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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4가 KT를 통해 국내 출시된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사옥 올레스퀘어에서 예약가입자들이 아이폰4를 만져보고 있다.
 아이폰4가 KT를 통해 국내 출시된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사옥 올레스퀘어에서 예약가입자들이 아이폰4를 만져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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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나한테 넘기고 당신은 아이폰4로 갈아타지 그래?"

아이폰4 예약이 한창이던 지난달 말 아내가 솔깃한 제안을 했다. KT 약정 승계 제도를 이용해 아이폰4를 새로 장만하란다. '웬 떡이냐' 싶었지만, 지금도 내 '중고폰'을 쓰는 아내에게 '중고 아이폰'까지 물려줄 순 없는 노릇이었다.     

다시 '아이폰 붐'이다. 아이폰4 예약 가입자만 30만 명에 이른다. 지난 10일 광화문 올레스퀘어 아이폰4 런칭 행사에서 만난 예약자들 가운데는 이미 '아이폰 3Gs' 쓰던 이들도 적지 않았다. 견물생심일까? 막상 '신상' 아이폰4를 직접 만져보니 내 마음도 흔들렸다. 가족에게 쓰던 아이폰을 넘기는 것도 모자라, 꼭두새벽 아이폰4를 예약하고 비를 피해 한두 시간씩 줄을 서 기다리게 만든 '지름신'도 이해가 됐다.

말 많은 '데스그립', 일상적 통화에는 큰 지장 없어

지난 13일 언론사 리뷰용으로 나온 아이폰4를 빌려 3일 동안 직접 써봤다. 아무래도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요즘 논란의 초점인 '데스그립' 부분이었다. 아이폰4는 단말기 측면을 감싼 테두리가 안테나 역할을 하는데, 왼쪽 아래 검은 띠 부분을 손으로 누르면 3G 음성 수신 감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논란이 확산되자 애플에서도 테두리를 감싸는 '범퍼'를 무료 제공해 왔다.  

국내에서도 아이폰4가 공식 출시된 뒤 아이폰 사용자 카페 등을 중심으로 데스그립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단순한 사용기에서 직접 수신 감도를 측정해 '데스그립' 현상을 입증하는 분석 글도 적지 않다.

애플에서도 '데스그립' 현상 자체를 부인하진 않는다. 다만 일부러 해당 부분을 꼭 누른다거나 3G 수신 상태가 안 좋은 '약전계' 지역 등 특수한 상황에서 측정했기 때문이며, 일상적인 통화 환경에선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플 아이폰4(왼쪽)와 내 아이폰 3Gs. 아이폰4 왼쪽 아래 검은색 띠 부분이 손으로 쥐면 '데스그립' 현상이 일어난다는 부분이다.
 애플 아이폰4(왼쪽)와 내 아이폰 3Gs. 아이폰4 왼쪽 아래 검은색 띠 부분이 손으로 쥐면 '데스그립' 현상이 일어난다는 부분이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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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인지 다행인지 내가 받은 리뷰 폰은 '데스그립' 문제는 없어 보였다. 수시로 통화하면서 데스그립 부분을 일부러 꼭 쥐고 통화해 보기도 했지만 스크린 위쪽에 표시되는 '안테나 숫자'가 줄어들거나 통화 감도가 떨어지진 않았다. 평소 3G 수신 상태가 좋지 않았던 집에서는 아이폰4의 수신 감도가 아이폰 3Gs보다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데스그립과는 상관없었다.

이미 몇 주 전부터 아이폰4 사전 개통해 쓰고 있는 '얼리아답터' 강훈구 지니 대표 역시 지금까지 데스그립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하 주차장처럼 3G 수신 상태가 안 좋은 지역에서 일부러 시험해 본 적은 없지만 적어도 일상 생활에서 그 문제로 불편을 겪은 적은 없다고 한다.

4배 선명한 레티나 액정화면 가독성 뛰어나
  
데스그립 논란을 빼면 아이폰4는 여러 가지 면에서 '신상'다웠다. 테두리가 각이 져 예전보다 얇아졌다는(12.3mm에서 9.3mm로 줄었다)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케이스 디자인 자체는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그립감도 나쁘진 않았지만 밑받침이 둥그스름한 기존 디자인에 익숙한 탓인지 손에 착 붙는 느낌은 덜했다.

아이폰4는 역시 레티나 액정 화면과 HD급 고화질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500만 화소 카메라가 가장 돋보였다. 3Gs와 똑같은 3.5인치 화면에 480×320픽셀이던 해상도를 가로 세로 2배씩 960×640픽셀로 늘려 4배 더 선명한 화질을 보여줬다.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에 있는 깨알 같은 글씨들도 화면을 키우지 않고도 바로 읽을 수 있을 정도였다. 덕분에 모바일 화면에 최적화되지 않은 일반 웹사이트 이용도 더 편리했다. 

아이폰4에서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을 갈무리한 사진(왼쪽)과 아이폰3gs에서 갈무리한 모습. 실제 아이폰 화면에선 동일한 크기지만 해상도 차이로 갈무리 사진은 아이폰4가 4배 크고 실제 레티나 화면에서도 이정도 가독성을 보여준다.
 아이폰4에서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을 갈무리한 사진(왼쪽)과 아이폰3gs에서 갈무리한 모습. 실제 아이폰 화면에선 동일한 크기지만 해상도 차이로 갈무리 사진은 아이폰4가 4배 크고 실제 레티나 화면에서도 이정도 가독성을 보여준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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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진가는 아이폰4 해상도에 최적화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아래 앱)에서 드러났다.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는 최상의 그래픽 영상을 보여줘 화제가 된 게임 데모 '에픽 시타델' 앱이 대표적이다. 레티나 화면을 보다보면 아이폰 3Gs 화면이 답답해 보여 '눈 버린다'는 말이 과장은 아니었다. 다만 아직까지 3Gs 해상도에 맞춰져 있는 대부분 앱들은 아이폰4에서 큰 차이를 느낄 순 없었다.   

자동 보정 기능까지 갖춘 '디카급' 카메라

아이폰4 카메라 역시 300만 화소에서 500만 화소로 업그레이드됐다. 아이폰 이용자들이 가장 바랐던 LED 플래시도 달리긴 했지만 출력 한계 탓인지 실내 촬영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진 못했다. 오히려 플래시보다는 사진 자동 보정 기능인 HDR(High Dynamic Range)이 제 몫을 했다.

HDR 기능을 켠 상태에서 사진을 찍으면 노출을 달리해 사진 3장을 연속 촬영한 뒤 실제 눈으로 보는 것과 비슷하게 보정했다. 카메라는 보통 초점이 맞춰진 피사체를 중심으로 노출을 정하기 때문에 그 주변부는 실제보다 더 밝거나 어둡게 찍히게 마련이다. 하지만 HDR로 보정된 사진에선 주변부 역시 적정 노출돼 또렷하게 살아났다. 촬영 시간이 더 걸려 연속 촬영이 어렵긴 하지만 후보정하는 시간을 그만큼 절약할 수 있었다.  

자동 보정 기능(HDR)으로 촬영한 사진(오른쪽)은 중심부 뿐 아니라 주변부까지 적정 노출을 주기 때문에 위쪽 구석에 있는 종이 글씨까지 뚜렷하게 잡힌다.
 자동 보정 기능(HDR)으로 촬영한 사진(오른쪽)은 중심부 뿐 아니라 주변부까지 적정 노출을 주기 때문에 위쪽 구석에 있는 종이 글씨까지 뚜렷하게 잡힌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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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최대 해상도 역시 480p(640×480)에서 720p(1280×720)로 늘어나 HD 영상 촬영이 가능했다. 부드러운 화면 전환을 좌우하는 초당 프레임 수 역시 30프레임으로 늘어 화면 끊김 현상도 덜했다. 지난 14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별빛 축제 리허설 장면을 촬영했는데 레티나 화면 덕에 실제 눈으로 본 것보다 동영상 화질이 더 선명해 보일 정도였다. 

아이폰4 핵심 기능인 '페이스타임'은 아직 시범 통화 이상은 어려웠다. 아이폰4 사용자끼리, 그것도 와이파이(무선랜)망을 통해서만 영상 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아이폰4 사용자와 와이파이망은 계속 늘고 있어 페이스타임 활용도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3G 영상통화가 따라올 수 없는 선명한 화질과 음성 통화료만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아이폰4로 촬영한 HD급 동영상과 아이폰3Gs로 촬영한 동영상(왼쪽 아래)를 원래 해상도 크기로 대조한 모습.
 아이폰4로 촬영한 HD급 동영상과 아이폰3Gs로 촬영한 동영상(왼쪽 아래)를 원래 해상도 크기로 대조한 모습.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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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아이폰4 '지름신'을 이기는 법

꼭 '얼리아답터'가 아니라도 이정도 기능이면 아이폰4에 손길이 가는 건 당연해 보인다. 이밖에도 새로 추가된 자이로스코프를 비롯해 중앙처리장치(1Ghz), 기본 메모리(512MB), 배터리 등 기본적인 성능이 향상됐다. 

그렇다고 지금도 멀쩡한 아이폰을 버리면서까지 갈아탈 정도는 아니다. 우선 하드웨어 기능 향상을 제외하면 멀티태스킹, 앱 폴더 등 기본적인 소프트웨어 기능은 아이폰 3Gs와 큰 차이가 없었다. 이미 지난 7월 아이폰 운영체제인 iOS4 업그레이드를 통해 아이폰4 핵심 기능을 대부분 흡수했기 때문이다.

2년간 '노예 약정'에 묶인 90만 원짜리 고가폰이 아니라도 지금 내 아이폰도 아직 충분히 매력적이다. 요 며칠 아이폰4와 비교되며 내게 구닥다리 취급을 받긴 했지만 적어도 3개월 전까지 남부럽지 않은 스마트폰이었고, 지난해 6월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신상'이었다. 그 당시를 회상한다면 적어도 내년 6월 아이폰 5세대가 나올 때까지 버텨 줄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지금 내 아이폰엔 자잘한 흠집들과 손때만큼이나 많은 추억이 담겨있다. 지난 4월 태어난 둘째 아이 출산부터 성장 과정이 담긴 2000여 장의 사진과 동영상, 200여 개의 앱들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다. 새 아이폰로 옮기기엔 벅찬, 그래서 좀 더 오래 내 손에서 간직하고 싶은 것들이 지금 내 아이폰 속에 있다.   


태그:#아이폰4, #아이폰, #스마트폰, #KT,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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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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