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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5일부터 10월 4일까지 숲과 호수의 나라 핀란드와 스웨덴에 다녀왔다. 다녀오고 나니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정말 핀란드 사람들은 '자일리톨' 껌을 많이 씹냐고. 자본의 상품 광고 전략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랄까. 아마도 그만큼 핀란드라는 나라가 한국 사회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반증일지도 모르겠다.

한반도 면적 두 배의 땅에 약 500만의 인구가 사는 핀란드, 왜 그곳에 전 세계의 교육 탐방단이 넘쳐날까? 왜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 학업성취도 2위의 나라 한국 사람들이 "한국에는 학교가 없나요?"라는 의아한 질문을 되받으며 그곳을 찾고 있을까? 우리가 뭐가 부족해서?

경기도교육청이 청소년인권조례를 선포했다. 찬반이 엇갈린다. 집단적으로 이 조례를 보이콧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때리지 않고 머리칼 자르지 않고 야간자습 시키지 않고 어떻게 대학 보내냐는 항변이 터져 나온다. '우리 때는 맞으면서 다 공부했다'는 '추억'담도 나온다. 어떻게 때리지 않고 이 '괴물' 같은 아이들을 통제할 수 있냐고 울분을 터트린다. 인권은 3년 뒤 대학 가서 누려도 충분하다는 '인권유예론'도 등장했다.

'조선놈은 맞아야 한다'는 세간의 말이 떠오른다면 과장일까? 스웨덴 학교 안내를 해 준 분은 한국인 교사였다. 1983년부터 현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고 했다. 한국의 체벌 문제를 거론하며 스웨덴 상황을 묻자 예를 들어 답한다.

"너무 못되게 구는 학생이 있어서 한 교사가 출석부로 머리를 두어 번 툭툭 쳤는데 그것이 엄청난 사회 문제가 돼서 결국 해고당했어요."

두발을 단속해야 대학 간다고?

왼쪽 빨간 옷 입은 분이 교장 선생님이고 오른쪽 예쁜 염색을 한 분은 부교장인 듯
▲ 핀란드 Kasavuoren 중학교 교장 선생님 왼쪽 빨간 옷 입은 분이 교장 선생님이고 오른쪽 예쁜 염색을 한 분은 부교장인 듯
ⓒ 조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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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을 단속해야 대학 간다'는 말을 논리적으로 연결시킬 능력은 없다. 그러나 국가가 나서 장발을 단속한 선례에 비추어 충분히 터져 나올 수 있는 말이라고 본다. 머리 치장하는 데 신경 쓰느라 공부할 시간을 빼앗긴다는 것이다.

두발 자율화 초기였던 1980년대 초 담임 선생님이 빗과 거울 검사를 했던 일이 생각나서 코웃음이 나온다. 오해 없기를. 용모가 단정해야 한다며 빗과 거울을 소지하지 않은 학생을 단속하는 검사였으니까.

핀란드에서 첫 번째로 방문한 학교는 한국의 중학교와 같은 곳이었다. 여자 교장 선생님과 몇 명의 부교장 선생님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교장 선생님은 빨간 원색 투피스에 스포츠머리를 했고 한 분의 부교장은 호화찬란한(?) 머리 염색을 했다. 손님 맞는다고 예쁘게 치장했다고 한다.

학교를 둘러본 후 마련한 브리핑 시간에 여러 가지 질문이 쏟아졌다. 게임 중독은 없는지 그리고 유해 사이트를 차단하기 위한 조처들은 없는지 물었을 때 빨간 옷 입은 교장 선생님은 "머릿속을 단속하고 스스로 절제해야지 사이트 단속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그런 조처는 전혀 없다고 답했다. 단속 규제 천국인 한국 사람들을 아주 한 방에 우습게 만들어 버렸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해외토픽감! 반대 주장은?

자신을 존중하며 판단 능력을 키우고 동기를 유발해서 학습능력을 키워나가라는 자기주도적 학습을 주장하면서, '두들겨 패고' '빨간 머리'에 가위를 대는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일까? '때리고' '자르지' 말고 자율학습을 자율적으로 하라는 '법'을 만드는 행위 자체도 해외토픽감일지 모르는데, 그걸 못하겠다고 '눈 부라리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핀란드의 야르벤빠(Järvenpää)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은 정년을 2년 앞두었는데 30년간 교장을 하고 있다고 했다. 너무 오랫동안 교장을 해서 다른 교사들의 승진을 가로막는 것 아니냐고 묻자, 교장 역할이 힘들어서 교사들이 교장 되기를 기피한다고 답한다. 교장이면서도 1주일에 4~5시간 수업을 하고 자신은 심리학을 가르친다고 덧붙였다.

그 교장 선생님께 무상급식을 친환경 급식으로 하는지, 지원시스템은 있는지 묻자 시원한 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내가 학교 다니던 50년 전에도 무상급식을 했다'고 말한다. 최고 품질의 식품을 학생들에게 먹여야 한다고 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을 물으면 '당혹스럽다'는 것을 느꼈다.

탐방단에게 직접 브리핑을 하고 질의 응답을 하던 중 크게 웃는 모습
▲ 핀란드 야르벤빠(Jarvenpaa) 고등학교 교장 탐방단에게 직접 브리핑을 하고 질의 응답을 하던 중 크게 웃는 모습
ⓒ 조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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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 2만 달러에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며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른 한국에서 무상급식은 좌파의 이데올로기가 아닌가? 가난했던 50년 전에도 무상급식을 했던 나라와 '좌빨급식'의 덤터기를 써야 하는 한국은 과연 무엇이 다를까?

학생 개개인을 성인과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며, 경쟁이 아닌 협력 학습을, 가르치는 것 보다는 배우는 것을 중시하는 핀란드 교육에 체벌과 등수는 없다. 또한 철저한 교사 교육을 통해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교사를 길러내고, 이들을 임용하는 시험이나 평가하는 시스템은 갖추고 있지 않다고 한다. 전문가인 교사를 비전문가가 평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나라가 다르다고 아픔까지 다를까?

보편적 사회 복지가 잘 발달한 핀란드와 한국은 엄연히 다르다. 국민들의 인식도 매우 다르다. 화장실을 사용하는데 1유로를 내야 하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작지만 그런 곳에서 세금이 매겨지고 또 그런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만 사회 복지가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참 너무도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수준과 복지 제도가 다르다고 해서 '매 맞는 아픔'이 다를 수는 없다. 핀란드의 '제도가 어떻고 재정 지원이 어떻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생을 스스로 성장하는 주체로 인정하는가, 아니면 성장시켜야 하는 객체로 생각하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단 한 명의 중도탈락(Drop out)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그들의 교육철학으로 볼 때, 과연 끊임없이 경쟁시키고 선발하고 점수로 줄 세우는 한국 교육 현실이 어떻게 비칠까? 때리며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은?


태그:#체벌, #인권조례, #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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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려나가고 이슈화하여 맑고 투명한 교육행정과 이에 기반한 교육 개혁을 이루어 나가는 하나의 방도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가입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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