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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4대강 사업의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대강 화쟁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4대강 사업의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대강 화쟁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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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질 문제는 공사가 대략적으로 완공되는 내년 6월이면 검증할 수 있어요, 그때 검사해서 물이 오염되어 있으면 임기 끝나기 전에 정권 내놓을게요."
"물러나겠다는 거, 대통령과 의논한 겁니까."
"안 했습니다, 우선 나부터 물러날게요."

여당과 야당, 정부 대표에 시민사회단체까지. 4자가 처음 한 자리에 모여 '4대강 공사'에 대해 토론을 진행한 '화쟁토론회'에서 "공사 후 수질이 악화되면 정권을 내놓겠다"는 도발적인 이야기가 나왔다.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의 말이다.

16일 오후 2시,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개최한 '4대강 화쟁토론회'에는 원 사무총장뿐 아니라 이미경 민주당 사무총장,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박진섭 4대강사업저지범대위 집행위원장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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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논의하자'는 야당, 시민사회단체와 달리 정부와 여당은 '우선 하고보자'는 태도를 보였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4대강 사업을 통해 홍수 피해를 막을 수 있고, 물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며 "너무 서두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급격한 기후 변화를 생각하면 서둘러야 하고, 사업 기간을 늘리면 사업비만 더 들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을 하느냐 마느냐 보다는 어떻게 제대로 추진하느냐가 중요한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모두발언을 한 이후 다른 일정이 있다며 자리를 떴다. 대신 심명필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장이 자리해 정부 측 입장을 전달했다.

여당과 야당 시민사회단체, 정부가 다함께 만나 4대강에 대해 논의하는 '첫 자리'에서 정부 대표가 빠짐으로 '성의 없게' 보일 수 있다는 판단을 했던지 국토해양부 측은 사회자를 통해 "추진본부장의 직급이 장관급이고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는 전권을 가지고 결정권도 있기에 재량권을 갖고 토론에 임할 수 있다"고 전했다.

▲ 원희룡 "4대강 수질악화되면 정권 내놓겠다"
ⓒ 김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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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 논의기구 추진에 대해 정부 "그런 얘기 할 시점 아냐"... 야당 "긍정적"

본격적인 토론이 진행되자 화쟁토론회 사회자인 고성국 시사평론가는 '국민적 논의기구'에 대해 집요하게 묻기 시작했다.

원희룡 사무총장은 "국민적 논의기구를 반대하진 않지만 공사 중단이 전제조건이 될 경우는 반대한다"는 입장이었다. 왜일까.

"어차피 수술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수술하다가 병명을 잘못 진단했을지 모르겠다고 중단해 버리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 올 수 있다. 4대강 사업을 근본적으로 못하게 하려는 게 아니면 공사기간을 짧게 하는 게 생태적으로도 더 좋다."

이어 답변한 심명필 본부장의 입장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논의는 그 시점에 맞게 해야 하는데 지금은 사업을 할지 말지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라며 "추진 과정에서 부족한 점이 뭐가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미 '강'의 배를 열었으니 사업을 계속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이미경 사무총장은 "4대강 사업이 국민적 관심 사안이기 때문에 넓은 의견 수렴을 위해 국민적 논의기구가 마련되는 것은 긍정적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진섭 위원장은 "시점 이야기를 하는데, 정부 측에서는 적절한 시점에 적절하게 논의할 기회를 줬어야 했는데 전혀 없었다"며 "22조를 쏟아 부으면서 돈 아낀다는 논리도 설득력이 없고, 2년 반 만에 모든 공사를 마무리 지어 임기 내에 팡파르를 울리려고 하는 거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4대강 '살리기'? 우리 강은 죽었나?

이미경 민주당 사무총장.
 이미경 민주당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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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살리기'라는 관점의 문제도 지적됐다. 이미경 사무총장은 "4대강 추진 기구가 만든 책자를 보면 건기의 낙동강을 보며 '늙은 낙동강의 물줄기가 실개천처럼 약하다'고 표현하고 있다"며 "건기에 물이 좀 빠졌다고 병든 낙동강이라고 보는 것은 강에 항상 물이 차 있어야 건강하다고 보는 건데 그렇다면 홍수 때가 가장 건강한 강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 사무총장은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4대강 사업은 홍수를 예방하겠다며 추진되고 있는데 이미 홍수 예방을 위한 정비가 96.3% 이뤄져 있는데 뭘 더 어떻게 정비를 하겠다는 것이냐, 지금 홍수를 예방하려면 본류가 아닌 지류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정부는 물 부족도 해결한다는데 4대강 유역에 물 부족은 거의 없고, 수질 개선 부분도 준설을 통해 유속이 감소되면 녹조가 생겨 도리어 수질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사무총장은 "4대강에 쏟아 붓는 22조가 사업의 본래 목적에 안 맞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명필 본부장은 "2002년에 큰 홍수와 태풍을 경험했음에도 2003년에 정부가 세운 대책이 실천된 게 없다"며 "제방을 높이거나 하류에 하구 둑 등을 세워 홍수를 막을 방법이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곧장 반발이 들어왔다. '4대강 홍수' 얘기를 하는데 나라 전체에서 발생한 홍수 얘기만 한다는 지적이다. 박진섭 집행위원장은 "4대강 지역 안에 있는 사람들이 홍수 피해를 당했다면 이 사업을 찬성하겠지만 아니지 않냐"며 "홍수를 막겠다고 제방을 쌓아도 홍수가 나면 제방은 무너진다"고 꼬집었다.

박 위원장은 "환경영향평가도 최소한 4계절에 걸쳐 조사했어야 했는데 10년 전 조사한 자료를 놓고 평가를 했다고 이야기 한다"며 "공사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차분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희룡 사무총장은 "노무현의 87조 재해예방사업은 되고 이명박의 22조는 안 되는 거냐"고 말했다. 이에 이미경 사무총장은 "이미 수질이 개선되어 있고 홍수도 나지 않는데도 돈을 집어넣으니 문제"라며 "87조는 전국적으로 홍수가 나는 지역에 대해 재해 방지 사업을 벌인 것으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하자는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원희룡 "수질 관리? 금남보로 증명될 것"... 박진섭 "금남보는 4대강 아니야"

박진섭 4대강사업저지범대위 집행위원장.
 박진섭 4대강사업저지범대위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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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에 참석한 패널 측에서 수질 관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자 원희룡 사무총장은 "준설 공사와 보 공사가 거의 끝난 금남보가 있는 금강 부지를 가보면 철새며 물고기가 다 돌아왔다"면서 "이제 환경단체들이 거기 물을 떠서 수질을 책정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수질 관리에 대해 명백히 증명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진섭 위원장은 "자꾸 금남보 이야기를 꺼내는데 금남보는 원래 4대강 사업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며 규모 자체도 많이 다르다"고 쏘아 붙였다. 웃음을 지으며 여유롭게 토론회에 임하던 원 사무총장의 얼굴이 일순 굳어버렸다.

이미경 사무총장은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이 총장은 "애초 운하사업의 목표는 강 유역 개발이었는데, 결국 리조트도 짓고 땅값을 올리는 방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원희룡 사무총장은 "현재 하천 부지 내에는 농작, 축산 산업을 하지 못하도록 지정돼 있다"며 "도대체 어떤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는지 예를 들어봐라"고 맞받아쳤다.

이에 대한 반박은 이후 있었던 패널의 문답 시간 때 제기되었다. 법등 스님은 "정종환 장관이 수자원공사의 빚 8조를 4대강 주변 관광 레저, 주택 단지 개발에 참여시켜서 이를 통해 이익을 내서 갚겠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원 사무총장은 "국회 내 토론을 거쳐서 난개발로 가지 않도록 제동을 거는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수술 이미 진행되었으니 중단할 수 없다? 원천적 문제제기 제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4대강 화쟁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4대강 갈등문제 해결을 위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왼쪽부터 이미경 민주당 사무총장,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 고성국 시사평론가, 박진섭 4대강사업저지범대위 집행위원장,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4대강 화쟁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4대강 갈등문제 해결을 위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왼쪽부터 이미경 민주당 사무총장,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 고성국 시사평론가, 박진섭 4대강사업저지범대위 집행위원장,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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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반가량 이어진 토론회를 지켜본 패널들은 본격적인 '비판'에 들어갔다.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는 "(원희룡 사무총장이) 책임진다고 하니 임기 안에 마치는 것이 다행인가 싶은데 한 편에선 4대강 사업이 잘 끝나면 이렇게 엄청나게 졸속으로 처리해도 좋은 결과만 나오면 다음에도 그런 짓을 또 벌여도 된다고 여길까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법안 스님은 "수술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지금이라도 수술을 중단하고 개조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수술이 이미 진행되었으니 중단할 수 없다는 건 원천적인 문제제기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안 스님은 "국민적 논의기구를 통해서 부분적인 것만 수용하겠다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라며 "안 된다고 못 박고 가면 논의기구는 정부 사업의 들러리밖에 더 되겠냐"고 꼬집었다.

민주당에도 화살은 돌아갔다. 법안 스님은 "야당은 '4대강 이렇게 정비하자'고 대안을 내놓고 국민과 함께 해야 하는데 이런 모습이 없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이미경 사무총장은 "민주당 4대강 특위는 16개의 보와 과도한 준설을 하지 말자는 입장에서 해야 될 사업과 하지 말아야 할 사업을 정리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안을 제안했고, 국회 내에서 검증 특위를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야 모두 "2박 3일 무제한 토론 하자" 제안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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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가 막바지에 다다르자 자연스럽게 향후 계획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심명필 본부장은 "기후 변화 때문에 홍수 피해가 갈수록 심해질 텐데 지금 하는 사업을 진행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를 두고 왈가왈부하면 결국 국력 낭비고, 어떻게 하면 이 사업을 제대로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는지 아이디어를 모으는 게 건설적"이라고 말했다. 토론회 초기에 보였던 '하고 봐야 한다'는 입장에서 조금도 달라진 점이 없는 것이다.

다만 원희룡 사무총장은 심 본부장보다는 조금 더 전향적인 모습을 보였다. 원 사무총장은 "2박 3일, 무제한 토론을 했으면 좋겠다"며 "공사 현장에 직접 가서 토론을 한다면 실무적이며 지역 특성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사무총장 역시 "긴 토론을 하자"며 "국회 안 검증 특위에서 2~3일 계속 토론을 한 후 여론조사를 해서 4대강 사업 반대 의견이 더 많이 나오면 대안을 찾자"고 제안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화쟁위 위원장 도법 스님이 토론회를 마무리 지었다.

도법 스님은 "오늘 토론에서 공론조사, 끝장토론 등의 의견을 보며 새로운 길 나오지 않을까 희망을 갖게 되었다"며 "4대강 문제에 대해 합리적 방안이 제안되었을 때 여야, 시민사회단체, 정부 그 누구든 명분 없이 반대하면 강력하게, 종단의 명운을 걸고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도법 스님 마무리 발언에 토론회 참석자들은 힘찬 박수로 화답했다.


태그:#4대강, #화쟁토론회, #원희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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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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