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5일 오전 경기도 수원 청명고에서 열린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 공포식 및 학생인권의 날 선포식'에서 학생대표들이 '학생인권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5일 오전 경기도 수원 청명고에서 열린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 공포식 및 학생인권의 날 선포식'에서 학생대표들이 '학생인권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5일 오전 경기도 수원 청명고에서 열린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 공포식 및 학생인권의 날 선포식'에서 참석한 학생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5일 오전 경기도 수원 청명고에서 열린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 공포식 및 학생인권의 날 선포식'에서 참석한 학생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되었습니다."

인권조례 선포에 맞춰 수백 개의 노란 풍선이 천장으로 띄워졌다. '학생인권' 선포식에 맞게 학생, 학부모, 교사, 교육감이 함께한 자리였다. 5일 오전, 수원 청명고에서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 공포가 이뤄짐에 따라 학생인권조례는 이 날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됐다. 전국 최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학생인권보장이라는 우리 교육의 새로운 역사가 열리는 날"이라며 "이를 계기로 교육 전반에 대한 지성적 성찰과 사회적 대화가 시작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려 섞인 시선으로 인권조례를 바라보는 이들을 향해 김 교육감은 "인권과 교육, 학생인권과 교육을 대립적으로 보는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학생들은 인권 조례를 통해 스스로의 인권보호뿐 아니라 교사 등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면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법을 배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포식에는 다른 시도교육감들의 축하 메시지도 전달됐다. 교육감들은 입을 모아 인권조례의 확산에 대한 기대를 표명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환히 웃는 선생님의 얼굴이 보이고, 행복한 아이 얼굴이 보인다"며 "학교를 자유와 책임, 민주주의와 인권의 체험 학습장으로 바꿀 새 출발"이라고 말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학생들의 인권 감수성을 높여나가고 그것을 규범화 시켰다는 것에 인권 조례의 의미가 크다"며 "학생인권 조례 제정이 전국 모든 지역에 퍼져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민병희 강원교육감은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들이 학생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학생은 선생님을 믿고 따르는 학교 문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며 "행복한 학교를 위해 강원도도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다짐했다.

학생인권조례 맛본 학생들 "자율적인 야자, 완화된 두발규정 긍정적"

김상곤 교육감이 5일 오전 경기도 수원 청명고에서 열린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 공포식 및 학생인권의 날 선포식'에서 학생대표들과 함께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 공포를 선언하고 있다.
 김상곤 교육감이 5일 오전 경기도 수원 청명고에서 열린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 공포식 및 학생인권의 날 선포식'에서 학생대표들과 함께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 공포를 선언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학생인권 조례 통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학생들은 "우리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될 것 같다"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작년에는 두발 규정이 귀밑 5cm라서 공부를 하려고 고개를 숙이면 머리카락이 쏠려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젠 묶을 수 있어서 오히려 머리카락에 쓸 에너지를 공부에 쓸 수 있어요."

청명고 2학년 윤인영(18)양은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칼을 만지며 두발규정 완화의 이점을 설명했다. 인권조례시범학교로 선정되어 지난 3월부터 변화를 모색해 온 청명고 학생들은 이미 학생인권조례를 맛봤다.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함께 '학내 인권 규정'을 만들어 귀밑 5cm였던 두발 단속 규정이 어깨까지 기를 수 있도록 허용됐다. 학교 3주체가 함께 모여 학교 규정을 만들 것을 명시한 인권조례 18조에 의거한 활동이다.

학생회 일원으로서 학내 규정 완화에 직접 참여한 양유진(19)양은 "예전에는 우리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던 선생님들이 우리를 인정하고 귀기울여주는 것에 대해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양유진양은 '때리지 않고 어떻게 대학에 보내냐'는 일선 교장들의 생각에 대해 "지나치게 갇힌 사고"라며 "체벌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은 대화"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제 청명고 학생들은 때리지 않아도, 강제하지 않아도 자율적으로 공부하고 있었다.

윤인영양은 "작년에는 강제적으로 이뤄졌던 야간자율학습도 올해부터는 개인이 신청해서 자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하기 싫은데 왜 무조건 해야 하지'라는 반발심이 들었다면 올해에는 '내가 신청해서 하는 건데 시간이 아까우니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자율' 학습이 가져온 변화다. 이성민(17)군은 "자율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니 놀 땐 놀고 공부할 땐 공부하자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는 대학생이 되기 바로 전 단계인데 좀 믿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영주(18)양 역시 "학생을 조이면 입시 성적이 좋고, 학생을 풀어주면 성적이 나쁘다는 것은 편견"이라며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퍼져나가면 아이들 스스로도 입시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미래가 달린 문제인데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을 거라는 설명이다.

"선생님-학생 대하는 방식 부드러워져"... "아이들 어떻게 관리할지 걱정"

5일 오전 경기도 수원 청명고에서 열린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 공포식 및 학생인권의 날 선포식'에서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5일 오전 경기도 수원 청명고에서 열린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 공포식 및 학생인권의 날 선포식'에서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선생님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청명고에서 학생인권교육시범학교 추진의 실무를 담당해온 박미경 교사는 "학교생활 규정을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함께 만들어감에 따라 학생자치회 활동이 활발해졌다"며 그간의 성과를 설명했다.

박 교사는 "물론 학생들은 전면적인 변화를 원하고 학부모들은 급격한 변화를 꺼려하는 측면이 있어 입장이 갈린다"며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절충점을 찾아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박 교사는 교권이 무너질 것이라는 걱정에 대해 "시범학교로서 미리 인권조례 내용을 실천해 보니 선생님도 그렇고 아이들도 서로를 대하는 방식이 많이 부드러워지고 좋아졌다"며 "부모님들이나 다른 선생님들도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교사들이 같은 마음은 아니다. 우려는 남아 있다. 영어를 가르치는 김현정(가명) 교사는 "수원이 워낙 보수적이어서 학생과 선생님의 경계가 명확한 지역"이라며 "인권조례가 공포되면서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아이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될지에 대한 걱정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김 교사 역시 "선생님들도 해오던 방식이 있어서 쉽게 변하진 않겠지만 학생인권 시범학교로 선정된 이후 선생님들이 좀 더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등 선생님들의 마음가짐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학생인권조례에 따른 변화의 조짐은 이미 청명고에 일고 있는 셈이다. 학생들에게 '학생인권조례는 OO다'라는 질문을 공통적으로 던져봤다. 학생들의 답은 모두 달랐지만 같기도 했다.

"학생인권조례는 배려다." 윤인영
"학생인권조례는 변화다." 최영주
"학생과 선생님 간의 믿음이다." 이성민
"학생과 선생님 간의 소통이다." 양유진


태그:#학생인권조례, #체벌, #두발 자유 , #김상곤 교육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