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과 관련하여 대다수 헌법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이 있다. 개헌은 대다수 국민의 관심과 논의에 기반한 공론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공론화 과정은 실제 국민의 민주주의와 기본권이 신장되는 과정이며, 국민을 위한 개헌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이해집단이나 권력집단의 특수세력의 이익을 위해 음모적·정략적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빈번하며 그동안 실패의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불거진 개헌 논의 역시 이명박 정부와 국회 내 친이계세력을 중심으로 음모적 혹은 정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참여정부의 개헌논의 역시 이러한 음모론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좌초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참여정부에서 당대의 추진을 포기하고 여야 6개정당의 합의로 18대 국회 초반에 개헌추진에 합의를 도출한 것은 개헌논의의 일진전이여 큰 성과였다. 따라서, 이 대전제 위에 18대 국회 초반에 국민과 함께 공론화에 성공을 도출한 후 정치권의 합의에 의해 이명박 정부가 개헌을 추진했다면 성공적인 개헌이 되었을 것이다.
사실 현재의 헌법은 1987년 개헌 이래 20년이 지나오면서 권력구조는 물론이고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기본권의 요구에 맞도록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서 학계는 물론 대다수 국민이 찬성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과제보다는 미국과의 무리한 쇠고기 협상이나 강부자 인사파동 등으로 국정초반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민들을 거리로 내모는 미숙함을 보였다.
따라서 이제 와서 개헌론에 불을 지피는 것은 국정후반의 운영조차 조기 레임덕에 빠져 국정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개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적 요구와 공감대인데, 이러한 대전제가 생략된 채 정치권의 특수세력 중심으로 전개되는 지금의 양상은 국력만 낭비할 공산이 높다.
준비 안 된 국회 정쟁만 부추길 뿐
참여정부에서의 개헌을 둘러싼 여야합의를 기반으로 18대 국회 초반 개헌논의가 시작되었고 이명박 정부 역시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 사실이다. 국회 자문기구 구성, 여야 의원 186명으로 구성된 미래한국헌법연구회, 시민사회의 대화문화아카데미 등 개헌과 관련된 활동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상과 같은 활동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국회 상황은 국민의 개헌요구와 공감대를 만들어 낼 정도의 주도권을 행사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현실이다.
18대 국회는 쇠고기협상, 미디어법, 세종시, 4대강 등의 갈등현안의 연속이었고, 국회가 개헌문제를 안정적으로 다룰 여유가 없었다. 이명박 정부는 국정 초반부터 여야당과의 국정아젠다에 대한 충분한 협의와 타협없이 일방적으로 어젠다를 설정하고 한나라당이란 과반수 의석을 기반으로 독선적인 국정운영을 선택했다. 때론 한나라당 내부와도 갈등을 초래하는 현안들이 발생하곤 했다.
그 결과 국회는 이명박 정부가 제출한 갈등 어젠다로 항상 투쟁의 장소가 되었고, 개헌과 같은 막중한 문제를 안정적으로 논의하고 협의할 수 있는 정치적 분위기는 무르익지 못했다. 지금도 4대강 등의 첨예한 갈등 현안을 국회에 던져 놓고 동시에 개헌을 논의하자고 하는 것은 다른 정략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여당발로 발생한 빅딜론과 같은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국회의 철저한 준비도 없이 특정세력이 중심이되어 진행되는 개헌론은 반드시 음모론과 정략론에 부딪혀 실패할 것이다.
개헌론과 관련하여 참여정부의 교훈은 아무리 좋은 개헌론도 음모론에 부딪히면 반드시 실패한다는 것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께서 개헌발의를 포기하고 18대 국회 초반에 추진하도록 여야지도부와 합의한 것은 이러한 선견지명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이제 18대 국회에서 '개헌논의'는 무의미하며, 19대 국회 초반에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며 새로운 헌법을 만들 수 있는 정치지도자들의 제2차 합의선언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정세력의 개헌추진 반드시 실패
더 이상 국론분열의 논쟁을 종식하고, 보다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방식의 개헌논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좋은 의도이든 나쁜 의도이든 '특정세력'이 주도하는 개헌추진은 반드시 실패했다.
지금 추진되고 있는 개헌 역시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개헌론의 불씨가 누가 보아도 음모적이고 정략적인 방식으로 제기되었고, 특히 특정세력과 이익세력들의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논의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개헌의 적기가 아닌 것이다. 지금은 개헌의 시기를 놓쳤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개헌과 관련하여 보다 연구하고 토론하는 국회의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며, 보다 장기적인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미 차기 대선후보군이 등장하고 2012년 총선이 눈 앞에 다가 온 시점에서 권력구조 개편과 같은 민감한 사안을 논의하기에는 이미 특정세력들의 이해관계가 너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국론분열만이 있는 소모적인 개헌론을 중단하고 보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개헌의 대전제를 만들어내고 그에 대한 국민과 정치권의 합의에 성숙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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