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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철(輕電鐵)이란 기존의 지하철인 중전철(重電鐵)에 상대되는 말로 가벼운 전철이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기존 전철보다 작아진 '미니 전철'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전철이 작은 이유는 기존 전철보다 편성량수가 적고, 차체가 작기 때문이다. 기존 전철은 4~10량이 1개 편성을 이루는데 비해 경전철은 1~6량이 1개 편성을 이루며, 기존 전철의 폭이 서울은 3.12m, 지방은 2.75m인데 비해, 경전철은 이보다 좁다.(넓은 차량도 있긴 하다.)

경전철은 고가 또는 지하로 건설되며, 차량 크기가 작기 때문에 지하 터널이나 고가 구조물의 크기를 작게 할 수가 있다. 이는 건설비가 낮음을 의미한다. 또한 급한 곡선이나 급한 기울기를 설치할 수 있어서, 복잡한 도심에서 달려야 하는 도시철도로서 최적이다.

또한 경전철은 대부분 지붕에서 전기를 받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전기를 받는 '제3궤조'방식을 사용한다. 이러한 제3궤조는 고가구간에서는 지저분한 전기선이 보이지 않아 경관 개선에 기여하고, 지하 구간에서는 터널의 높이를 낮추어 건설비를 절감하는데 기여한다.

경전철은 상부에 전기선(전차선)이 없어 깨끗하다. 사진은 용인경전철 구간
 경전철은 상부에 전기선(전차선)이 없어 깨끗하다. 사진은 용인경전철 구간
ⓒ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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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철의 차량 크기가 작기 때문에 수송력이 작을 수 있다는 걱정도 있지만, 향상된 차량성능과 첨단 신호체계를 통해서 기존 전철보다 운전시격(배차간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수송력은 그렇게 떨어지지 않는다. 경전철을 마을버스에 비유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버스보다는 확실히 수송력이 높다. 오히려 운전시격이 짧다는 것은 승강장에서 덜 기다려도 된다는 뜻이라 기존 중전철보다 편리한 면도 있다.

이러면서도 경전철은 기존 중전철이 갖고 있는, 친환경성, 정시성, 쾌적성, 안전성 등은 모두 갖고 있다. 때문에 중전철의 높은 건설비와 만성적인 운영적자를 감당할 수 없는 지자체들은 차세대 도시철도로서 경전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로 대도시의 지선교통망이나 중소도시의 간선교통망으로 경전철이 고려되고 있다.
서울의 경전철 구상 노선도
 서울의 경전철 구상 노선도
ⓒ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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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경전철의 국내 도입 역사는 의외로 길다. 이미 18년 전인 지난 1992년 국무회의 의결에 따라 김해 경전철과 하남 경전철이 정부시범사업으로 선정되었을 정도이다. 이후에도 수많은 지자체들이 경전철 도입을 검토하였고, 많은 어려움 끝에 드디어 전국적으로 3개 경전철 노선이 향후 1년 내 개통을 앞두고 있다.

첫 번째 노선은 바로 에버라인이라고도 불리는 용인경전철이다. 경부고속도로 신갈IC에서 가까운 구갈역에서 출발하는 용인경전철은 용인의 신규 택지지구와 용인시청을 비롯한 구시가지, 교외 지역을 지나 테마파크인 에버랜드 입구까지 운행된다.

용인경전철 노선도
 용인경전철 노선도
ⓒ 용인경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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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구간 고가철도이며, 총길이 18.14km의 15개 역으로 정차시간을 고려한 평균속도는 39.2km/h로서 서울지하철보다도 빠르다. 캐나다의 세계적인 철도차량업체인 봄바르디어사의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되는 용인경전철은 공사를 모두 마치고, 지난 8월말에는 일반인 대상의 시승식도 개최하였으며, 현재는 마무리 보완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용인경전철은 경량전철답게 열차 1량으로만 운행된다. 그러나 차량의 폭은 서울지하철보다도 넓은 3.2m로서 많은 승객을 실어 나를 수 있다. 또한 이렇게 편성량수가 작으면 급곡선을 운행할 수 있고, 정거장의 길이도 짧아지는 등 장점도 많다.

용인경전철 차량
 용인경전철 차량
ⓒ 한국도시철도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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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용인경전철의 아쉬운 점은 연계노선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원래 용인경전철은 기점인 구갈역에서 분당선 전철과 환승되어 지선 역할을 할 계획이었으나 분당선 전철 개통이 지연되면서 외톨이 노선이 된 상태이다. 따라서 용인경전철이 제 몫을 하기 위해서는 분당선 전철 보정역까지의 연계버스 운행, 구갈역에서 서울로 직통운행하는 광역급행버스 운행 등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경기도에서 추진하는 대심도 광역급행철도(GTX)와의 연계와 광교신도시까지의 노선 연장 등을 통해 수요를 늘리는 대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개통을 앞둔 또 다른 경전철 노선은 부산김해경전철이다. 김해시는 부산의 대표적인 위성도시로서, 부산으로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들이 많고, 김해에는 대학교들이 많아서 김해로 통학을 하는 부산 학생들도 많다. 이렇게 도시와 도시 사이에 교통수요가 많을 때는 광역철도를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수도권과 달리 부산에는 광역철도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부산과 김해를 연결하는 도로는 아침저녁으로 교통정체로 몸살을 앓아온 것이다.

부산김해경전철 노선도(파란색)
 부산김해경전철 노선도(파란색)
ⓒ 부산김해경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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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부산-김해경전철이 개통되면 부산과 김해사이의 광역교통수요를 김해경전철이 흡수하여 교통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 구간 고가에 23.9km, 21개 역의 부산김해경전철은 철도역과 지하철역, 시외버스터미널이 위치한 교통의 요지인 사상역에서 출발한 후, 유통지구와 김해공항을 거쳐 김해시에 진입하고 도심내 14번 국도와 해반천을 지나면서 삼계동까지 운행된다. 그러는 동안에도 김해대학과 장신대 등 관내 대학 입구와 김해시청, 김해터미널 등을 빠짐없이 지나면서 교통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특히 대저역에서는 부산3호선, 종점인 사상역에서는 부산2호선과 환승되어 연계교통 역할도 충실히 할 예정이며, 무엇보다도 김해공항에 도시철도를 연결해준다는 점이 뜻 깊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차량반입 후 시운전중인 부산-김해경전철은 국내 건설사인 현대산업개발과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이 민간 투자하여 30년간 운영하며, 위탁운영은 서울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가 부산교통공사와 함께 할 예정이다. 부족한 자본은 민간의 힘을 빌리고, 운영은 지하철 공기업의 노하우를 활용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김해경전철 차량 모습
 김해경전철 차량 모습
ⓒ 부산김해경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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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경전철은 철제차륜 구동방식으로서 그 원리는 기존 지하철과 거의 같으며, 대신 2량 1편성으로 아담하게 운행된다. 개통은 2011년 4월로 예정되어 있다. 부산-김해경전철은 김해시내 도시철도, 부산과 김해사이의 광역철도, 김해공항의 공항철도 등 다목적으로 활용되면서 서부산 지역의 주요 교통망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1년 내로 개통될 마지막 노선은 부산지하철 4호선인 반송선이다. 국내에서 추진 중인 경전철들이 대부분 민자 사업인데 비해 부산 4호선은 정부와 지자체가 투자하는 재정사업으로 진행된다. 3호선 미남역에서 출발한 부산 4호선은 1호선 동래역을 경유하여 충렬로와 반송로, 석대천을 따라 올라가며 고촌지구의 안평역까지 운행된다. 12.7km에 14개역인 부산 4호선은 도심쪽 절반은 지하, 외곽 절반은 고가로 지어진다. 개통은 2011년 초로 예정되어 있다.

반송선 노선도 (적색)
 반송선 노선도 (적색)
ⓒ 부산교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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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4호선의 가장 큰 특징은 철차륜이 아닌 고무차륜을 쓴다는 점이다. 철차륜에 비해 고무차륜은 마찰력이 커서 주행저항이 크지만, 소음과 진동이 적고, 탈선의 위험이 없는데다가 곡선 주행에 유리하고 차륜 교체가 쉬운 장점이 있다. 한편 고무차륜은 눈이 올 때 불리한 면이 있긴 하지만, 부산 4호선은 절반이 지하인데다가 부산의 기후 특성상 눈이 잘 오지 않기 때문에 지역의 사정에 맞춘 적절한 선택인 것이다.

부산 4호선의 차량은 폭이 2.4m로 좁지만, 서울 9호선의 4량 1편성보다도 긴 6량 1편성으로 운행되어 충분한 승객을 수송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산 4호선에 들어가는 차량은 국책연구소인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중소기업이 함께 개발한 한국형 표준경량전철로서 국내 기술의 실용화, 상업화 사례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부산4호선 반송선 차량
 부산4호선 반송선 차량
ⓒ 우진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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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는 이미 주요 간선축에 지하철 건설을 마쳐두었으며, 이제는 지선 구간에 경전철을 건설하여 도시철도망을 보다 더 촘촘하게 만들 계획이다. 이러한 지선 구간은 수요가 적고, 길이 좁은 곳이 많아 기존에 중전철은 적합하지 않은데 이런 곳에서는 급곡선과 급구배가 가능하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경전철이 최적의 선택이 되는 것이다.

아울러 상기 경전철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모두 무인운전이라는 점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경전철이 선택된 만큼 기관사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무인운전의 채택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무인운전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모든 역 스크린도어 설치나 첨단 신호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채택된다. 또한 운영회사에는 기관사 직종이 없지만, 타 직종에 기관사 면허 소지자를 우선적으로 채용함으로써 비상시에 원활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무인운전은 인건비 절감뿐만 아니라, 승객 수요 급등시 기동성 있는 열차 추가 운행이 가능하도록 하여 열차 혼잡도 감소에도 기여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유인운전의 경우 열차가 남더라도 기관사가 없으면 열차 추가 운행이 불가능하여 수요 파동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개통 앞둔 3개 경전철의 비교표 (화살표는 왼쪽과 수치가 같음을 의미)
 개통 앞둔 3개 경전철의 비교표 (화살표는 왼쪽과 수치가 같음을 의미)
ⓒ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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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전철 사업은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드디어 올해부터 상업 운전하는 노선들이 개통되며 첫 성과가 나타나려 하고 있다. 이는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사업을 추진해온 공무원, 민자사업자들과 공사 기간의 불편을 참고 성원해준 시민들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대규모 예산 투입의 어려움과 기존 지하철들의 적자 운영 때문에 도시철도로 중전철이 건설되는 시대는 끝났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최대 도시인 서울시조차도 신규 도시철도는 경전철로 건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1년 내로 개통되는 용인경전철, 부산김해경전철, 부산 4호선은 우리나라 경전철 사업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전철 사업 관계자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어 안전하고 편리한 경전철을 개통시킴으로써, 1974년 우리나라에 지하철 시대를 연 것처럼, 2010년에 우리나라의 경전철 시대를 열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한우진 시민기자는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 운영자(frdb.railplus.kr), 코레일 명예기자입니다



태그:#경전철, #철도, #용인경전철, #부산4호선, #부산김해경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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