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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모의고사 2교시 모습
 수능모의고사 2교시 모습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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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회의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들과 학생들에게는 G20정상회의 1주일 뒤인 11월 18일에 열리는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시험)'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일생 일대에 가장 중요한 날 중 하나로 여겨지는, 날아가는 비행기도 멈추게 하는 그 수능시험이 이제 한 달 남았다.

지금 대한민국 고3 교실은 어떤 모습이고, 그 속에서 우리 학생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지난 9월과 10월엔 수능 모의고사가 있었다. 국가기관인 교육과정평가원과 시도교육청이 주관하는 공식적인 수능모의고사가 모두 끝난 것이다. 공식적으로 치러지는 수능모의고사 외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사설기관에서 시행하는 모의시험까지 포함하면, 고3들은 모두 10여 차례 이상 시험을 치렀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는데도 많은 학생들이 시험시간에 엎드려 자고 있다. 자면서 꾸는 '꿈' 속에서 이들은 진짜 '꿈'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친구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기를, 그리고 한 명도 자신의 꿈과 미래를 포기하지 않기를...

대한민국 수시전형, 방법만 550개?

수능모의고사 답안지. 3번으로 쭉 밀었는데 무슨 이유인지 한 문제만 4번이다. 그런데 결과 점수는 똑같았다.
 수능모의고사 답안지. 3번으로 쭉 밀었는데 무슨 이유인지 한 문제만 4번이다. 그런데 결과 점수는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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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교시 시험이 끝났다. 아이들의 시험 답안지를 걷다보니 이런 게 있다. 이 두 아이는 완전히 다른 친구이지만, 답을 모두 3번으로 칠했다. 이런 것을 학생들은 "밀었다"라고 표현한다. 어떤 시험에서도 반에 몇 명은 이런 친구들이 나온다.

그런데 이 중 한 아이는 실수로 그랬는지 무슨 다른 이유에서 그랬는지 2번 문제의 정답을 '유일하게' 4번으로 칠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정답은 3번도 아니고, 4번도 아니었다. 그래서 이 두 아이는 결과적으로 같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 아이들의 꿈은 이 수능 모의고사 문제지 속에 있지 않은가보다. 이 아이들의 미래도 그들이 정답이라고 일렬로 '밀어 놓은' 답처럼 쭉 뻗어 나갈 수 있을까?

이전에는 수능시험만 잘 보면 대학에 입학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수시전형이라는 것이 생겼다. 그러다가 수시전형도 논술전형, 특기전형, 입학사정관전형 등 여러 경로가 생겼다. 속설로는 수시 전형의 방법이 550개라고도 한다.

대학교마다 한명이라도 학생들을 먼저 확보하기 위하여 각종 전형방법을 만들어 내고 있고, 이를 경쟁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교실마다 이런 자료가 가득하다. 학생들도 학부모도 혼란스럽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 모든 학교의 것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학생들도, 국민들도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데 어느 날 대통령은 입학사정관으로 100% 학생을 모집한다고 말하였다가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다음에는 또 어떤 전형을 만들어낼까?

대학입시 경쟁률만큼은 세계 최고인 '대~한민국'

적성검사를 위한 각종 문제집와 해설서들. 적성검사로 대학 가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이것을 위해 모의고사를 치고, 학원을 다니면서 문제풀이를 하는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다.
 적성검사를 위한 각종 문제집와 해설서들. 적성검사로 대학 가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이것을 위해 모의고사를 치고, 학원을 다니면서 문제풀이를 하는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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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성적이나 수능성적을 반영하지 않고 학생들의 적성을 반영하여 신입생을 선발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적성검사 전형'이라는 것이 있다. 초중학생 때 IQ 검사와 더불어 적성검사라는 것을 하는데, 학생들의 직업 적성을 파악하여 이후 진로나 진학 지도에 참고로 삼기 위하여 하는 검사이다. 이 적성검사를 신입생 선발의 도구로 삼는 전형이 적성검사전형이다. 그런데 점수제의 폐해를 비판하면서 도입된 이 적성검사전형도 사실은 점수를 기준으로 선발하는 또 다른 줄세우기로 전락했다.

내신이나 수능모의고사 점수 낮게 나온 학생들은 이걸로 하면 된다고 유혹하고 있다. 적성검사 대비 문제집과 모의고사도 있고, 심지어 학원을 다니거나 집중과외를 받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 전형에는 수능성적이나 내신성적이 전혀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이 전형을 준비하는 아이들은 아예 수업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때문에 교사들은 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수시전형 지원서 봉투. 아이들은 이 안에 꿈을 담았는데 그 꿈이 이루어질까?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귀하의 이름이 합격자 명단에 없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받는다.
 수시전형 지원서 봉투. 아이들은 이 안에 꿈을 담았는데 그 꿈이 이루어질까?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귀하의 이름이 합격자 명단에 없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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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생의 수시 입학전형 지원서다. 이 원서 한 장의 가격이 4~12만 원 정도 한다. 많이 쓰는 학생은 수시 전형만 16장을 썼는데, 전형료만 따져도 100만 원이 넘었다. 학생들은 이런 자신들의 처지를 빗대어 '기부천사'라고 한다. 자기들은 대학의 입학 장사에 돈을 대주는 기부자들이라는 뜻이다. 왜 그렇게 원서를 많이 쓰냐고 물어보니 웃으면서 "그 대학에 내년에 건물 하나 지으라고 제가 돈 좀 보태줬어요"라고 말한다. 진심은 아니지만 자신들의 처지에 대한 비아냥을 담은 말이다.

한 아이는 "떨어질 줄 알면서 부모님께 원서비 달라고 하기가 미안해서 저는 2곳밖에 안 넣었어요"라고 말한다. 어떤 아이들은 대학들이 면접 날짜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지원한 학교들의 면접일이 겹치면서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맞기도 한다.

학생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기저기 원서를 넣어, 인기있는 학과는 경쟁률이 100 대 1을 넘기는 것은 예사이고 300 대 1에 이르기도 한다. G20 회의가 수능시험 일주일 전에 열리는데 이것도 세계 최고라고 다른 나라 정상들에게 자랑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제2외국어는 아랍어?

학생들의 수능시험 응시 서류. 아랍어 기본 알파벳도 모르는 많은 친구들이 선택과목으로 아랍어를 선택하고 있다. 배우는 학교는 하나도 없는데 응시하는 학생은 가장 많은 것이 아랍어란다.
 학생들의 수능시험 응시 서류. 아랍어 기본 알파벳도 모르는 많은 친구들이 선택과목으로 아랍어를 선택하고 있다. 배우는 학교는 하나도 없는데 응시하는 학생은 가장 많은 것이 아랍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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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과 수시모집에 대한 각종 홍보자료들. 한 명이라도 먼저 선점하기 위한 대학의 경쟁은 치열하고 학생들은 고민이다.
 입학사정관과 수시모집에 대한 각종 홍보자료들. 한 명이라도 먼저 선점하기 위한 대학의 경쟁은 치열하고 학생들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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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수능원서 접수를 인터넷으로 하기 때문에 담임선생님이 학생들의 지원서를 모아서 한꺼번에 접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담임교사들은 수능시험 원서 내용을 인터넷으로 입력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응시과목을 적어서 내라고 한다.

5교시는 제2외국어인데 우리학교 학생들 대부분이 제2외국어로 아랍어를 적어냈다. 우리 학교에서 지정한 제2외국어는 일본어와 중국어다. 대한민국에서 제2외국어로 아랍어를 가르치는 학교는 단 한 학교도 없다고 한다. 그런데 우습게도 응시학생이 가장 많은 제2외국어 과목이 아랍어란다. 그것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다. 이를 흔히 '아랍어 패러독스'라고 한다. 즉, 배우는 학생은 없는데, 응시하는 학생은 가장 많은 기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왜 우리 학교 학생들을 비롯해 대한민국 학생들이 아랍어를 선택할까? 지난 1학기 수능모의고사에서 우리 학교 2명의 학생이 배우지도 않은 아랍어를 선택해서 시험을 봤다. 물론 아랍어 알파벳도 모르기 때문에 그냥 '눈 감고' 찍었다. 그래서 자기 채점을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성적표를 받아보았는데 담임을 비롯하여 학생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2등급을 받은 학생, 그러니까 전체 응시자 중 상위 11% 이내에 든 학생이 2명이나 되었던 것이다. 이 소문이 학교에 파다하게 퍼졌고 아랍어에 별로 관심이 없는 학생들도 제2외국어로 아랍어를 선택했다. 대한민국의 기형적 학벌사회가 만들어낸 기형적 현상이 바로 이 '아랍어 패러독스'가 아닐까?

기타 결석, 기타 조퇴, 기타 지각... 지저분한 출석부

고3 어느반의 출석부인데... '기타' 조퇴가 상당히 많다. 이 중에는 진짜 기타를 치러 간 친구도 있고 체육학원을 다니는 친구들도 있고 또 다른 이유로 수업을 빠지는 친구들도 있다. 고1,2학년 때 지각 결석 많이 하다가 3학년 때는 없어진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고3 어느반의 출석부인데... '기타' 조퇴가 상당히 많다. 이 중에는 진짜 기타를 치러 간 친구도 있고 체육학원을 다니는 친구들도 있고 또 다른 이유로 수업을 빠지는 친구들도 있다. 고1,2학년 때 지각 결석 많이 하다가 3학년 때는 없어진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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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1, 2 학년 때 결석이나 지각을 많이 하는 학생들도 3학년이 되면 그 횟수가 훨씬 적어지고, 결석·지각하는 학생들도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 특히 3학년 2학기가 되면 출석부에 기타 결석, 기타 조퇴, 기타 지각 같은 것이 많아지고, 공결도 엄청나게 늘어난다.

대부분 체대에 가려고 체육입시 학원에 가는 아이들이거나, 미술이나 음악 관련 학과를 가기 위하여 학원 또는 개인 지도를 받는 학생들이다. 이중엔 입학사정관이나 수시전형을 위하여 포트폴리오를 만들거나 학원에 가는 학생 등도 있다. 이 아이들 모두 '기타 사유'로 지각이나 조퇴를 하는 것으로 기록된다.

이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학교나 담임교사들은 고민이다. '공결'의 대부분은 수시전형에 원서를 넣고 면접이나 논술 시험 등에 참가하기 위하여 학교를 빠지는 경우다. 최근에는 3학년 학생들의 출석부가 1,2학년 출석부보다 훨씬 지저분하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3학년 학생들은 중간고사를 치른다. 얼마 앞으로 다가온 수능, 입학사정관제, 적성검사, 면접시험, 논술시험 등 이루 셀 수도 없는 수많은 수시 전형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이 학교, 내일은 저 학교로 돌아다녀야 한다. 학교에서 학원, 대학교, 집을 오가면서 오늘도 정신이 하나도 없다. 한 마디로 '바쁘다 바빠!' 이들의 고단한 일상 속에 진짜 꿈이 있을까? 모두 꿈을 찾아 끝까지 GO GO(고고)!


태그:#수능 1달, #고3, #수시전형, #입학사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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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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