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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차 개발을 둘러싼 자동차 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의 혁신적인 친환경차 출품이 잇따르고 있고, 국내차 업계도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연료 전지차 등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에 따라 자동차 시장도 급변하고 있다. 이미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가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기차 브랜드들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몇 년 전 자동차 시장을 잠깐 떠올려봐도 오늘날 변화가 얼마나 눈부신지 알 수 있다.

 

미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이른바 '에코(ECO)'가 각광받으면서 나타난 변화들이다. 여기에 대규모 리콜 사태로 추락한 도요타 사례는 자동차 업계에 큰 교훈을 던져줬다. 그것은 또 하나의 '미래 핵심 성장 동력'이 바로 중소업체와의 '상생'이란 점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현대차가 공개한 전기차 '블루온'은 주목할 만 하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11개 핵심 부품을 순수 자체기술로 독자 개발했고, 그 결과 2·3차 중소기업의 참여비율이 88%(114개사)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철판 사급'과 '상생 대출프로그램', 향후 2·3차 협력사에 초점

 

이와 같은 성과는 그동안 구축한 '상생 협력 시스템'이 뒷받침됐다는 것이 현대기아차측의 설명이다. 현재 현대기아차의 '상생 기반'은 자금지원과 기술지원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지난 2009년 현대기아차는 1300여억원 규모의 상생협력 자금을 조성하고, 이에 따라 1차 협력사 지원이 2차 협력사로 이어질 수 있도록 2차 협력사 지원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철판사급'이다. 철판을 일괄 구매하여 공급함으로써 가격 인상에 따른 리스크를 현대기아차가 흡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다. 최근에는 철판사급 지원 대상을 기존 1차 협력사에서 2·3차 협력사까지 전면 확대키로 했다.

 

현대기아차는 '철판사급'외에도 주요 원자재에 대해 분기별로 국제 시세나 시세변동폭 5%를 기준으로 가격을 변동시키는 시스템도 가동하고 있다. 원자재가 인상에 따른 협력사들의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다.

 

2·3차 협력사의 운영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상생대출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했다. 1차 협력사가 네트워크론을 무보증 및 저리로 대출할 수 있도록 알선하고, 이 대출금을 2·3차 협력사 납품대금 결제용으로만 사용토록 한다. 약 3000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기술 상생 프로그램, '품질 5스타 제도'와 '게스트 엔지니어'

 

'기술 상생' 측면에서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품질 5스타 제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객관적인 평가 결과 5스타를 획득한 협력사는 '5스타 클럽'에 가입하게 되는데, 납품대금 현금 결제, 신용등급 상향, 국가기관 포상 추천, 로고 사용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이 제도로 "2002년에 3스타(63.6점)이었던 협력사 품질 수준이 2008년에는 4스타(80점)으로 상승했다"는 것이 현대기아차의 자평이다. 2009년에는 '그랜드 품질 5스타' 제도를 신설했다. '5스타'는 보다 더욱 강화된 품질 기준으로, 올해 1월 머플러·컨버터를 생산하는 '세종공업'이 선정된 바 있다.

 

협력사 엔지니어가 현대기아차에 파견 돼 설계지원 등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게스트 엔지니어'제도도 눈에 띈다. 이 제도로 2008년에는 61개사 254명의 협력사 엔지니어가 현대기아차에 파견되어 부품 설계 구상단계에서부터 공동설계에 참여했다고 한다.

 

2006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R&D 협력사 테크데이'도 기술개발 지원 연장선에서 이뤄지고 있는 행사다. 단독으로 전시회나 기술 세미나를 개최하기 어려운 협력사들에게 신기술 제안과 교류의 장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신기술 공동 전시회', '신기술 세미나', '협력사 대표 간담회'등이 진행된다.

 

'상생협의체' 주관하는 1차 협력사 역할 주목할 만

 

또한 현대기아차 '상생 협력 시스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1차 협력사의 역할이 크다는 점이다. 1차 협력사가 주관하는 '1차 및 2·3차 협력사 상생협의체'가 대표적인 예다. 현금 지급 확대 및 원자재가 변동시 납품단가 조정 등 구체적인 상생 협력 방안이 논의된다. 현재 200여 개가 운영 중에 있다.

 

최근에는 1차 협력사들이 2·3차 협력사들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계획이 발표되기도 했다. 자금 규모는 연구개발비 및 개발투자비(1275억원), 상생협력 펀드(90억원), 운영자금 대출(550억원), 협약보증 펀드(13억5000만원) 등 총 1929억원이다.

 

더불어 현대기아차는 이와 같은 활동들이 실제 이뤄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1차 협력사들과 함께 합동 TFT를 구성해 방문 점검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2개월 간 1200여 개 2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점검 활동 결과에 따라 우수 1차 협력사에 대한 인센티브도 부여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대금지급실태를 정기적으로 조사해 2·3차 협력사에 대한 대금지급조건 개선을 적극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2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대금수령조건 및 납품대금의 원활한 지급여부를 조사하고 불합리한 점이 발견되면 1차 협력사에게 개선을 '권고'하겠다는 것이다.

 

그린 파트너십...사실 '에코와 상생'은 필수

 

현대기아차는 블루온을 발표하면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의 부품개발 및 생산설비 개선을 위해 219개 중소 부품 협력사에 총 760여 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그 규모와 대상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전기차 고유 부품을 생산하는 신규 협력사를 지속적으로 발굴·양성하여 그린카 사업 참여를 확대하는 한편, 본격적인 전기차 양산에 앞서 부품 협력사에 대한 생산 설비, 품질, 기술 등의 지원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친환경차 부문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이른바 '그린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사실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던 이야기다. '에코'와 '상생'이 같은 의미로 통하는 것처럼 말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기업으로서 앞으로 현대기아차가 '어제'의 핵심 성장 동력을 어떻게 키워 나갈지 지켜 볼 일이다.


태그:#현대기아차, #블루온, #상생, #에코,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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