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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야당 표적수사'라고 반발하고 있는 검찰의 기업비리 수사에 대해 여권 고위인사들의 수사 촉구성 발언이 이어졌다. 특히 이재오 특임장관은 "야당이 아니라 구 여당에 대한 수사"라며 철저한 수사를 강조해 민주당의 반발을 샀다.

 

이 장관은 지난 23일 <서울신문>과 한 인터뷰(25일자 게재)에서 태광그룹·C&그룹 등에 대한 검찰수사에 대해 "특별한 목적을 갖고 타깃을 정해 수사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불공정하지만, 비리나 부패 혐의가 드러나면 그것을 성역 없이 수사하는 것이 공정한 사회 아니겠느냐"며 "비자금 혐의가 나오면 누구도 덮고 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집권당이 야당을 탄압하기 위해 사정정국을 만들거나 특정 인물을 손보기 위해 하는 수사는 없기 때문에 (야권도) 염려할 것이 없다"면서 "지금 야당에서 문제되는 사람들이 있다면 집권시절의 문제일 것이고, 정확히는 구 여당 것도 수사한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했다.

 

로비대가로 금품을 챙긴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 와중에 해외로 출국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천신일 세종나모 회장에 대해 이 장관은 "천 회장이 현 정권의 위력을 빌려 부패한 것은 아니다"라며 "(천 회장 관련 의혹은) 개인의 문제이고, 우리가 집권하기 전의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장관은 "대통령과의 친분 때문에 (천 회장을) 봐준다면 공정한 사회가 안 된다"며 "이번 기회가 검찰이 신뢰를 받을 수 있는지 판가름하는 하나의 가늠자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장관의 발언은 '비리 혐의에는 여든 야든 봐줘선 안 된다'는 원칙론이지만, 검찰 수사의 폭이 '구 여당'의 비리 혐의로 확대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또 24일 기자회견에서 "수사과정에서 정치인 비리가 나온다면, 그것을 내버려두면 직무유기"라고 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발언과 같이 가차 없는 수사를 주문하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민주당 "살아 있는 권력은 해외도피, '구 여권'은 민주당 아니냐"

 

여권 고위인사들이 연일 엄정한 수사를 주문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검찰 수사를 '야당 사정'이라고 규정했다.

 

손학규 대표는 25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정부패 수사는 엄정하게 해야 하지만, 기업 사정이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이나 야당에 대한 정치탄압의 수단으로 이용된다면 결코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공정사회'가 '사정사회'가 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따끈따끈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하다가 (수사 대상을) 해외로 전부 도피시키고, 이미 식어버린, 1~2년 전에 부도난 기업은 수사하면서 '야권이 아니라 구 여권을 겨냥한다'고 하면 누구인가, 전부 민주당에 속해 있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번 검찰 수사는) 야당을 탄압하기 위한 또 하나의 사정이기 때문에 공정사회를 주장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올바른 실천을 위해서라도 '살아 있는 기업'에 대한 수사를 철저히 하라"고 촉구했다.

 

김영춘 최고위원도 "정권의 레임덕 방지를 위해 정략적으로 기획되고 있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이재오 특임장관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발언에 대해 "C&그룹 수사의 방향을 제시하고 여권 수뇌부와 긴밀한 교감 내에서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야당 협조 간절한 김무성 "수사 빨리 종결해야"

 

여권은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야당은 표적수사라면서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 수사의 진행방향에 따라 향후 정국의 파행 여부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도 예산안 통과 등을 위해 국회 파행을 최소화하고 야당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할 입장인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발언에서 이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김 원내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제가 아는 한 한화그룹이나 태광그룹 수사는 내부자 고발과 제보에 의해 수사를 하는 게 분명하다"며 "C&그룹에 대한 수사는, 아주 잘못된 기업 마인드를 갖고 권력을 등에 업고 금융권에 큰 피해를 준 기업인에 대한 수사가 왜 이렇게 늦게 시작됐는지, 이게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표적수사 주장을 일축하면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 것이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수사를 빨리 종결하라"고 거듭 주문했다. 그는 "수사가 빨리 마무리돼서 정기국회에서 '정치권 사정'이니 하는 엉뚱한 방향으로 비화돼선 안 되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박연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수많은 정치인들의 이름이 거론돼 '비리 정치인'으로 낙인찍힌 일을 언급하면서 "검찰도 피의사실 공표가 안 되는 방향으로 확실한 입장을 취해주고 언론에서도 정치권의 혼란을 가져오는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협조해줘야겠다"고 강조했다. 


태그:#검찰수사, #표적수사, #엄정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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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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