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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카드뮴 낙지' 발표로 소비가 줄어들고 어민 피해가 발생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는 20일을 낙지 소비를 촉진하는 '낙지데이'로 정해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에게 내장과 먹물이 제거된 낙지비빔밥을 제공했다.
 서울시의 '카드뮴 낙지' 발표로 소비가 줄어들고 어민 피해가 발생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는 20일을 낙지 소비를 촉진하는 '낙지데이'로 정해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에게 내장과 먹물이 제거된 낙지비빔밥을 제공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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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낙지 소비 촉진을 위해 마련한 '낙지데이(Day)' 행사가 열린 20일. 무교동 낙지촌을 찾았다. 한창 바빠야 할 점심시간이었지만 가게 안은 한적했다. 무교동에서 30년째 낙지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최아무개(60)씨는 "요즘처럼 장사가 안되기는 처음"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시의 '카드뮴 낙지' 발표 이후 최씨 가게의 매출은 30% 정도 떨어졌다.

▲ 낙지 음식점 "서울시 '낙지 데이'? 염병..." 분노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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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장에서 X먹을 거 다 X먹고 카드뮴이 들었느니 말았느니" 

20일 오후 서울시 중구 무교동의 한 낙지 전문 식당에서 요리를 위해 수조에 들어 있는 낙지를 꺼내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시 중구 무교동의 한 낙지 전문 식당에서 요리를 위해 수조에 들어 있는 낙지를 꺼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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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최씨는 뉴스를 잘 안 본다. 어제도 서울시가 낙지 실험에 사용한 국내산 낙지 3건 가운데 1건이 검찰 수사 결과 중국산으로 밝혀졌다는 뉴스를 보고 속상해서 TV를 꺼버렸다. 서울시에서는 먹으면 안 된다고 하고, 식약청에서는 먹어도 안전하다고 하니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다. 최씨는 "기준을 정해가지고 정확하게 검사를 해야지, (서울시와 식약청이) 서로 싸우고 미루고 하니까 답답하다"며 "하루빨리 매듭을 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식약청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해도 손님들은 '그래도 뭔가 문제가 있으니까 문제가 있다고 하겠지' 하면서 께름칙해 한다"며 "(낙지) 내장을 빼고 달라는 손님도 많아졌고, 우리도 신경 쓰기 싫으니까 아예 내장을 빼고 주기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가장 야속한 건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식약청 발표 이후에도 서울시가 계속해서 "낙지의 내장과 먹물은 먹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최씨는 "(오세훈 시장이) 국감에서 X먹을 거 다 X먹고, 카드뮴이 들었느니 말았느니... 무슨 대책을 세워줘야지"라며 분노했다. 기자가 이날 서울시에서 열린 '낙지데이' 행사에 대해 전하자 최씨는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염X할, 개XX들이지! 지들이나 많이 X먹으라 그래!"   

이어서 최씨는 한때 '장어 파동'으로 피해를 본 지인의 이야기를 전했다.

"옛날에도 나 아는 사람이 장어 장사를 했는데, 장어에서 뭐가 나왔다고 해서 한 3개월 동안 언론에서 때렸어. 그래서 그 친구가 (가게) 문 닫아버렸어. 그런데 그 다음에 또 살아 있는 건 괜찮다고... 애들 데리고 장난치는 거야, 뭐야. 무조건 터트리고 보자는 식이야. 장사 안된다고 어디 인건비를 깎을 수 있나? (게다가) 야채 값은 비싸. 어떻게 살라고..."  

어두운 표정의 최씨는 "서울시에 소송이라도 걸고 싶은 심정"이라고 다시 한숨을 쉬었다.

이윤석 민주당 의원이 11일 오전 서울특별시청 서소문 별관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특별시청 국정감사 오전 일정을 마친 뒤 오찬장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무안 세발낙지 시식을 권하고 있다.
 이윤석 민주당 의원이 11일 오전 서울특별시청 서소문 별관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특별시청 국정감사 오전 일정을 마친 뒤 오찬장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무안 세발낙지 시식을 권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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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서 낙지 이야기 나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 정확하게 알려줬으면"

역시 무교동에서 30년째 낙지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아무개(57)씨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낙지 파동' 이후 단골손님들이 "몇 십 년 동안 먹어도 아무 이상 없었는데"라며 일부러 가게를 찾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13일 서울시 발표 직후 20일 동안은 김씨네 가게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었다. 김씨는 "30년 동안 장사하면서 '낙지 파동'이 일어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김씨는 뉴스에 낙지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요즘같이 힘든 때 이거 빼고 저거 빼고 남는 거 있어? 인건비 비싸지, 재료 비싸지. (뉴스에서) 한 번 그럴 때마다 손님들이 올지, 안 올지. 일반인들은 웃고 넘길지 몰라도 직접 파는 사람들은 한 번 때려놓으면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가." 

낙지 내장의 '안전성'을 두고 서울시와 식약청이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김씨는 "정확한 내용을 발표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처음 서울시 발표가 나왔을 때 "손님들한테 낙지 머리 좋다고 먹으라 그랬는데 막 죄짓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그는 "손님들한테 안 좋은 거 계속 팔 수도 없고, 양단간에 결정할 수 있게 좋은지 나쁜지 정확하게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손님들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동료들과 함께 낙지비빔밥을 먹으러 왔다는 이화연(32)씨가 "처음에는 신경이 쓰였는데 알고 보니 괜찮다고 밝혀진 거 아닌가, 오세훈 시장도 국감장에서 낙지 먹던데"라고 말하자, 옆에 있던 동료는 "아니야, 오세훈이 그래도 위험하다 그랬어"라고 반박했다. 앞서 만난 낙지 업주들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확실한 내용을 발표 해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장과 먹물 뺀 서울시, 머리까지 통째로 먹은 성동구청    

서울시청 직원들이 '우리 낙지! 참 맛있어요!'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린 구내식당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다.
 서울시청 직원들이 '우리 낙지! 참 맛있어요!'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린 구내식당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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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20일을 낙지 소비를 촉진하는 '낙지데이'로 정해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에게 내장과 먹물이 제거된 낙지비빔밥을 제공했다.
 서울시는 20일을 낙지 소비를 촉진하는 '낙지데이'로 정해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에게 내장과 먹물이 제거된 낙지비빔밥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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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날 서울시청에서는 '낙지데이' 행사가 진행됐다. 서울시 직원들의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오전 11시 30분경, 서울시청 구내식당 앞에는 "우리 낙지! 참 맛있어요!"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점심식사를 위해 구내식당을 찾은 직원들은 수많은 카메라에 어리둥절해했다. 일부 직원들은 카메라를 피해 3층 식당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덕분에 기자들이 몰려 있던 2층 식당에는 한때 밥 먹는 사람보다 기자들이 더 많은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점심 메뉴는 낙지비빔밥. 하얀 그릇에 양배추, 깻잎 그리고 낙지 다리가 담겨 나왔다. 유석윤 서울시 총무과 팀장은 "언론 보도로 인해 현지 어민들의 낙지 판매가 감소했다고 해서 낙지의 참맛을 보여드리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 팀장은 "이번 행사가 낙지 소비를 촉진시키는 것은 물론, 언론 보도를 통해 낙지에 대해 잘못 판단했던 일부 직원들에게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행사를 위해 서울시는 전남 무안에서 낙지 2700마리를 공수해왔다. 하지만 서울시가 유해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내장과 먹물은 모두 제거했다. 이날 '어린이 학교 안전 관련 학부모와의 대화'에 참석한 오세훈 시장은 '낙지데이' 행사에 나타나지 않았다.

20일, 성동구청 직원들이 낙지 소비 촉진을 위해 낙지 머리까지 통째로 먹는 시식회를 열고 있다. 성동구청은 낙지 내장과 먹물의 무해성을 알리기 위해 이러한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20일, 성동구청 직원들이 낙지 소비 촉진을 위해 낙지 머리까지 통째로 먹는 시식회를 열고 있다. 성동구청은 낙지 내장과 먹물의 무해성을 알리기 위해 이러한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 성동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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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비슷한 시각 성동구청 구내식당에서는 고재득 구청장을 포함한 전 직원이 산낙지를 머리까지 통째로 먹는 시식회가 열렸다.

진성권 성동구청 총무과장은 "낙지 머리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카드뮴이 검출됐다는 발표를 했을 당시 실험에 쓰인 낙지가 중국산인 것으로 판명됐지만, 낙지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가 확산되면서 해당 지역 어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행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진 과장은 "내장과 먹물까지 통째로 낙지를 먹는 시식회를 통해 낙지의 무해성을 알려, 어민들과 판매 상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성동구청은 전남 무안에서 산낙지 400마리를 공수해왔다.  


태그:#낙지데이, #낙지, #카드뮴 낙지, #무교동 낙지,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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