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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계속 참 바쁩니다. 가을이라 더 그렇습니다. 오늘 하룻동안 틈틈이 찍은 사진입니다. 순서대로 올립니다.

 

밤을 깠습니다. 집 뒤쪽 주인 잃은 밤나무 밤이 제법입니다. 벌레가 먹기도 하고 썩기도 했지만 손가락 마디만한 밤톨이 참 고소합니다. 어머니는 구두 신은 발고 제가 만들어 드린 나무 꼬챙이 두개로 밤을 잘도 까십니다.

 

햇살이 퍼지자 밭으로 올라갔습니다. 남은 가지도 따고 아주 작은 박도 두 개 따고 깻잎도 좀 땄습니다. 어머니가 내 키 만큼 자란 야콘을 보고 뭐냐고 하셔서 야콘 밭 옆구리로 손가락을 집어 넣어 야콘 하나를 꺼내서 어머니랑 내가 반반씩 나눠 먹었습니다. 야콘은 우리나라에 들어 온 지가 20여년이 채 안 됩니다. 어머니는 야콘을 키워 본 적이 없어서 맛을 보시고도 잘 모르시더군요. 작년에 많이 잡수셨는데도.

 

그 다음은 다래입니다. 다래는 좀 덜 익어도 따다 놓으면 숙성이 되면서 익습니다. 술이나 효소 담아도 좋고 그냥 먹어도 좋지요. 다래순은 이른 봄에 나물 무쳐 먹어도 좋고 다래 순 즙은 천식, 기관지 등에 아주 좋습니다. 밭 뒷구석에 다래가 주렁주렁 숨어 있었습니다. 양지바른 곳 다래는 다 곪아 빠졌지만 응달진 곳은 이제 막 익어서 아주 달콤했습니다. 내가 심지 않았지만 산에는 이런 가을 열매가 많습니다.

 

밭에서 고구마도 딱 한 포기만 캐 왔는데 어머니가 고구마 순도 가져 오라고 하십니다. 바로 고구마 순을 다 벗기고 어머니는 점심도 미루면서 들깨 타작을 하십니다. 타작을 다 하시곤 챙이를 가져 오라고 하시더니 들깨를 다 까부시는 것입니다.

 

이때 저는 지게를 지고 나무하러 갔습니다. 여름 폭우 때 무너져 내린 산비탈에 큰 나무 두 그루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엔진톱을 가지고 가려다가 손 톱을 가지고 갔습니다. 저기 보이는 지게에 제가 옛날 같은 몸인 줄 알고 통나무를 잔뜩 얹었는데 두 다리가 휘청휘청 합니다. 지게가 기우뚱 거리고 어깨, 허리가 묵직하게 아픈 건 물론이고 허벅지, 종아리가 터지는 것처럼 팽창되었습니다.

 

초등 시절만 해도 옆에서 들어주거나 뒤에서 밀어줘야 겨우 일어설 정도인 엄청난 짐도 일단 일어 서기만 하면 산비탈길을 날아다니다시피 했었는데. 이젠 혼자 일어나는 것도 힘들거니와 걸음을 제대로 못 걸을 정도로 휘청거리는 걸 보면 몸 근력이 엄청 약화된 게 분명합니다.

 

이 사진에 나오는 것들이 다 오늘 작업한 것들입니다. 들깨, 감, 검은 참깨, 고구마 순, 밤 삶은 것입니다. 밤은 벌레가 먹은 것도 있고 해서 삶아서 말리는 것입니다. 안 그러면 벌레들이 다 파 먹고 껍질만 남게 됩니다. 오늘 어머니 남기신 명언이 있습니다.

 

"가을이 바빠야 겨울이 따뜻하다."


태그:#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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