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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24·가명)씨는 이번 추석 연휴에도 부모님이 계신 전북 전주로 가지 못했다. 지방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지난해 서울 소재 대학에 편입한 성씨는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해 왔다. 그녀는 평일에도 기념품 가게에서 5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설날 등 '명절' 시즌을 겨냥한 아르바이트는 평상시보다 높은 일급이 보장되기 때문에 이 때를 놓치지 않는다.

단기 아르바이트는 성씨처럼 한 번에 많은 돈을 벌려는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한 유통업체에 따르면, 지난 추석 연휴 동안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서 1만 5천여 건의 단기 아르바이트를 모집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르바이트생을 마트로 파견해주는 협력업체(인력공급업체)는 이들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는 등 부당한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성씨의 경우, 지난 9월 10일, 경기도 용인 수지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추석선물세트 판촉 아르바이트를 했다. 협력업체 H사 소속으로, 12일간 9시간씩 60만 원을 받는 조건이었다. 아르바이트 첫날, 성씨는 업체와 약속한 대로 행사 교육을 받기 위해 마트에 갔다.

그러나 마트에서는 행사 교육을 하지 않고 되돌려 보냈다. 인력공급업체와 마트 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애초에 행사 교육이 예정에 없었던 것이다. 하루 일을 허탕친 성씨가 업체에 항의전화를 했지만, 업체는 "원래 마트의 일정에 맞춰야 하는 거다, 일도 없었고 교육도 받지 않았으니 일당에서 제하겠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추석선물세트가 잘 팔려 창고에 있는 물건까지 모두 매진되는 상황에서도 황당한 일은 계속됐다. 추석 연휴 직전, 업체가 "매장판매율이 너무 낮아서 행사를 조기 종료한다"는 방침을 내렸던 것이다. 성씨는 "판매율이 부진하다는 말을 믿기 어려웠지만 방법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12일간 9시간씩 60만 원을 받는 조건이었건만...
 12일간 9시간씩 60만 원을 받는 조건이었건만...
성씨의 급여는 아르바이트 첫날과 행사 종료 이후의 일당이 제외되어 몇 천원 모자란 48만 원 가량이었다. 그런데 성씨는 약속된 날짜에도 입금되지 않아 몇 차례 항의 전화를 한 뒤, 어렵게 급여를 지급받았다고 했다. "더 이상 아르바이트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고 싶지 않다. 어째서 정산이 이렇게 됐는지 이제는 따져 묻고 싶지도 않다"라고.
 
추석 연휴가 지남에 따라 '대목' 아르바이트도 끝이 났지만 단기 행사 아르바이트생의 하소연은 늘고 있다. 아르바이트 정보 사이트에는 협력업체를 통해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 계약서를 써도 믿을 수 없고 심지어 갖은 꼬투리를 잡아 급여를 지불하지 않는 업체도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업체의 일방적인 계약 위반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아르바이트생에게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주일 후에 입금 약속해놓고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드리밍)", "협력업체에서 지불하는 돈이면 바로 아르바이트생인 나에게 입금이 돼야 하는데 왜 고용담당자에게 이체를 시킨 다음, 다시 계산을 해서 내 계좌로 넣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tndnl)", "면접 볼 때는 검품부서였는데 출근하니 선물세트 판매부서로 배정됐다(kasiop)", "유니폼 반납비와 세탁비용을 내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일당 받고 나서 알았다(7510)."

사회 경험이 부족한 20대 판촉 행사 아르바이트생은 협력 업체로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개인적으로 항의하는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피해 보상 방법을 잘 알지 못한다. 성씨는 "판촉 아르바이트는 단시간 노동이기 때문에 지금만 참고 넘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래도 좋은 협력 업체를 만나면 사회 경험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정보사이트 <알바몬> 관계자는 "대충 알아보고 지원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지원하는 업체에 대해 알아보고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일을 시작하는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서 공개돼 있지 않은 협력 업체의 정보를 얻고, 계약서 이면의 태도를 가리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아르바이트생이 부당하게 임금을 체불 당했다면 관할 노동청에 신고를 해야 한다. 체불임금액과 체불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찾아 근로감독관에게 제출하면, 협력업체에 지급을 명령한다. 그러나 노동청에 신고를 하더라도 전형적인 임금 체불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한 달 이상 소요돼 아르바이트생의 고통이 지속될 우려가 있다.

한편, 협력업체와 아르바이트를 연계해 주는 사이트에서 협력업체의 정보를 파악한 뒤, 공개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아르바이트생의 피해를 애초에 예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이다.


태그:#단기알바, #협력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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