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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생님께서 납도리 결구의 원리와 한옥의 미와 조화에관한 설명을 하고계신다. 보 머리는 서까래 아래에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보아지는 장여보다 1치 밑에있다.
▲ 납도리 이 선생님께서 납도리 결구의 원리와 한옥의 미와 조화에관한 설명을 하고계신다. 보 머리는 서까래 아래에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보아지는 장여보다 1치 밑에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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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때, 부모님과 조부모님 성묘를 끝내고 형제들이 한자리에 앉았다. 나는 6남매 중 맏이다. 둘째 동생이 나의 근황을 묻는다. 강원도 홍천에 있는 한옥학교 전문목수과정에 입교하여 한옥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동생은 사업가이다. 항상 생각의 기준은 경제성과 편의성이다. "형님! 요즈음은 설계도만 넘겨주면 중국에서 국산 홍송보다 좋은 목재로 치목하여 컨테이너에 싣고 와서 조립하고 마감까지 말끔하게 처리해 줍니다." 내가 답답한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에서 못 벗어나고 있어 안타깝다는 표정이다. 나도 동생이 못마땅하여 얘기를 거기서 접었다.

씨에스타 성당 천정에 성화를 그린 미켈란제로의 목은 천정 쪽으로 굳어 버렸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하여 목이 굽어질 때까지 몰두하여 성화를 그렸을까? 동생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었다. 바위에 불상을 조각하는 석수는 바위 안에 계시는 부처님이 세상으로 나오시도록 장해물을 제거하는 일념으로 징과 망치를 든단다.

천상병 시인은 세상을 노래했고, 베토벤은 영감을 소리로 표현했다. 불후의 명작을 남긴 화가들은 내면의 소리를 화폭에 담았다. 인간은 영적이고 창조적인 생명체이다. 창조활동을 통해서 가장 깊은 만족을 얻을 수 있다. 나는 음악가, 미술가나 시인이 될 수 없다. 나이 탓도 있지만 그 쪽으로 재능이 없다. 몇 차례 시도 해봤지만 무아지경에 빠질 수 없었다. 창조하는 일은 삼매경에 들지 않으면 안 된다. 삼매는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경지이다.

한옥 건축은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일이다. 다행히 나는 나무하고 같이 있으면 모든 잡념을 다 내려 놓을 수 있다. 아파트에 살면서 책장 등 가구를 만들어 나무 질감을 즐겼고, 전원주택에 살면서 톱과 망치 그리고 줄자만으로 7평 규모의 집 데크를 만들었다. 집에서 길렀던 애완견들을 위해 개 집도 여러 채 지었다.

시랑헌에도 5채나 되는 한 칸짜리 집을 만들어 누더기 별장을 만들었다. 하나는 화장실과 편백욕조 목욕탕, 하나는 공구 창고, 나머지 3개는 연결하여 오두막으로 사용 중이다. 딸이 이번 연휴 때 시랑헌에 들렀다. 딸은 "아! 공기가 너무 좋다. 일주일 정도만이라도 여기서 살고 싶다"고 했다. 딸은 서울에서 살고 있는 만화작가이다.

납도리

학생들은 이선생님께서 3푼 크게 재제한 부재를 설계도면 크기로 만들기 위해 수 천번 대패질을 해야하고 이를 통해 능력잇는 목수로 거듭난다.
▲ 대패질 훈련 학생들은 이선생님께서 3푼 크게 재제한 부재를 설계도면 크기로 만들기 위해 수 천번 대패질을 해야하고 이를 통해 능력잇는 목수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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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는 좁은 기둥 위에서 보(대들보)와 직각으로 결구되어 서까래를 통해 내려오는 지붕의 무게를 지탱하면서 기둥에 전달하는 부재이다. 도리는 형태에 따라 굴도리와 납도리 집으로 분류한다. 원형이면 굴도리, 각형일 경우 납도리로 부른다.

납도리 맟춤은 민가에 많이 사용하는 형태로 장식이 많지 않은 실용적인 결구법이다. 기둥은 크기가 7치(21cm) 내외이다. 7치 각재를 원기둥으로 사용하면 지름이 1자 정도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좁은 공간에서 보, 도리, 기둥을 안전하게 연결하는 일은 간단하고 쉬운 일이 아니다.

좁은 공간을 넓게 사용하여 안전하게 연결하는 비밀스런 기술이 한옥 곳곳에 숨어있다, 납도리는 가장 기본적인 한옥 이음과 결구 기술이다. 복잡한 결구법도 납도리의 응용이며 변화이다.

이 선생님께서는 납도리 실습을 위한 부재를 보통 3푼(1cm) 정도 크게 재제하여 학생들에게 지급하셨다. 학생들은 손 대패로 5덩이 부재를 깎아 설계도의 크기로 맞춰야 한다. 켈리퍼스로 대팻밥의 두께를 측정해보니 0.01mm 정도이다. 1cm 두께를 대패로 깎아 내려면 적어도 수 천 번 이상 대패질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톱과 끌 그리고 망치만으로 장부를 파야 한다. 일주일 동안 자르고, 파고 다듬었다. 제도시간과 설계 시간에 각자 만들 납도리 결구를 실재 크기로 도면을 작성했다. 처음 2~3일은 머리가 혼돈스러워 도저히 결구방식을 이해할 것 같지도 않았고 더구나 각자가 자기 작품을 만들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었다.

수 천 번의 대패질과 자르는 톱으로 부재를 켜는 일은 고도의 수행에 가깝다. 손을 몇 번씩 망치로 때리면서도 끌 끝을 보면서 끌질을 해야 한다. 납도리의 속살을 보겠다는 어묵동정(語默動靜) 일여(一如) 일념으로 꼬빡 일주일을 깎고, 자르고, 팠더니 납도리 윤곽이 들어난다.

이 선생님의 깊은 속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고통이 수반된 훈련을 통해 의젓한 목수 폼으로 다듬어지고 허공을 떠도는 납도리를 손으로 잡아 도면에 집어 넣고 난 후에야 "아~하" 단발마 비명 같은 오도송을 읊을 수 있었다.

불경을 달달 외워도 부처가 되지 못 하듯이 한옥 짓는 책을 백 번 읽더라도 한옥을 짓지 못한다. 이론은 허공에 메아리일 뿐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잡아야 고양이다'라고 토로한 등소평의 일갈의 의미가 가슴에 와 닿는다.

납도리 치목과 가구

보와 도리가 짜맞춤을 할 수 있도록 치목된 기둥. 보아지와 보는 기둥에서 끊김이 없이 지나가고 장여와 도리는 보아지와 보를 만나는 지점에서 주먹장 맞춤으로 건너간다.
▲ 기둥치목 보와 도리가 짜맞춤을 할 수 있도록 치목된 기둥. 보아지와 보는 기둥에서 끊김이 없이 지나가고 장여와 도리는 보아지와 보를 만나는 지점에서 주먹장 맞춤으로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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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목한 기둥의 측면모습
▲ 기둥치목 치목한 기둥의 측면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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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목은 부재에 먹줄을 놓는 일로부터 시작한다. 다듬어진 기둥에 먹을 놓고 톱으로 켜고 끌로 판다. 나무는 특성상 각 부재의 크기가 동일하지도 않고 완벽한 수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먹은 항상 부재의 중심선을 기준으로 놓는다. 먹을 놓고 나면 톱과 망치 그리고 끌로 이중 암주먹장 장부를 판다. 기둥 치목이 끝나면 보아지, 보, 장여, 마지막으로 굴도리에 두겁주먹장을 판다. 

보아지는 도리와 연결되는 기둥 상판을 확장시켜 보가 안정된 자리를 잡도록 도와주는 부재이다.
▲ 기둥에 결구된 보아지 보아지는 도리와 연결되는 기둥 상판을 확장시켜 보가 안정된 자리를 잡도록 도와주는 부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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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에 보아지가 결구된 모습이다. 보아지는 보가 기둥에 연결되는 면적을 확장하여 안전하게 자리를 잡도록 돕는 부재이다. 기둥으로 들어가는 부분을 통로 넓이에 맞춰 끌로 따내고 다듬는다.

장여는 도리밑에 위치하여 도리가 안전하게 보와 연결되도록 도와주는 부재이다. 이러한 시도가 한옥의 비밀스런 기술이다.
▲ 장여 장여는 도리밑에 위치하여 도리가 안전하게 보와 연결되도록 도와주는 부재이다. 이러한 시도가 한옥의 비밀스런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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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를 받히는 장여가 주먹장 맞춤으로 보아지 양 옆으로 결구된 모습이다. 장여에 숫주먹장을 파고 기둥에 암주먹장을 파야 한다.

주먹장 암수 크기는 목이 부재의 1/3, 끝이 부재의 1/2, 깊이는 1치 5푼 정도이며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1치 미만은 사용하지 않는다. 주먹장 목과 끝이 이루는 각도가 15도 정도일 때 가장 단단하게 연결된다. 주먹장 결구는 비교적 간단하면서도 한번 짜지면 힘을 받은 방향으로 결코 빠지지 않은 결구법이다.

보는 기둥을 건물의 앞뒤 기둥을 연결하는 부재이다. 우리가 잘 아는 대들보는 건물의 중앙에 있는 것으로 지붕의 하중을 가장 면저 받는다. 보 목이 가늘어 걱정하는 사람이 많으나 결구된 부재들은 한덩이가 되어 지붕의 무게를 능히 지탱할 수 있다.
▲ 보아지 위에 결구된 보 보는 기둥을 건물의 앞뒤 기둥을 연결하는 부재이다. 우리가 잘 아는 대들보는 건물의 중앙에 있는 것으로 지붕의 하중을 가장 면저 받는다. 보 목이 가늘어 걱정하는 사람이 많으나 결구된 부재들은 한덩이가 되어 지붕의 무게를 능히 지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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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지 위로 보가 결구된 모습이다. 앞부분은 양두문양을 새겨 넣고 조각해야 하나 조각끌이 없어 양머리 위 부분을 둥글게 접어 올렸다. 보의 기둥 앞 부분은 서까래 물매 경사를 감안하여 서까래와 조화를 이루는 경사를 이루도록 깎아야 하며 새길 문양은 집주인의 취향에 따른다.

이제 두겁주먹장으로 판 도리를 보의 양 곁에 판 암주먹장 기둥에 연결하면 납도리 맞춤이완성된다. 두겁주먹장은 파기가 힘들고 어렵다. 완성된 모양을 보면 간단할 것 같아도 실재로 파보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과정인지 알게 된다. 파는 목수의 취향에 따라 매끄러운 정도도 다 다르다. 설계도와 1mm 이상 크기가 차이 나면 틈새를 메우는 산지촉을 박아 고정시키나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변칙이다. 

보를 건너가는 납도리의 맞춤을 위해 치목된 두겁주먹장. 외부에서 보면 목재가 서로 맞대고 연결되는 것 같으나 내부에서 주먹장 맞춤으로 단단하게 결구된다.
▲ 두겁주먹장 보를 건너가는 납도리의 맞춤을 위해 치목된 두겁주먹장. 외부에서 보면 목재가 서로 맞대고 연결되는 것 같으나 내부에서 주먹장 맞춤으로 단단하게 결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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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과 보사이에서 주먹장으로 결구될 납도리 자리. 서툰목수 솜씨라 치목 틈새가 보이고 산지촉을 밖은 형태이나 내 집을 지을 때는 숙달된 솜씨로 치목할 것이다.
▲ 납도리가 결구될 자리 기둥과 보사이에서 주먹장으로 결구될 납도리 자리. 서툰목수 솜씨라 치목 틈새가 보이고 산지촉을 밖은 형태이나 내 집을 지을 때는 숙달된 솜씨로 치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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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가 주먹장맞춤으로 보를 가로질러 좌우 기둥을 연결하고 있다. 많은 공력이 들어간 일주일간 결과이지만 다 만들고 겉으로 보니 애들 나무조각 맞추기 놀이 같아 싱겁다. 그러나 이렇게 짜진 부재는 지붕의 무게를 받고 세월이 지나면서 각 부재가 흘린 송진으로 틈새를 매워 한 덩이가 된다. 

두겁주먹장으로 치목된 납도리를 양쪽에서 기둥과 보 사이에 결구하여 납도리맞춤을 완성한 모양이다.
▲ 완성된 납도리맞춤 두겁주먹장으로 치목된 납도리를 양쪽에서 기둥과 보 사이에 결구하여 납도리맞춤을 완성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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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랑헌 오두막을 지으면서 기둥, 보, 도리가 만나는 삼거리에서 교통정리를 못하고 부재를 자를 수 밖에 없었던 한 맺힌 고리가 풀어졌다. 한 칸이 두 칸으로 늘어나는 순간이다.

"나도 이제 두 칸짜리 집을 지을 수 있어, 아니 99칸도 가능할 것 같아."

덜 익은 벼 이삭 같은 자만심과 오만이 차오른다. 꾸~욱 눌러 원래 위치로 되돌려 놓은 후 학교 마당으로 나가 새벽공기에 흐린 정신을 씻는다. 먼동이 튼다. 새벽 6시이다.


태그:#지용한옥학교, #납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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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에 30년 동안 근무 후 은퇴하여 지리산골로 귀농한 전직 연구원입니다. 귀촌을 위해 은퇴시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하고 귀촌하여 2020년까지 귀촌생활의 정착을 위해 산전수전과 같이 딩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귀촌생활의 의미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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