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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편리한 교통수단인 전철. 전철은 대량의 승객을 안전하고 빠르게 수송함으로써 시민의 교통편의 증진과 지역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전철은 안전과 효율을 위하여 기존의 도로 시설과는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다. 지하에 설치된 지하철은 필히 계단을 이용하여 지하로 내려가야 하며, 지상에 설치된 전철도 승객이 철길을 건너다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계단을 이용하여 플랫폼에 당도하도록 되어 있다.

전철역의 계단과 에스컬레이터
 전철역의 계단과 에스컬레이터
ⓒ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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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이동이 추가로 필요한 전철의 이 같은 특성은 전철의 접근성을 낮추는 요소가 되며, 버스나 자동차에 비해 최대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기 힘들어 전철을 기피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등이 설치되어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은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전철에서는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여, 수직이동을 없앤 동선(動線)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 이는 전철의 접근성과 환승편의를 개선시킨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이런 구조로는 '바로타'와 '평면환승'이 있다.

찍고 바로 탄다, '바로타' 구조

지상 전철을 탈 경우, 지상 1층의 역 광장에서 계단을 이용하여 지상 2층의 대합실에 올라온 후 개표기를 통과하여 1층 플랫폼으로 다시 내려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어떤 역은 지상 1층의 플랫폼 상에 개집표기가 있어서, 역 광장에서 플랫폼까지 계단없이 이동할 수 있다.

보통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전철 노선의 종착역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구조다. 1호선 인천역, 소요산역, 경의선 서울역 등이 이런 구조를 갖는다. 이들 역은 1층에 있는 역내 대합실에서 개표기만 통과하면 곧바로 플랫폼이 나타난다. 별도의 계단을 이용할 필요가 없으며, 경사가 있어도 빗면 정도에 불과하다. 이렇듯 개표기에서 교통카드를 찍기만 하면 '바로' 전동차를 '타'는 곳이 나타난다고 해서 철도동호인들은 '바로타' 구조라는 별명으로 부르고 있다.

경의선 서울역은 대합실에서 개표기만 통과하면 계단없이 승강장이 나타난다. 이를 '바로타'구조라고 한다.
 경의선 서울역은 대합실에서 개표기만 통과하면 계단없이 승강장이 나타난다. 이를 '바로타'구조라고 한다.
ⓒ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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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역인 1호선 노량진역이나 성북역의 경우, 한쪽 승강장이 역 광장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활용하여 예전부터 바로타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승객이 2층 역사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되고 이에 따라 역사 혼잡도 방지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경의선 가좌역도 바로타 구조이다. 이쪽은 플랫폼 접근을 위해 철길까지 건너야 하기 때문에 간이역의 풍취마저 느낄 수 있다. 지하철도 역이 지상에 있는 경우, 이 구조를 적극 채용하고 있다. 2호선 신답역이나 광주 1호선 녹동역, 부산 2호선 부산대양산캠퍼스 역 등이 그렇다.

최근 바로타 구조에서 가장 주목할 역이라면 단연 1호선 화서역이다. 화서역의 플랫폼은 외부 지역과 거의 평면으로 맞닿아있다. 즉 개표기만 설치되면 외부에서 플랫폼까지 평면으로 이동이 가능한데도, 지금까지는 개집표기가 2층 역사에 있어서 반드시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화서역 승강장에서 찍은 사진. 오른쪽은 기존 개표기가 있는 대합실로 올라가는 계단이고, 왼쪽은 새로 생긴 바로타 출입구이다. 개집표기가 승강장과 동일층에 있어 계단없이 밖으로 나갈 수 있다.
 화서역 승강장에서 찍은 사진. 오른쪽은 기존 개표기가 있는 대합실로 올라가는 계단이고, 왼쪽은 새로 생긴 바로타 출입구이다. 개집표기가 승강장과 동일층에 있어 계단없이 밖으로 나갈 수 있다.
ⓒ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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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1호선 전철을 운영하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서는 플랫폼과 외부를 바로 연결하는 통로를 만들고 여기에 개집표기를 설치하여 화서역의 구조를 바로타 구조로 바꾸었다. 기존 시설을 개선하여, 동선을 승객 위주로 개선한 것이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교통약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매우 적절한 서비스 개선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바로타 구조는 지하역에서도 사용된다. 지하역은 지상에서 지하 1층 대합실로 내려간 뒤, 개집표기를 통과하여 지하 2층 플랫폼으로 한 번 더 내려가는 것이 보통이다. 지하 바로타 역에는 지하 1층에 개집표기와 플랫폼이 함께 있다. 따라서 승객 입장에서는 계단을 한번만 내려가면 되므로 편리해진다.

국내에 이런 역으로는 1호선 동묘앞역, 2호선 용두역, 7호선 건대입구역, 부산 1호선 교대역, 부산 2호선 부산대양산캠퍼스역, 광주1호선 도산역, 소태역이 있다.

광주 1호선 소태역은 지하승강장과 개집표기가 같은 층에 있다
 광주 1호선 소태역은 지하승강장과 개집표기가 같은 층에 있다
ⓒ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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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없이 환승한다, '평면환승'

전철 이용시 수직 이동이 자주 발생하는 부분이 바로 환승이다. 전철 노선의 특성상 갈아타는 노선은 층이 다른 경우가 많으므로, 반드시 계단을 이용해야 하며 이는 전철 이용을 힘들게 하는 대표적인 요소로 꼽혀왔다. 환승을 하기가 싫어서, 돌아가지만 한 번에 가는 지하철 경로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도 환승을 할 수 있는데 이를 '평면환승'이라고 한다. 평면환승 구조에서는 두 개의 서로 다른 노선이 하나의 플랫폼을 공유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따라서 열차에서 내린 승객은 플랫폼 맞은편에서 다른 노선의 열차를 탈 수 있다.

이러한 평면환승 구조는, 넓게 보면 완행과 급행을 한 승강장에서 갈아탈 수 있는 1호선 경인선 구간이나, 본선과 지선을 한 승강장에서 갈아탈 수 있는 2호선 성수역도 있지만, 역시 백미는 서로 다른 노선을 한 승강장에서 갈아타는 것이다. 수도권 전철에서 이러한 역으로는 1~4호선 금정역과 공항철도~9호선의 김포공항역이 있다.

이러한 역의 승강장 구조를 '방항별 쌍섬식'이라고 부르는데, 동일 방향의 2개 노선이 하나의 승강장을 공유하는 형태가 된다. 즉, 금정역의 경우 1, 4호선 서울방면과 1, 4호선 시외 방면이 각각 하나의 승강장을 공유한다. 따라서 동일방향 승객은 플랫폼에 내린 뒤 계단 없이 맞은편에서 곧바로 환승이 가능하다.

금정역은 1호선(왼쪽)과 4호선(오른쪽)이 같은 승강장을 공유하고 있어서, 평면환승이 가능하다
 금정역은 1호선(왼쪽)과 4호선(오른쪽)이 같은 승강장을 공유하고 있어서, 평면환승이 가능하다
ⓒ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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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노선과 함께 방향까지 바꾸는 승객은 계단을 이용해야 하지만, 두 노선이 예각으로 만나는 특성상, 방향을 유지하며 노선만 바꾸는 승객이 훨씬 많기 때문에, 많은 승객들이 평면환승의 혜택을 볼 수가 있다.

예를 들어 '4호선 안산→금정→1호선 영등포'나 '1호선 수원→금정→4호선 사당' 식으로 가는 승객은 매우 많지만, '4호선 안산→금정→1호선 수원'으로 가는 승객은 많지 않다. 이런 경우 안산에서 수원행 버스를 타는 등 경로가 더 짧은 교통수단을 이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평면환승은 김포공항역도 마찬가지인데, 오는 11월 6일부터 김포공항역의 지하3층 플랫폼은 도심방면 노선이 공유하고, 지하4층 플랫폼은 시외방면 노선이 공유한다. 따라서 역시 계단 없이 한 플랫폼에서 평면환승이 가능하다.

김포공항역 양방향 평면환승 구조도
 김포공항역 양방향 평면환승 구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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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평면환승은 전철의 최대약점으로 꼽히는 환승시 수직이동 불편을 근본적으로 해결한 우수한 구조이다. 이러한 형태의 환승구조는 두 노선이 십자로 교차하는 경우에는 만들 수 없고, 예각으로 만났다가 헤어지거나 예각으로 교차하는 선형일 때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선형임에도 불구하고 1호선~중앙선의 회기역이나 8호선~분당선 복정역은 평면환승을 실현하지 못했다. 이러한 점을 생각해보면, 금정역이나 김포공항역의 우수함을 알 수가 있다.

복정역 구조도. '같은 방향'이 아닌, '같은 노선'이 한 승강장을 쓰고 있어서 평면환승이 불가능하다.
 복정역 구조도. '같은 방향'이 아닌, '같은 노선'이 한 승강장을 쓰고 있어서 평면환승이 불가능하다.
ⓒ 서울도시철도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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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수단으로서 전철은 다양한 장점이 있지만, 수직이동이 필요하다는 것은 약점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면 수직이동을 최소화 할 수 있으며 '바로타'나 '평면환승' 구조가 그러한 예이다. 물론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곳도 있겠지만, 처음부터 가능한 곳이라면 승객 편의를 위해서 이런 구조가 적극 채택될 필요가 있다. 특히 화서역처럼 승객 편의를 위해 나중에 고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앞으로도 전철을 이용하는 승객의 편의를 위해 보다 세심한 설계와 구조 개선이 지속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전철의 경쟁력을 높이고, 공공교통의 분담률을 높이며 더 나아가서는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배출 감소로 국가 경제에까지 이바지하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한우진 시민기자는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frdb.railplus.kr), 코레일 명예기자입니다



태그:#바로타, #평면환승, #전철, #코레일, #화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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