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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국방부장관이 22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질의내용을 적고 있다.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22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질의내용을 적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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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에 대한 국회 국방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는 12년 전 JSA(공동경비구역)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훈 중위의 국립묘지 안장문제를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질의에 나선 서종표 민주당 의원은 "김훈 중위 사건이 12년째 오리무중 상태에 있다"며 "육군에서 사건 처리를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를 황의돈 육군참모총장에게 따져 물었다.

답변에 나선 황 총장은 "김훈 중위 사건과 관련해서는 국방부에 재심 서류를 올렸고,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존중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어서 국방부 지침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2006년 12월 7일 '군 수사당국의 초동수사가 잘못되었으며, 그로 인한 사건의 실체적 접근이 어렵게 되었다'고 김훈 중위의 유족들에게 일부승소 판결을 했으며, '대통령소속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아래 군 의문사위)도 지난해 12월 김훈 중위 사인에 대해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다며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서 의원은 이 같은 법원과 군의문사위의 결정을 들어 "사법부와 국가기관의 판단을 받아들여 빨리 처리를 해야지, 5년이나 10년이 지나면 이것이 판명이 나느냐"고 황 총장을 다그쳤다.

황 총장은 서 의원의 질의에 대해 "군 의문사위에서 자살이 아니라고 판명이 난 것이 아니고 확인이 불가한 것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자살여부를 다시 확인을 해야 된다"며 "법원의 원심은 자살의 내용을 그대로 확정한 것이 되었기 때문에 이것을 번복하는 것은 육군에서 결정을 할 수가 없어서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재확인한 결과 계속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태영 국방장관도 "유일하게 자살이 아니라고 한 것은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에서 나온 것뿐"이라며 "나머지는 다 자살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장관과 황 총장이 '사법부도 김훈 중위가 자살했다고 판단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김훈 중위의 유족들은 '군 수사기관이 제대로 직무를 수행하지 않아 유가족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요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서 1심에서는 패소했지만 2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항소심(2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김훈이 사망하자마자 미군 측과 부대원을 통하여 자살로 성급히 판단되었고, 이에 따라 당일 언론을 통해 김훈이 자살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며, 부검을 담당한 군의관은 부검 직후 자살로 예단한 사체검안서를 작성하는 등 사건발생 초기부터 제대로 된 조사나 수사 없이 김훈이 자살한 것이라는 예단이 부대 내·외부에 지배적이었고, 그런 정황이 수사기관의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바, 과연 군 수사기관에 진상규명의 의지가 있기나 하였던 것인지 의문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항소심 판결을 최종 확정한 대법원도 "이 사건의 초동수사를 담당한 군 사법경찰관은 현장조사와 현장보존을 소홀히 하고 주요 증거품을 확보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소대원들에 대한 알리바이 조사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후 형식적으로 하는 등 그 잘못이 적지 않다"며 "이와 같은 초동수사는 조사활동 내지 수사의 기본원칙조차 지켜지지 아니한 채 행해진 것으로서 경험칙과 논리칙에 비춰 도저히 그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7일 육사 총동창회에서는 '국가유공자등 예우 및 지원에 대한 법률'에 근거하여 김훈 중위는 순직처리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국방부와 육군본부에 고 김 중위의 국립묘지 안장을 건의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그 근거는 군 의문사위와 법원 등 3개 국가기관이 내린 "타살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자살 역시 아니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행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 4조 1항 5호는 "군인이나 경찰공무원으로서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중 사망한 자"는 국가 유공자로 인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자해행위로 인한 경우'란 예외규정이 있지만 김훈 중위가 자살했다는 결론은 군 수사당국의 판단일 뿐 이후에 사법부와 군 의문사위는 사실상 군 당국의 수사결과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유가족 측의 주장이다.

육사 총동창회 측도 육군본부가 김훈 중위 사인을 재조사한다는 명목으로 국방부 조사본부에 사건의 재조사를 의뢰한 것에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3개 국가기관에서 내린 결론은 기본적으로 심의 없이도 순직자로 처리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었다는 것이 총동창회 측의 판단이다.

특히 김 장관이 "현재 유가족들이 원하는 모습은 어떻든 간에 국립묘지에 보내 달라 그런 것인데, 그것은 굉장히 큰 정책의 변화를 생각해야 한다"는 답변을 한 것에 대해 김 중위의 유족들은 명예훼손이라고 반발했다.

김훈 중위의 아버지 김척(예비역 중장)씨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특히 '국가기관들이 김 중위가 자살했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김 장관의 답변은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며 "이렇게 거짓말을 한 것은 유족들의 가슴에 다시 한 번 대못을 박는 것으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 서 의원이 추가질의를 통해 국방부가 전향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하자 김 장관은 "대법원에서 자살로 판결했다는 보고를 들었다"며 "대법원 판결문을 전체적으로 읽어 보겠다"고 답변했다.


태그:#김훈 중위, #JSA, #2010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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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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