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저를 무고한 권력자들은 1~2년이 지나면 권력에서 밀려나게 될 것입니다. 이런 무지한 권력남용이 고스란히 자신의 발등을 찍을 것임이 명약관화한데 그것을 모르는 것일까요? 어리석기 짝이 없습니다. 왜 우리는 이런 어리석음을 되풀이하는 것일까요?"

 

국가가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승소한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16일 오전 1시경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소감문의 일부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4부(재판장 김인겸)는 박 변호사가 국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국가가 박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명예훼손) 청구소송에서 국가의 청구를 기각했다. 국가는 원칙적으로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자로서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지난해 6월 박 변호사는 <위클리경향>과 한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시민단체와 관계를 맺은 기업의 간부들에게까지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시민단체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정원의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국가는 지난해 9월, "박 변호사가 허위사실을 주장해 국가정보원과 국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2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다시는 이런 억지와 모순이 이 땅에서 없기를..."

 

싱가포르에서 열리고 있는 사회혁신대회에 참가하고 있다는 박 변호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글에서 "많은 분들이 승소를 축하해주셨고 격려의 말씀을 남겨주셨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도 "사실 축하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참 우스꽝스런 일이어서 쑥스럽고 어색하기만 하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축하해야 할 일인지조차 헷갈린다고 표현하기도 했다"며 씁쓸해 했다.

 

이어서 박 변호사는 "아직 이 정부의 억지스런 조치로 많은 선량한 시민들이 이런저런 송사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저만 기뻐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불행하게도 억지와 모순, 무지와 미망, 야만과 불합리가 이 땅을 뒤덮고 있습니다"라고 개탄했다.

 

또한 박 변호사는 "저는 권력자들의 얼굴을 보면서 그 권력의 의자가 치워지면 초라하게 자연인으로 돌아갈 그 모습이 늘 보입니다, 완장을 차고 위세를 부리는 그 허구와 껍데기를 봅니다"라며 자신을 "무고한" 권력자들에게 날을 세웠다. 

 

앞서 박 변호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말도 안 되는 소송이어서 승소조차 얼떨떨합니다, 다시는 이런 억지와 모순이 이 땅에서 없기를 소망합니다"라며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사필귀정이라는 말보다 더 어울리는 말은 없을 듯 싶습니다. 늘 진실은 이긴다고 저는 믿습니다. 함께해 주신 변호사님들, 격려해주신 여러분 모두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유사한 소송에 휘말려 계신 많은 시민들에게 연대의 마음을 보냅니다."

 

다음은 박 변호사가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글의 전문이다.

 

긴 하루였습니다.

여기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사회혁신대회(Social Innovation Exchange, SIX)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중간에 빠져나올 수가 없어 마음으로는 궁금하고 초조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좀 전에야 저녁식사까지 마치고 호텔방으로 들어와 뉴스도 보고 트위터, 페이스북에 올린 많은 글들을 확인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승소를 축하해주셨고 격려의 말씀을 남겨주셨습니다.

사실 승소를 축하받는다는 것 자체가 참 우스꽝스런 일이어서 쑥스럽고 어색하기만 합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축하해야 할 일인지조차 헷갈린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참 많은 분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참 행복하기도 합니다.

동시에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특히 아직 이 정부의 억지스런 조치로 많은 선량한 시민들이 이런저런 송사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저만 기뻐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언젠가부터 저 스스로 개인의 자유와 풍요를 누리기 힘든 공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되었습니다.

온 세상이 평화스럽지 못한데 저 혼자 평화스러울 수가 없지요.

그 누군가 억울한 사람이 고통스러워하는데 저만 평안하게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불행하게도 이 나라에 억지와 모순, 무지와 미망, 야만과 불합리가 이 땅을 뒤덮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오히려 고난받는 자들이 있는 그 자리에 함께 있는 것이 한결 마음이 편하기 마련입니다.

 

저는 권력자들의 얼굴을 보면서

그 권력의 의자가 치워지면 초라하게 자연인으로 돌아갈 그 모습이 늘 보입니다.

완장을 차고 위세를 부리는 그 허구와 껍데기를 봅니다.

이제 저를 무고한 권력자들은 1-2년이 지나면 권력에서 밀려나게 될 것입니다.

이런 무지한 권력남용이 고스란히 자신의 발등을 찍을 것임이 명약관화한데 그것을 모르는 것일까요?

어리석기 짝이 없습니다.

 

왜 우리는 이런 어리석음을 되풀이하는 것일까요?


태그:#박원순, #국가 명예훼손, #민간인 사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