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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다시는 고향에 못가리
죽어 물이나 되어서 천천히 돌아가리
돌아가 고향 하늘에 맺힌 물 되어 흐르며
예섰던 우물가 대추나무에도 휘감기리
살던 집 문고리도 온몸으로 흔들어보리
살아생전 영영 돌아가지 못함이라
(중략)
마을아 억센 풀아 무너진 흙담들아
언젠가 돌아가리라 너희들 물 틈으로
나 또한 한 많은 물방울 되어 세상길 흘러 흘러
돌아가 고향 하늘에 홀로 글썽이리
<물의 노래>중-이동순
 
 
몸 속을 흐르는 강, 몸 밖을 흐르는 강의 융합을 실천하다
 
'뉴욕타임즈'로부터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안무가'라는 상찬을 받은 바 있는 우리 시대의 춤꾼이자 안무가인 정귀인 교수(부산대학교 무용학과, 한국움직임교육연구소 소장)가 창작무용 <가슴에 흐르는 강>을 오는 28일 늦은 7시 30분 부산금정문화회관 대강당 무대 위에 올린다.
 

정귀인과 현대무용단은 2010년 9월 현재까지 창작초연작품과 기존 창작품 총 85여 편을 무대에 올렸다. 이번 창작 무용극 <가슴에 흐르는 강>은 우리의 시대의 모두의 관심사인, 4대강 사업의 '강'과 먼 거리에 있지 않다.

 

그 여느 때보다 청년 실업과 심각한 경제난을 겪는 곤곤한 사회현실의 상징적인 '강'과 '내 몸 속을 흐르는 강'과 생태 파괴로 치닫는 '강'의 상처와 아픔 등을 심미적인 춤사위로 풀어낼 예정이다.

 

정귀인과 현대 무용단의 기획 공연 창작 무용 <가슴에 흐르는 강>의 안무와 총연출을 맡은 정귀인 교수는 <가슴에 흐르는 강>의 '작품을 만들면서'를 통해 이렇게 적고 있다.

 

"(중략) 우리는 큰 것에서 작은 것을 볼 수 있고,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슴에 흐르는 강>은 우리 몸 속에 흐르는 '강'과 몸 밖을 흐르는 강에 대한 융합의 장으로서, 일테면 사랑의 강, 마음의 강 그리움의 강, 역사의 강, 이별과 죽음의 강들을 현대시에서 그 상징을 찾아내어 재해석 승화시킨 작품입니다.

 

사람의 깊은 마음 속에는 누구나 아름다운 강이 하나씩 흐릅니다. 그 강과 강 사이를 건너는 방편으로, <가슴에 흐르는 강>을 잉태합니다.  우리의 질곡의 역사는 한강과 낙동강 그리고 섬진강, 금강, 영산강...크고 작은 강과 함께 호흡하며 숨쉬는 우리 모두 몸에서는 흐르는 그 자연의 강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중략)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세계를 표현하는 시처럼 음악처럼 춤처럼 강은 설명이 필요없는 서사시입니다. 이 서사시 위에 찰랑거리는 물살에 입술 부비는 노을의 고통, 아픔, 별리, 사랑, 그리움, 꿈, 그 꿈속의 꿈과 같이 흐르고 흘러간 저 편의 아름다움을 춤으로 기록하였습니다...."

 

 
시가 흐르는 강, 춤이 흐르는 강, 그 강에 얼룩진 '달'을 씻다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은 '마음의 강'을 잃어버리고 살아간다. 이 잃어버린 강에 대한 갈증과 정신적으로 메말라 가는 '마음의 강'과 비유되는 4대강 사업의 '강'에 대한 염려 등을 춤의 이미지를 통해 풀어낸다. <가슴에 흐르는 강>에 인유되고 있는 주요시작품은 한용운 시인의 <나룻배와 행인>외 1편, 마종기 시인의 <물빛> 등이다. 

 

정귀인과 현대무용단의 2010년 기획 공연 작품 <가슴에 흐르는 강>은 지난 시대의 가치관이나 사회적 보편적 진리나 윤리 등 다양한 문화 구조 속을 가로 지르며 흐르는 우리네 삶의 '강'과 4대강 사업의 '강'과 까맣게 잊혀진 역사의 격변기를 고스란히 감당한 어머니의 강이 중첩된다.

 

정귀인과 현대무용단은 99년도부터 환경 무용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세제의 혼탁한 구정물이 콸콸 흐르는 지하철 부산대학교 앞 온천천에서 '제1회 환경무용제'를 열어 성공한 바 있다. 

 

<가슴에 흐르는 강>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생태 위기에 처한 '강'과  우리의 몸 속을 흐르는 오염된 영혼의 강과 동궤한다. 이번 작품 역시 그동안 지구촌의 환경을 생각하는 정귀인 교수 춤작업의 연장선에 다름이 아닐 터.

 

그는 미국 유학 시절 뉴욕의 한 야외공원에서 상연된 환경춤 공연의 강렬한 인상을 깊이 새겨 우리 사회의 날로 심각해 지는 환경문제에 대해 춤으로 환경무용을 써왔다. 이번 공연에는 여느 때와 달리 직설적인 춤의 언어를 구사하지 않는다.

 

특별하게 <가슴에 흐르는 강>의 안무와 총연출을 맡은 정귀인 교수가 직접 작품 무대에서 춤공연과 함께 시도 낭송할 예정이다. 낭송의 음악 효과 등 무대의 음악 감독을 맡은 이는, 서울대학교 황준연 교수이다.

 

시와 춤으로 사색하는 '강'
 

<가슴에 흐르는 강>의 공연은, 총 4막으로 구성된, 제 1막은 '가슴에 강이 흐르는 여자' 제 2막은 '우주나무 속으로' 제 3막은 물살에 입술 부비는 노을 제 4막은 '강에서 달을 씻다'로 나뉜다. 특별히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막과 막 사이 알레고리 역할로 정귀인 춤꾼의 낭랑한 시낭송은 난해한 현대무용극이 아닌, 주제 확산 및 구체적 전달력을 고양시키는데 조력한다.

 

정귀인과 현대무용단은 1983년 창단했다. 이번 공연의 총 기획은 김정숙, 조안무, 김재덕, 출연진은 김정숙, 김재덕, 허하나, 이수정, 최규식, 강여진, 김미현, 송윤진, 이선림, 이예진, 최단비, 최유정 등이다.

 

강빛, 물빛이 흐르는 현대시를 춤으로 형상화한 작품 <가슴에 흐르는 강>은 탈 장르 창작 무용의 새로운 줄기를 파생케 할 것이다. 더불어 대중에의 끊임없는 관심을 유도하는 한국무용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집니다. 산골짝 도량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까요. 냇물에 섞인 나는 물이 되었다고 해도 처음에는 깨끗하지 않겠지요. 흐르면서 또 흐르면서, 생전에 지은 죄를 조금씩 씻어내고, 생전에 몇혀 있던 여한도 씻어내고, 외로웠던 저녁, 슬펐던 앙금들을 한 개씩 씻어내다보면, 결국에는 욕심 다 벗은 깨끗한 물이 될까요. 정말 깨끗한 물이 될 수 있다면 그때는 내가 당신을 부르겠습니다. 당신은 그 물 속에 당신을 비춰 보여주세요. 내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 주세요. 나는 허황스러운 몸짓을 털어버리고 웃으면서, 당신과 오래 같이 살고 싶었다고 고백하겠습니다. 당신은 그제서야 처음으로 내 온몸과 마음을 함께 가지게 될 것입니다. 누가 누구를 송두리째 가진다는 뜻을 알 것 같습니까. 부디 당신은 그 물을 떠서 손도 씻고 목도 축이세요. 당신의 피곤했던 한 세월의 목마름도 조금은 가셔지겠지요. 그러면 나는 당신의 몸 안에서 당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죽어서 물이 된 것이 전연 쓸쓸한 일이 아닌 것을 비로소 알게 될 것입니다.
<물빛>-마종기


 

정귀인과 현대무용단의 주요작품

<동동>, <축제시리즈>, <흙>, <바람의 말>, <산사에 뜨는 달>, <어머니의 등>, <회화 바람>, <토우시리즈>, <보자기>, <가시리>, <D-30> 등 85편

덧붙이는 글 | <가슴에 흐르는 강> 공연 문의/ 051-510-2951,1740, 010-5521-0603, 016-557-2843 kicdance@naver.com


태그:#가슴에 흐르는 강, #정귀인, #부산대학교 , #동동, #환경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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