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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이 얼마나 되었는지 가늠하기 힘든 나무들...
▲ 울산바위 가는 길... 수령이 얼마나 되었는지 가늠하기 힘든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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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다 본 권금성 산장...케이블카
▲ 소공원에서... 올려다 본 권금성 산장...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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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원매표소(12:30)에서 입장료(성인기준 1인당 2500원)를 내고 표를 끊었다. 소공원 안팎으로 여행객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 추석연휴를 여기서 보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주말을 여기서 보내기 위해 오늘 찾은 사람들도 많은 듯하다. 대부분 가족들과 함께 온 사람들이고 아이들 손을 이끌고 온 젊은 부부들이 많다.

소공원에서 울산바위까지는 약 3.8km다. 소공원에서 신흥사 일주문을 지나자 바로 오른쪽에 높이 18m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청동불상이 압도한다. 신흥사를 옆을 지나 호젓한 숲길로 접어들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치솟은 바위산들로 에워싸듯 펼쳐져 있다. 권금성산장을 오르내리는 케이블카가 보인다. 울사바위로 향하는 길엔 수령이 얼마나 됐는지 알 수 없는 키 큰 나무들이 즐비하다.

수학여행 온 것처럼...
▲ 흔들바위 앞에서... 수학여행 온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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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중고등학생들 수학여행코스로 많이 찾았던 설악산이지만 남편이나 나나 두 사람 다 설악산을 몰랐다. 학창 시절에 못해본 설악산 수학여행을 마흔 중반을 넘어서 해 보는 느낌이다. "당신이랑 나랑 수학여행 온 것 같군"하고 남편이 말했다. 울산바위와 흔들바위는 어떻게 생겼을까.

마흔 중반을 넘어서 수학여행 하듯 둘이서 손잡고 울산바위로 향한다. 작은 금강산이라고도 하는 설악산, 그 웅장하고 장엄한 산세 아래 자리잡은 절은 설악산이 배경이 되어 절로 멋스럽다. 오래된 돌담엔 담쟁이넝쿨이 기댈 언덕을 만나 신나게 타고 올라가고 있고 수령이 가늠되지 않는 키 큰 나무들이 우뚝우뚝 치솟아 있다.

울산바위 만나러 가는 길...
▲ 소공원... 울산바위 만나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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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맑고 푸르다. 시멘트 깔린 편편한 길을 벗어나자 울퉁불퉁 흙자갈길이 이어지고 더 깊이 숲으로 접어든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길을 걷는다. 신흥사에서 흔들바위까지는 대략 50분 거리다. 흔들바위에서 울산바위 정상까지는 약 50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호젓한 숲길로 이어지고 울울창창한 숲속 길을 걷는다. 외국인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띈다. 짧은 반바지나 반팔티를 입고 걷는 그들 모습이 역동적이다.

계곡을 끼고 걷다가 휴게소에 이른다. 산울림휴게소다. 파라솔 아래서 음식을 시켜먹는 사람들이 보인다. 설악산에 와서 느끼는 아쉬운 것 가운데 하나는 시원 상쾌한 약수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흥사에서 흐르는 약수물을 마셨지만 미지근해서 물맛이 별로인 데다가 울산바위까지 가는 길에는 세 개나 되는 산장이 있지만 물을 판매할 뿐 그 흔한 식수터 하나 보이지 않는다. 지리산 그 깊고 높은 숲 속 깊은데서 쏟아져 나오는 시원 상쾌한 물맛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거대한 암봉으로 이루어진 울산바위...
▲ 울산바위 거대한 암봉으로 이루어진 울산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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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울산바위가 잘 조망되는 화강암바위군 앞에 이른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흔들바위가 있다. 바위 앞에서 울산바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서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우리도 잠시 머물러 높은 암봉으로 이루어진 울산바위를 뒤로 하고 사진을 찍었다. 뒤에는 공룡능선과 권금성산장이 햇빛을 받아 높은 산꼭대기쯤에서 반짝인다.

지척에 흔들바위가 있다. 흔들바위 위에는 바로 뒤에 만져질 듯, 손닿을 듯 울산바위가 우뚝하다. 흔들바위 바로 뒤에 울산바위가 있는 것 같은데 만나러 가는 길은 꽤 멀다. 흙길에서 계단길로 이어지고 경사가 점점 가팔라진다. 가끔 힘들어 뒤돌아 볼 때마다 마주 보이는 설악산의 높은 봉우리들이 우뚝우뚝 치솟아 하늘을 찌를 듯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권금성산장 역시 햇볕에 희게 드러난다.

아으~더 가야할까 말아야 할까...끝도 없을 듯 이어지는 가파른 계단길...
▲ 울산바위... 아으~더 가야할까 말아야 할까...끝도 없을 듯 이어지는 가파른 계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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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바위는 설악산국립공원 동북쪽에 동서로 걸쳐 있는 수직 암릉이다. 해발 873m, 둘레는 약 4km에 달한다고 한다. 6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는 울산바위의 명칭은 3가지 설이 있다는데, 하나는 울타리 같이 생겼다 하여서, 그리고 경남울진의 지명을 딴 전설적인 이름이고 또 하나는 우는 산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경사가 점점 높아지는 길을 따라 얼마쯤 걷다 보니 울산바위 앞에 도착하였다. 고개를 꺾어 올려다 보아도 눈앞에 펼쳐진 높은 화강암 바위가 우뚝 솟아 펼쳐져 있다. 높은 바위에 잇대어놓은 가파를 철 계단이 있다. 그 철 계단을 타고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아찔하다.

한 번쯤 올라가봐야 한다는 생각에 위험을 감수하고 가는 사람들도 있고, 이왕 계단에 발 디뎠으니 끝까지 가보자 하고 오르는 사람도 있고 남들이 가니까 덩달아 몰려가는 사람들 뒤에 실려 가는 사람도 있다. 또 높은 암봉에 오르기보다는 그 아래 바위에 앉아 설악의 풍경에 넋을 잃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너를 만나도 너의 심장까지 닿지 못하고...
▲ 울산바위... 너를 만나도 너의 심장까지 닿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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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바위 만나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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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 높은 울산바위 꼭대기에 가면 무엇이 있을까. 궁금증을 견디지 못하고 나는 울산바위를 올라갈 태세를 갖춘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남편을 남겨두고 혼자 간다. 과연 끝가지 갈 수 있을까 나도 모른다.

올라가고 내려오는 가파른 철계단에 발을 딛고 빠르게 올라간다. 올라가다가 밑으로 내려다보니 남편이 고개를 꺾어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나는 손을 한 번 흔들어 주고 다시 올라간다. 그런데 계단은 끝도 없이 이어지고 계단의 경사도는 점점 높아진다. 도대체 울산바위 정상이 어디지?! 한참 올라온 것 같은데 또 다시 더 가파른 계단이 버티고 있어 잠시 멈추었다. 다시 아래로 내려다보니 아찔하다.

남편이 걱정스럽게 나를 올려다보고 두 손을 활짝 펴고 높이 들어서 내려오라고 흔들어댄다. 나는 더 올라갈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고 서 있다. 그렇게 서 있다 보니 내 뒤를 따라오던 젊은 청년이 나를 올려다보며 "천천히 가시죠"하고 말했다. 나는 아직 올라갈지 말아야할지 결정하지 않은 탓에 "먼저 가세요"하고 말했더니 그도 멈칫 하면서 "먼저 올라갈 형편이 아닌데~"하면서 잠깐 망설이다가 올라간다.

하산 길에서...설악산의 봉우리들 사이에 앉은 절...설악의 배경때문에 더 운치가 있다...
▲ 울산바위 가는 길... 하산 길에서...설악산의 봉우리들 사이에 앉은 절...설악의 배경때문에 더 운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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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올라오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바위벽에 잇댄 녹슨 철 계단에 서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내려오던 사람이 "십 분입니다. 십분"한다. 이렇게 높이 올라왔는데 십 분을 더 간다면 어디가 끝이란 말인가. 올라갔다가 만약 내려오는 것이 힘들다면?! 자신이 없었다. 아니 억지로 올라간다면 갈수도 있지만, 모험을 위해서 일부러 내키지 않는 발걸음에 만용을 부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내려가기로 결정한 나는 천천히 계단을 걸어내려 간다.

울산바위를 만났지만 그것의 심장까지 닿지 못하고 등을 보이고야 만다. 마주 보이는 설악산 능선들이 저만치 아래 있다. 나를 혼자 올려 보내놓고 나를 잃어 버릴까 걱정했다면서 남편은 무조건 내려오길 잘했다고 말했다. 등산하고 난 뒤라 근육이 단단하게 뭉쳐서 절뚝거리다시피 하며 다시 내려간다. 늦은 오후가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설악산의 그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있었다.

울산바위 가는 길: 소공원(12:20)-신흥사(12:45)-산울림휴게소(1:30)-계조암(흔들바위2:05))-울산바위(4km)-하산-흔들바위(3:30)-소공원(4:40)
특징: 울산바위 정상-암봉, 철제계단
소공원 매표소(신흥사문화재): 성인기준 1인 2,500원
소공원 매표소 입장료 내고 갈 수 있는 곳: 울산바위, 권금성산장, 소공원-육담폭포-비룡폭포 등


태그:#울산바위, #흔들바위, #소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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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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