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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공정한 사회'를 지향하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지향점과 너무 거리가 있다."

<연합뉴스>가 최근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채 사건을 계기로 조명한 '<공정사회> ①이대로는 안 된다' 특집기사의 편집자 주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렇다면, 국내 최대 통신사인 <연합뉴스>의 기사는 요즘 어떨까? 공정하고 불편부당할까? 답은 '아니요' 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

<연합뉴스>의 불공정 보도 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연합뉴스> 내부에서조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뉴스통신진흥법)에 근거해 국가기간통신사로 지정,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연합뉴스>의 보도 행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노동조합 공정보도위원회 위원·편집위원 일동은 지난 13일 '요즘 연합뉴스 기사 어떻습니까'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연합뉴스>의 부적절한 보도태도를 지적하고, 특히 노조 몫으로 주어진 편집위원회 참석을 무기한 거부키로 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굵직한 현안마다 공정보도 했는지 의구심"

'천안함' 침몰사고와 관련 4월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질의에서 김태영 국방장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담긴 메모를 읽고 있다.
▲ 국방장관에게 전달된 '이명박 대통령 메시지' '천안함' 침몰사고와 관련 4월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질의에서 김태영 국방장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담긴 메모를 읽고 있다.
ⓒ 노컷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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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성명에서 "최근 있었던 총리·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잦은 4대강 특집, 천안함 관련 VIP 메모사진 누락, 세종시 문제,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상명하달식 기사들"을 언급하며 부적절한 보도 사례를 제기한 뒤, "굵직굵직한 주요 현안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에 출석한 김태영 국방장관의 천안함 관련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는 의혹을 부른 'VIP 메모' 사진을 <연합뉴스>도 찍었지만 보도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연합뉴스>는 또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계기로 18개의 기획기사를 내보냈는데, 이 대통령의 치적을 집중 부각시켜 '찬양보도'라는 비난이 제기되기도 했다. <도전과 응전의 정치>편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특유의 현장 경제 경험과 배수의 진을 친 전력투구, G20(주요20개국)에 대한 주도적 참여 등으로 극복, 세계의 경제모범국의 위상을 찾는 반전의 계기를 잡았다"고 평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노조 편집위원 등은 또 "언제부터인가 점점 딱딱해지는 회사 분위기 속에서 현장 기자의 판단과 상관없이 내려오는 일방적인 기사작성 지시, 취재기자의 의사에 반해 바뀐 채 송고되는 기사들, 취재와 기사작성 때 데스킹 과정부터 생각하고 스스로 움츠러드는 기자들"이라며 편집국의 분위기를 전했다.

"일선 기자와 데스크 사이의 소통 부재는 더욱 큰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기자들은 의견이 있어도 감히 얘기하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합리적인 의견 교환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천안함 사건 성금모금,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가이드라인에서 보듯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원들이 배제되는 일도 많습니다.

취재현장에서 뛰고 있는 연합뉴스 기자들 중 상당수가 겪고 보고 느끼는 지금 우리의 모습입니다. 이런 현실에 연합뉴스 구성원들의 사기는 크게 꺾이고 좌절감과 무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은 "공정보도를 위해 마련된 사내외 기구도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개탄했다.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수용자권익위원회, 노사 동수로 구성된 편집위원회 회의가 매달 한 차례씩 열리지만,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내고 공정성 문제를 지적해도 회사의 태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국회에서 통과된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안에 따라 각계 인사 9인과 사내 인사 1인으로 구성된 수용자권익위원회는 지난 1월부터 매월 정례회의를 열고 있다. 편집위원회 역시 <연합뉴스>에 대한 정부 지원을 영구화하는 과정에서 보도의 공정성 확립을 위한 장치로 마련됐다.

하지만 노조 편집위원 등은 "편집위원회는 내부 구성원들의 공정보도 의지를 반영하고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야 할 논의의 틀로서 큰 한계에 봉착해 있다"며 "그동안 많은 이슈를 테이블에 올렸지만 논점을 비켜가며 겉돌기 일쑤인 논의에 그치고 말거나 회의 이후 생산적인 후속 조치를 이끌어내는 지렛대가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이런 상황에서 편집위원회에 계속 참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노조 측 편집위원 일동은 회사가 공정보도를 위해 성의 있고 가시적인 노력을 보일 때까지 편집위원회 참여를 무기한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끝으로 "<연합뉴스>가 정부에서 받는 구독료는 정부 예산이기에 앞서 국민에게 정확하고 공정한 정보를 제공하고 받는 국민의 세금임을 잊어선 안 된다"며 "<연합뉴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MB 언론특보 출신이 진흥회 이사장... 노조의 입장은?

연합뉴스 홈페이지 캡쳐
 연합뉴스 홈페이지 캡쳐
<연합뉴스>의 불공정 보도 논란은 이미 지난 2008년 12월부터 예고되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연합뉴스> 최대 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진흥회) 이사장에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언론특보를 지낸 최규철 전 <동아일보> 논설주간이 임명된 것. 당시 YTN에 이어 <연합뉴스>에도 낙하산 인사가 이뤄졌다는 비난이 일었다.

<연합뉴스> 주식의 약 30%를 확보하고 있는 진흥회는 사장 추천권, 예·결산 승인 및 경영 감독권까지 행사할 수 있어서, 최규철 이사장의 취임으로 <연합뉴스>의 친정부적 편향 보도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연합뉴스> 내부에서는 국고지원 연장 또는 영구화를 위해 친여 성향 이사장을 반기는 기류가 상당수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당시까지 <연합뉴스>는 6년 한시법으로 제정된 뉴스통신진흥법에 따라 국가기간 통신사로 지정돼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으로부터 '구독료' 명목으로 연간 300억 원을 지원받고 있었다. 결국 최 이사장이 취임한 직후인 2009년 4월 국회에서 <연합뉴스>에 대한 정부지원을 영구화 하는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안이 처리됐다.

실제 최 이사장이 취임할 당시 연합뉴스 노동조합은 "(대통령의) 특보 출신 이사장은 부적절하다"는 원론적인 견해를 보이긴 했지만, 최 이사장의 취임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서지는 못했다. 이번 성명서 역시 <연합뉴스> 노동조합 공식 명의로 발표된 것이 아니라 노조 산하에 있는 '공정보도위원회 위원·편집위원 일동' 명의로 발표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태그:#연합뉴스, #연합뉴스 노동조합, #불공정 보도, #MB 언론특보, #연합뉴스 노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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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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