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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악산 단풍은 아직이더라 설아산 서북능선 12선녀탕 계곡 산행길에 본 풍경을 동영상으로 만들었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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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단풍은 아직이더라!

 

평소 수년간에 이어 한 달에 4~6번 하던 산행을 이런저런 사정으로 접고 요즘은 한 달에 간신히 한두 번 산행을 나간다. 그러니 산행 떠나는 날은 마치 어린 시절 소풍 가는 날 기다리며 잠을 설치듯 그렇게 기다려질 수가 없다. 그런데다 이번 산행은 늘 나와 함께 산행을 떠나는 "우리산내음"에서 (2010.9.29) 설악산 서북능선 대승폭포~12 선녀탕 계곡으로 산행을 떠난다고 한다.

 

세상 없어도 이번 설악산 서북능선 산행은 꼭 따라나서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산행 전날 밤 새벽 2시 사업장 업무를 마치고 2시 퇴근하여 잠이 들어 새벽 5시에 맞춰놓은 자명종 소리에 깜짝 놀라 깼다. 마치 현역시절 "5분대 기조 출동"하듯 벌떡 일어나 아내가 챙겨주는 도시락을 배낭에 챙겨 넣었다. 

 

시원하다 못해 조금은 한기를 느끼게 하는 새벽바람을 가르며 자전거 페달을 밟아 부평역에 도착하였다. 전철을 타고 사당에서 일행들을 만나 7시 40분 설악산을 향하여 출발했다. 화양강랜드 휴게소에 잠시 머물고서 "설악산 국립공원 장수대 분소 탐방센터" 주차장에 도착하니 10시 10분이다. 그러니까 서울 사당에서 설악산까지 겨우 2시간 반 달려 빠르게 도착을 한 것이다.

 

 

장수에서 우리는 산행 속도가 빠른 A팀 그리고 다소 느린 B팀으로 나눠 페이스에 맞춰 산행하다 최종적으로 다시 12시에 선녀탕 계곡에서 만나기로 했다. 10시 20분 산행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곳 장수분소에서 시작하는 구간은 다행히 지난번 내린 태풍 피해에도 큰 수해 흔적이 보이지 않아 안심이 되었다. 산행 코스가 들머리를 지나자 곧바로 마치 이삿짐 차고가 사다리처럼 가파르게 이어졌다.

 

일행들 너도나도 다소 힘들어하며 올랐다. 그러나 나는 평소 헬스클럽에서 2시간씩 운동을 하고 우리 집이 아파트 6층인데 하루 평균 4-5번 정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니, 이젠 웬만한 산행길 급경사 구간도 별로 힘든 줄 모르고 산행을 할 수 있는 기술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이런 나를 보고 일행 중 어떤 이들은 청파님 정말 대단하시다며 어떻게 그렇게 '노익장'을 과시하는지 비결을 알려 달라고 조크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다소 힘들게 이어지는 코스를 땀을 흘리며 오르다 보면 장수와 - 대승령 정상 중간 정도 전망대에서 우리나라 3대 폭포인 대승폭포 88m (장수대 북쪽 1㎞ 지점에 위치)를 조망할 수 있다.

 

 

 

이 대승폭포의 물기둥이 낙하하는 경관이 수려하여 신라 경순왕의 피서지였다고 전해진다. 개성의 박연폭포, 금강산의 구룡폭포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폭포로 대승폭포를 꼽는 폭포이다. 그런데 이곳 대승폭포 앞 넓은 반석에는 조선 선조 때 양봉해 가 쓴 "구천 은하(九天銀河)"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우리 일행들은 가까이 가지 않고 멀리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관계로 확인할 수 없다. 그런가 하면 대승폭포는 떨어지는 폭포수의 물보라와 이 물보라에 이어지는 무지개가 영롱한 아름다움을 자아내며, 폭포 아래쪽에 중간폭포가 있어 또 다른 자연미를 선사한다고 한다.

 

 

이렇게 대승폭포에서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를 관람하고 대승령으로 오름길은 지금까지 올라온 구간보다 훨씬 더 곧추세운 계단 길을 오르게 된다. 등로 좌우에는 어른 서너 사람이 껴안아야 손이 닿을 수 있는 거대한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많다. 어쩌면 하나같이 그렇게 꼿꼿하게 자태를 뽐내며 자랐는지.

 

그런가 하면 우리가 오르는 맞은편 전방 서능선에는 가리봉에서 주걱봉으로 이어지는 봉우리들이 이어지고 마치 둥그런 밥그릇을 엎어놓은 듯한 주걱봉이 날씨가 화창해 바로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그러다 보니 다소 힘은 들어도 산행길 내내 일행들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가다가 힘이 들면 잠시 휴식을 취하며 일행들과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대승령(1,210m)에 올랐다.

 

이곳은 벌써 영하 날씨인 듯 사진을 찍는데 손이 시려 호호 불어 손을 녹여야 할 정도로 차갑다. 그러다 보니 추위를 피해 서둘러 (안산, 두문폭포, 십이선녀탕) 방면으로 이동하는 데 이른 새벽 5시에 아침을 먹고 오후 1시가 가까워 오니 얼마나 배가 고픈지 마음 같아선 당장 그 자리에 퍼질러 앉아 혼자라도 점심을 먹고 싶었다. 그러나 자칫 단체 산행에 일행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 염려되어 실행하진 못했다.

 

 

다람쥐 청솔 모야 미안하다. 이해 바란다.  

 

어쩔 수 없이 등산로 구간에 수두룩하게 떨어진 도토리를 하나 주워 까먹어 보니 약간 텁텁한 맛이 있긴 하지만 마치 햇밤처럼 오드득 소리가 나며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그런데 양심에 가책되는 것은 이 도토리를 겨울 양식으로 삼고 살아가는 '다람쥐와 청설모' 같은 산 짐승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일부러 도토리를 주워 가는 것도 아니고 배가 고파 몇 알 염치 불고하고 주워 먹은 것이니 아마 다람쥐 청솔 모도 모르긴 해도 그 정도는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킥킥킥

 

그렇게 도토리 몇 알을 먹고 나니 신기하게 허기졌던 배가 한결 수월해 일행들을 따라 한참을 더 산행했다. 바람을 피해 아늑한 장소에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가던 길을 멈추고 일행들과 둘러앉아 점심을 먹고 나니 발걸음도 가볍게 십이선녀탕 방향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등로 좌우에는 많은 투구꽃이 곳곳에 피어 발길을 잡았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투구꽃 일부는 아직 채 다 피지도 못했는데 다소 일찍 찾아온 추운 날씨 관계로 잎이 하얗게 빛바래있다. 아마 설악산엔 벌써 서리가 온 듯하다.

 

그런데 갑자기 앞서가던 산행대장 청파님이 저기 저곳이 안산이라 손으로 가리킨다. 설악산에 몇 차례 왔어도 먼발치로만 보았던 안산을 코앞에 두고도 휴식년제로 출입금지 구역이라 들어갈 수 없다고 하니 아쉽다. 눈도장만 찍어두고 서둘러 12 선녀탕 계곡으로 하산한다.

 

 

그런데 12선녀탕 계곡 코스는 몇 해 전에 있었던 낙석 피해로 현재는 대부분 데크 목 계단 길과 아취형, 또는 사 장교식 고가 다리가 설치되었다. 이제는 웬만한 폭우에도 두 번 다시 다리가 쓸려 내려가는 피해는 없을 듯하다. 그러나 유의해야 할 것은 이곳 구간은 뜻밖에 낙석 사고가 빈번하게 자주 발생하는 구간이라, 가능하면 폭우가 쏟아지는 여름철이나 해빙기 시기에는 항상 세심한 주의를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옛날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12탕에는 12폭 포가 있다 하였고 또는 12선 여가 내려와 목욕했다 하여 12선녀탕이라 불렸다는데 실제 현재는 탕이 8개 밖에 없다. 그중 폭포 아래 깊은 구멍을 형성하는 7번째 탕(복숭아 탕)이 가장 백미로 알려졌다.

 

십이선녀탕 계곡은 우리나라 4계중 가을 단풍 계절이 가장 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고 하는데 유감스럽게 우리들 산행을 하는날은 산행코스 전 구간 (장수대, 대승폭포, 대승령, 안산 갈림길, 십이선녀탕, 응봉 폭포, 남교리탐방소) 단풍을 볼 수 없어 큰 아쉬움이 남는다.

 

설악산에 들기 전 뉴스에 의하면 설악산 대청봉 쪽은 단풍이 물들어 내려오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곳 십이선녀탕 계곡은 모르긴 하여도 아직 보름 정도는 더 있어야 단풍을 만나게 될 것 같다. 이렇게 장수대에서 시작된 산행이 "남교리 탐방소"에서 모두 마치고 나니 무려 7시간이란 시간이 걸렸다.

 

산행을 모두 마치고 우리는 남교리 탐방센터 앞 다리 건너 황태구이(왕성옥)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데 물론 황태구이도 아주 깔끔하고 맛있었지만, 더욱 놀란 것은 요즘 잘 알다시피 "김치가 금치"로 변한 지 오래되어 웬만한 서민들 식탁에서는 김치 본 지 오래되었는데, 뜻밖에 이곳 왕성 식당에서는 푸짐하게 내왔다.

 

당신들이 손수 재배한 강원도산 배추와 열무로 맛있는 김치를 담아 여러 개의 상마다 그릇 가득하게 아낌없이 김치를 내놓았다. 일행들 너도나도 오랜만에 맛있는 황태구이와 김치를 먹을 수 있었다고 그 어떤 진수성찬 고기보다 훨씬 더 맛있게 먹었다. 산행도 좋았고 산행 못지않게 먹는 즐거움이 함께하여 '일거양득" 산행을 했다고 얼마나들 좋아하는지….

 


태그:#설악산 , #대승폭포 , #십이선녀탕, #복숭아탕, #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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