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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아장성...
▲ 설악산 용아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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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아장성 능선을 올려다보고....
▲ 설악산 용아장성 능선을 올려다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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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오색에서 안개를 뚫고 급경사 길을 걸어서 대청봉을 만난 뒤, 중청대피소에서 밤 9시 고단해서 곧 잠이 들었다. 새벽 2시에 깨어 일어나 밖으로 나와 보니 달이 휘영청, 별이 총총, 어쩜 오늘 날씨는 좋을 수도 있겠다. 야호! 하지만 어쩌랴 새벽 5시에 다시 나와 보니 안개가 뒤덮고 있었다. 이곳 날씨는 하루에도 열두 번도 더 변하는 것 같다.

오늘(9.23)은 대청봉 바로 밑에 있는 중청대피소부터 백담사 길로 하산한다. 산 높으면 골 깊고 계곡도 깊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높이 올라온 만큼 내려가는 길은 길고도 멀었다.

등산길에도 하산길에도 만남이 있다

이른 아침, 중청대피소에서 하룻밤 묵은 뒤, 다시 산길위에 선 사람들...
▲ 설악산... 이른 아침, 중청대피소에서 하룻밤 묵은 뒤, 다시 산길위에 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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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묵은 중청대피소를 내려다보고...안개에 싸여 대청봉은 보이지 않고...
▲ 설악산 하룻밤 묵은 중청대피소를 내려다보고...안개에 싸여 대청봉은 보이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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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5시, 대청봉 쪽을 올려다보니 대청봉 쪽에선 랜턴 불빛이 점점이 깜박깜박한다. 이른 새벽에 오색에서 넘어오고 있는 사람들인가 보다. 먼저 온 한 사람이 '대청봉엔 지금 완전 칼바람'이란다. 비안개 낀 이른 새벽, 대청봉에서 일출을 보긴 글렀고 바로 하산해야 할 것 같다.

중청대피소에서 출발(오전 8시 20분)해 걷는 길엔 안개 자욱하고 용아장성 능선이 가렸다 드러났다 하다가 다시 안개가 지워버린다. 소청봉을 지나 소청대피소(1,550m)에 도착한다. 밤중에 이곳에 머물렀을 등산객들이 빠져 나가고 난 뒤의 소청대피소는 안개 속에 우두커니 서 있고 마당 한가운데서 비 맞고 있는 낡은 평상만큼이나 낡고 오래되고 후줄근해 보인다. 잠시 머무는 정거장처럼 하산, 등산하는 사람들이 한숨 돌리고 간다.

다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고 안개비로 젖어 발밑은 미끄러워 한 걸음 한 걸음이 조심스럽다. 안개에 가려진 봉정암은 희미하게 그 윤곽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등산객들이 봉정암에 두런두런 모여앉아 점심공양(?)을 하고 갈 요량으로 기다리고 있다. 내려 갈 길도 멀기에 발도장만 찍고 가다가 사자바위(1,180m)를 만났다. 오전 10시 5분이다. 봉정암(0.2km), 대청봉까지는 2.5km, 백담사는 10.4km 남았다.

안개에 싸인 봉정암...
▲ 설악산 안개에 싸인 봉정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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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색에서 대청봉까지가 5km였고 대청봉에서 백담사까지 12.9km다. 에휴~언제 갈까 까마득하다. 사자바위부터 급경사 내리막길로 이어지면서 높은 암벽들이 눈앞에 벽처럼 우뚝 우뚝 치솟아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얼마동안 경사 높은 길이 이어지다가 계곡을 끼고 간다. 여기서부터 백담사까지 10km. 계곡 위를 가로지른 다리 위에서 용아장성을 배경으로 해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사이로 지난다.

수렴동계곡 길은 계속 이어진다. 어디가 끝일까. 걷고 또 걸어도 수렴동계곡은 길과 함께 벗한다. 이어지는 길에서 쌍룡폭포를 만났다. 피로가 씻겨 나갈 듯한 폭포소리, 수직바위를 타고 양쪽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는 장관이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대자연의 신비, 언어의 한계, 표현의 한계를 거듭 느낀다.

폭포를 뒤로 하고...
▲ 설악... 폭포를 뒤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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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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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바위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우뚝하고 웅장하고도 거대한 바위산들 사이로 깊은데서 터져 나온 샘들이 계곡을 이루고 폭포를 이루고 소를 이루며 끝없이 이어져 흘러가고 있다. 봉정암 밑 사자바위 아래부터 수렴동계곡을 끼고 수렴동대피소까지 가는 길에서 용아장성을 우러러보면서 간다. 단풍은 언제 들까. 아직 짙푸른 나무들, 단풍 곱게 물들 때 오면 정말 좋겠다.

안개 사라지고 하늘이 열린다. 걸어도, 걸어도 끝없이 이어진 길에서 지쳐 잠시 계곡에 발 담그고 쉰다. 물은 차가워서 오래 발을 담그고 있을 수가 없을 정도다. 가을햇살이 까슬까슬해 좋다. 마냥 이대로 있어도 괜찮겠다. 계속되는 하산 길에 마주 오는 등산객들과 좁은 길에서 스쳐 지나간다. 하산하는 사람들보다 올라오는 사람들이 더 많다. 지금쯤 대청봉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압권이겠다.

수렴동대피소(1:25)에 당도했지만 화장실이 지저분해 전체 이미지까지 지저분하게 느껴져 잠시 머물다 일어섰다. 길도 길고 계곡도 길다. 길에서 듣는 계곡의 물소리 끝없이 속살거린다. 삼거리(2:25)에서 쉬어 가는 사람들이 어디서부터 오는지 물었다.

수렴동 계곡에 쉬어가는 사람들...단풍이 물들기 시작하고...
▲ 설악... 수렴동 계곡에 쉬어가는 사람들...단풍이 물들기 시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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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에서 아침 8시 20분에 출발했다고 말했더니 다들 놀란다. 봉정암에서 점심공양을 하고 왔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했더니 더 놀란다. 우리가 너무 늦게 걸었나?! 천천히 쉬면서 걸어오긴 했지만 평소걸음에서 그렇게 느리진 않았다. 잠깐 잠깐 쉬어오면서 원래 걸음으로 걸었지만 백무동길이 너무 길었을 뿐(?). 정말 그럴까, 모르겠다.

설악산을 자주 찾는다는 어르신이 영시암 지나면 곧 거의 다 온 거라며 얼마 안 남았다고 말한다. 그런데 길이 유실되어 공사 중이라 백담사까지 오는 셔틀버스가 당분간 안 올라오기 때문에 3km를 더 걸어야 한다고 했다. 세상에~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 설악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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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시암(2:30)을 지나 편편한 흙길 이어지고, 산책길 걷는 듯 호젓한 숲길에 강이 함께 흘러 피곤함을 덜었다. 그러나 걷고 또 걷고 걸어도 길이 어디까지인지 가늠되지 않았다. 드디어 백담사 탐방안내소 앞이다. 오후 3시 35분. 백담사탐방안내소에서 다시 걸어 내려가다 보니 백담사가 보인다. 다리가 길고 긴 길에 지친 나머지 백담사를 지척에 두고 외면하고 간다. 백담사 셔틀버스가 오르내리는 이 길은 시멘트로 깔아놓아 다리가 더 아프다. 그동안 내려온 하산 길도 엄청난데 3km의 길을 다시 도보로 걸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다리는 아예 무쇠다리가 된 듯 하다.

셔틀버스 중간 주차장에 도착, 어느새 오후 4시 50분이다. 용대리까지 가는 버스에 올랐다. 셔틀버스 중간주차장에서부터 용대리 버스정류장까지 내려가는 버스는 계곡을 끼고 가파른 시멘트 길을 곡예라도 하듯 출렁대며 달려 어지럽다. 아으~ 다시 는 안 와야지 하고 생각했다. 무사히 용대리 주차장에 도착했지만 다리가 아파서 택시를 탔다.

오색은 반대방향에 있다. 전혀 다른 반대편으로 벌어진 길,  지리도 잘 모르는데다가 오색행 버스는 자주 없고 정류장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는 내설악, 우리가 가야할 곳은 남 설악이다. 택시비가 만만찮았지만 몸이 편했다. 택시기사는 설악산 관련 정보들을 꿰고 있어서 거의 가이드 수준이다. 가을 단풍 때 오면 어디서 산행하는 것이 좋겠느냐 물었더니 아예 오지 말라고 한다. 가을 지나 봄철에나 오란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사람구경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계령 고갯길을 넘어가는 길에서 택시는 춤추듯 비틀대며 출렁거린다. 길은 급경사에 한껏 꺾고 또 가다 꺾으면서 계속 내려가지만 위로 올려다보면 길이 꼭대기에 있다. 높고도 높은 고갯길이다. 오색에 도착하자 오후 5시 35분이다. 오색에 있다는 오색약수터, 그냥 갈 수 없어 잠시 들었다가 콩꽃마을 순두부촌으로 갔다.  '시골 이모 순두부집'에서 순두부전골을 먹었다. 인심도 좋아 음식이 푸짐하고 맛나다. 많은 사람들이 늦게까지 식당에 북적거렸다.

나가는 말
오늘도 길에서 길로 이어졌다. 어제는 등산, 오늘은 하산. 어제는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는 시조가 절로 읊어지며 오르고 또 오르는 높은 길 걸었다면, 오늘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길고 긴 하산 길이었다. 그 길에서 만난 것들이 있다.

중청대피소에서 소청봉으로 이어진 길을 지나 신라선덕여왕 12년에 자장율사가 지었다는 봉정암을 만나고, 수렴동대피소 위 옥녀봉에서 봉정암에 이르는 능선인 용아장성 능선을 올려다보며 말문이 막혔고 동남쪽 골짜기 수렴동계곡, 쌍룡폭포, 백담계곡...길에서 길로 이어진 하산 길에서였다. 그 길은 멀고도 멀었다. 길에서 길로 이어진 먼 길 걸으며 계곡과 함께 벗했다.  만남은 오르는 길에서도 내려가는 길에서도 있었다.

[여행수첩]
1. 일시: 2010.9.23(목)
2. 산행시간: 8시간 15분/안개-오후에 차차 맑음
3. 진행: 중청대피소(8:20)-소청봉(8:40, 1,550m)-소청대피소(9:00)-봉정암(9:50)-사자바위(10:05)-쌍룡폭포-탁족-수렴동대피소(1:25)-점심식사 후 출발(2:05)-오세암 갈림길9삼거리 2:25)-영시암(2:30)-백담탐방안내소(3:35)-백담사(4:00)-중간 주차장(4:35)
4. 특징
대청봉-백담사:12.9km
대청봉-소청대피소:안개로 조망 못함/중청대피소에서 안개로 일출 못 봄
사자바위 밑(계곡길)-백담사: 계곡길. 폭포. 소. 용아장성 능선 보면서 산행함
봉정암: 식수 풍부함
백담사 중간주차장-용대리: 셔틀버스 1,000원
백담사-백담사 중간주차장:3km


태그:#중청대피소, #수렴동계곡, #용아장성, #쌍룡폭포, #백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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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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