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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짓는 부모를 둔 산골 아이들한테 국악교육을 시키려고 정부의 예술강사 지원 사업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었는데 이마저도 힘들겠네요."

 

경기 ㅁ초의 김아무개 분교장은 7일 예술강사 지원 사업 신청서를 책상에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이날부터 신청을 받기 시작한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와 문화체육관광부(문광부)의 예술강사 지원 사업에서 학교 선정 우선순위가 올해 슬쩍 바뀐 탓이다.

 

600억원 예술강사 사업, 여건 좋은 지역 중복 지원 우려

 

교과부와 문광부는 최근 전국 1만1200개 초중고에 보낸 '2011년도 예술강사 지원 사업-지원대상학교 선정 및 지원 계획'이란 공문에서 '문화예술교육 실적 및 교육여건 등이 우수한 학교'를 선정 우선순위 윗자리로 올렸다. 사실상 교육여건이 좋은 도시학교에 예술강사를 우선 파견하겠다는 얘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부는 학교 선정 우선순위로 교육여건이 좋지 않은 농어촌·도서벽지 학교와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대상학교를 앞세웠다. 문화예술교육 실적 및 교육여건 등이 우수한 학교는 제일 뒷순위였다. 하지만 '공정한 교육', '공정한 사회'를 내세운 교과부와 문광부가 기존 방침을 바꾼 것이다.

 

김 분교장은 "가정형편과 학교형편이 곤란해 문화예술교육은커녕 방과후학교에 강사를 모시기도 어려워 정부 지원 사업에 기대려고 했던 것"이라면서 "농어촌 아이들을 돕지는 못할망정 기존에 있던 제도까지 바꿔치기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전통문화 소외현상을 해소하라'는 특별지시로 시작된 예술강사 지원 사업은 올해의 경우 625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전국 5436개 초중고에 예술강사 4156명을 지원했다. 내년에도 교과부와 문광부는 6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올해와 비슷한 규모의 강사를 각 학교에 보낼 예정이다.

 

정부의 사업을 대행하고 있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신청 사이트를 보면 '학교정보 확인'이란 항목에서 학교의 교육 시설에 대해 적도록 요구하고 있다. 시청각실, 무용실, 음악실, 마루시설 등의 존재 여부를 표시하라는 것이다. 강사 지원 우선순위로 내세운 '교육여건 우수성' 판단 도구 가운데 하나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시설이 없는 학교는 신청 단계부터 소외감을 갖게 된다는 게 교사들의 지적이다.

 

문광부 "도서벽지에 예술강사 지원은 효율성 부족"

 

신은희 전교조 전 초등교육과정분과장(초등교사)은 "원래 예술강사 지원 사업은 문화예술교육 등에 대한 사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소외 지역을 우선으로 지원해온 정부의 사업"이라면서 "공정한 교육을 내세운 교과부가 올해부터 왜 교육여건이 좋은 지역을 우선순위로 두고 예술강사를 무료 지원하려고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광부 문화예술교육과 중견관리는 지원 우선순위 변경 배경과 관련 "농어촌 도서벽지에 예술강사를 지원했더니 강사 접근성이 떨어지고 학생 수도 많지 않아 효율성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리는 "예술강사 지원 사업은 학교장 의지가 중요할 뿐더러 교육여건이 갖춰져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하는 것이 더 효과가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교육여건이 우수한 학교를 우선순위로 올렸다고 해서 취약계층 지원의 중요성을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과부 학교운영지원과 담당자는 "선임자로부터 업무 인수인계를 9월에 받아 미처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태그:#공정한교육, #예술강사지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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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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