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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 구글코리아 프로덕트 매니저가 7일 오전 역삼동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구글 한국어 '순간검색'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최원준 구글코리아 프로덕트 매니저가 7일 오전 역삼동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구글 한국어 '순간검색'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 구글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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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알파벳 언어로 한국어가 세계 최초다. 전 세계 구글러와 한국 직원들의 노력 덕분이고, 나머지 50%는 중국어나 일본어보다 우수한 문자를 만든 세종대왕에게 감사해야 한다."

구글코리아(대표 이원진)는 7일 오전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구글 순간검색(구글 인스턴트)' 한국어 서비스를 발표했다.

'순간 검색'은 사용자가 검색어를 입력하는 도중 검색어를 미리 예측해 검색 결과까지 바로 보여주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제주도 여행'을 검색하려 할 때 첫 글자인 '제'자만 입력해도 같은 글자로 가장 많이 검색된 '제주도 여행' 검색 결과가 바로 자동 출력돼 검색 시간을 평균 2~5초 정도 줄여준다.

음성검색은 8번째, 음성 이메일은 2번째... 한국어 위상 급상승

구글코리아는 6일 영어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한국어 음성 이메일 입력 서비스를 선보였다.
 구글코리아는 6일 영어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한국어 음성 이메일 입력 서비스를 선보였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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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서 영어 순간검색 서비스를 처음 선보인 건 지난달 9일. 불과 한 달 만에 독일어, 프랑스어 등과 나란히 그것도 중국어나 일본어에 앞서 비알파벳 언어로는 처음으로 한국어 서비스가 시작된 것이다.

지난 6월 16일 시작한 구글 한국어 음성 검색의 경우 2008년 영어 음성 검색 이후 2년 만에 그것도 중국어, 일본어 등에 이어 세계 8번째 언어였던 것을 감안하면 한국어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구글코리아에서 전날 발표한 음성으로 G메일과 문자메시지(SMS)를 쓸 수 있는 '말로 쓰는 구글 모바일 서비스'는 영어에 이어 한국어가 세계 두 번째였다. 

이날 미국 출장 중 화상으로 연결된 조원규 구글코리아 R&D센터 사장은 "한자나 일본어는 문자 조합이 아니어서 순간 검색이 어려운 반면 한글은 알파벳과 마찬가지로 자음과 모음 조화로 이뤄진 과학적인 문자여서 개발이 쉬웠다"고 그 배경을 밝혔다.

앞서 '세종대왕 덕'을 강조했던 최원준 구글코리아 프로덕트 매니저 역시 "알파벳과 달리 한글은 자음과 모음, 받침 여러 조합이 있어 예측 결과를 보여주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중국어는 타이핑을 해서 여러 추천되는 문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일본어도 히라가나나 가타가나를 선택해야 하는 등 훨씬 어려웠다"고 밝혔다.

'검색지존' 구글, '테스트 베드' 한국에서 자존심 찾기?

'순간 검색'은 기존 표준 검색보다 평균 20배나 많은 검색 결과를 요구하기 때문에 데이터 속도가 중요하다. 따라서 한국어가 두 번째 언어로 채택된 데에는 초고속인터넷이 보편화돼 각종 IT 신기술의 '시험대(테스트 베드)' 역할을 해온 한국 인터넷 환경도 무시할 수 없다. 

이날 조 사장과 함께 영상 인터뷰를 한 벤 곰스 구글 책임 엔지니어가 "한국의 경우 같은 인터넷 연결 속도가 좋은 환경에서 순간 검색을 선보이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전세계 검색시장에서 한국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데다 국내 시장 점유율도 낮은 탓에 한국은 구글의 각종 검색 기술 지원에서도 항상 뒷전이었다. 하지만 모바일 검색 경쟁과 더불어 한국어가 구글 주요 언어로 급부상하자 토종 검색 업체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내 포털업체 한 관계자는 "전 세계 검색 시장을 장악한 구글이 유독 고전하는 곳이 중국, 러시아, 한국 세 나라"라면서 "중국이나 러시아는 나름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한국 시장엔 자존심이 걸려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 구글의 한국 웹 검색 시장 점유율은 5%대에도 채 못 미쳐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토종 '빅3'는 물론 야후코리아에조차 뒤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모바일 검색 쪽 상황은 다르다.

구글 검색이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스마트폰(안드로이드폰)뿐 아니라 아이폰 등에도 기본 검색으로 탑재되면서 모바일 분야에서 약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 업체들이 이용자 선택권을 내세워 스마트폰 기본 검색  개방을 요구한 것도 이런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지난 4월 2일 오전 10시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모바일 환경에서의 이용자 선택권 보호' 토론회가 구글코리아쪽 패널이 빠진 채 열렸다.
 지난 4월 2일 오전 10시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모바일 환경에서의 이용자 선택권 보호' 토론회가 구글코리아쪽 패널이 빠진 채 열렸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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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안드로이드폰' 앞세워 모바일 검색 강자로 급부상

또 한국어 음성 검색 자체도 비슷한 시기 시작한 다음에 비해 속도와 정확성 면에서 우월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 현재 웹에서만 적용되는 '순간 검색' 역시 모바일에서도 서비스할 예정이어서 음성 검색과 더불어 스마트폰의 작은 자판을 두드리는 수고와 시간을 덜 수 있어 상당한 파급력이 예상된다.

이날 조원규 사장은 "지금은 모바일 쪽에 많이 집중하고 있고 점유율도 모바일 쪽이 더 중요하다"면서 "모바일 검색 시장 점유율은 알 수 없지만 우리가 모바일 검색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 모바일 검색 기술과 검색 품질도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실제 9월 말 현재 구글 모바일 검색량은 올해 초에 비해 19배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원규 사장은 전날에도 "한국에서 모바일 검색량 증가는 매분기 내부 목표를 수정할 정도로 예상을 뛰어넘고 있고 음성 검색 인기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조 사장은 "지금까지 웹 검색 점유율은 신경 쓰지 않고 만족스런 검색 품질을 갖추려고 노력해 왔다"면서 "검색 품질에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고 점유율을 올릴 생각"이라고 밝혀 모바일 검색은 물론 웹 검색 시장 공략을 강화할 뜻을 밝혔다.

국내 포털 "모바일도 DB 경쟁... 토종 업체 우세"

이렇듯 세계적인 '검색 기술'을 앞세운 구글 앞에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 업체들도 모바일을 중심으로 검색 기술 개선에 나서는 한편, 한국에 최적화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6월 구글에 앞서 국내 최초로 모바일 음성 검색 서비스를 시작한 다음은 최근 모바일 바코드 검색 업체인 '쿠루쿠루' 지분을 인수하는 등 모바일 검색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웹 검색 점유율 60%대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모바일 검색에서 고전해온 네이버 역시 10월 중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용 음성/음악/바코드 검색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검색 데이터베이스 구축에도 10년간 매년 100억씩 1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한 포털업체 관계자는 "구글 기술력이 일부 앞서 있고 모바일에서도 구글 안드로이드 OS 때문에 이점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모바일 검색 역시 결국 데이터베이스 싸움이 될 것이고 한국 사용자들이 원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갖춘 토종업체가 모바일에서도 우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그:#구글, #음성검색, #한국어검색, #모바일검색,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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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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