤 때는 발수형 스프레이가 좋고 어떤 때는 방수형 스프레이?▲7대륙 최고봉 이름의 유래는?▲계곡 등반 시 조심해야 할 것은?▲여러 유형의 암벽에 따른 안전한 등반법들은?

덧붙이는 글 | 필수 용어로 배우는 <등산 상식사전>|이용대(지은이)|한국등산연구소(엮은이)|해냄 출판사|2010-10-07|값 :19,800원



필수 용어로 배우는 등산상식사전 - 등산장비에서 등반법 그리고 산악환경까지

이용대 지음, 한국등산연구소 엮음, 해냄(2010)


태그:#등산(산행), #등산용어, #코오롱 등산학교, #이용대, #해냄 출판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