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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 홍보물
 G20 정상회의 홍보물

"전 세계로 명박산성을 수출하자. 촛불시위 때 보여준 그 놀라운 컨테이너 명박산성. 전 세계 언론의 조롱감이 되었지만,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잘 사용해서 수출 주력 상품으로 키우는 게 어떠냐?" (ID : sbg***)

오는 11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기간 회의장 주변에 설치될 2.2m 높이의 안전방호벽을 두고 "제 2의 명박산성이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찰은 각국 정상들에 대한 경호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누리꾼들은 헌법에 보장된 평화적인 시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대형 안전방호벽은 대한민국 차량과 시민 전체를 잠재적인 테러용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높이 2.2m, 최장 1.6㎞까지 둘러싸는 안전방호벽

15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정상회의가 열리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주변을 "테러나 시위로부터 안전한 '안정화구역'으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최근 '안전방호벽(차단시설물)' 제작을 위한 업체 선정에 나섰다. '차량테러나 시위대의 접근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제작되는 안전방호벽은 고속도로 중앙분리대 형태의 콘크리트 구조물 하단부와 플라스틱 벽으로 된 상단부로 구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안전방호벽은 하단부 콘크리트 구조물(0.9m)과 상단부 플라스틱 벽(1.3m)을 합할 경우 높이가 2.2m에 달해 보통 사람 키로는 차단벽 안을 들여다 볼 수조차 없다. 또한 폭 2m의 개별 구조물 800여 개를 모두 이으면 전체 길이가 1.6㎞에 달할 전망이다. 안전방호벽은 크레인을 통해 이동·설치가 가능하며, 경찰은 회의 기간 동안 주변 상황에 따라 안전방호벽을 탄력적으로 재배치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또 정상회의가 끝난 뒤, 안전방호벽의 하단부 콘크리트 구조물은 도색 처리 후 일반도로의 중앙분리대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장벽은 또 하나의 재앙 될 것"

이에 대해 참여연대·녹색연합·사회진보연대·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사람이 우선이다! G20대응 민중행동'(아래 'G20 민중행동')은 "장벽은 또 하나의 재앙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용건 금융규제강화·투기자본과세시민사회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민주주의 국가의 표본이고 선진국가로서 G20회의를 (주최)하면서 (민중들과) 대화와 소통을 해야 하는데 산성을 쌓아 민중들의 접근을 불허하겠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라며 "이번 회의를 오직 G20개국 정상들만 하는 것으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용건 대표는 이어 "(이번 회의의) 실패가 불을 보듯 뻔 하니까 장벽을 치는 것 아니냐. 그 장벽은 또 하나의 재앙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걸 전 세계적으로 알려 망신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성규 'G20 민중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G20 경호안전특별법'에 의해 군대까지 동원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다. 오성규 위원장은 "서울시내에서 동원할 수 있는 경찰병력이 3만 명인데, 정부는 그 병력으로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고 판단, 군대까지 동원하는 것을 불사하고 있다"며 "아주 특수한 목적으로 움직이는 군대가 민간인을 상대하는 해괴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헌법으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고 민중 진영의 목소리는 배제하겠다는 것은 근본적인 인권의 문제"라며 "G20 회의에서는 자유로운 의사가 표출되어야 하기 때문에 절대 물리력으로 통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동·민중·시민사회진영은 15일 오전 G20 서울 정상회의에 대한 공동대응기구인 'G20 민중행동'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경제위기를 해결하는 데 실패하고 있는 G20 정상회의에 대해 공동 대응하고, G20을 빌미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탄압하는 MB 정부를 규탄하는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G20 민중행동'은 노동자, 농민, 빈민 등 대중조직과 진보적인 시민사회단체 50여개가 참여하고 있다.


"2.2m 방호벽? 돈 안드는 '명박산성'이면 충분"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촉구 및 국민무시 이명박 정권 심판 100만 촛불대행진이 2008년 6월 10일 저녁 서울 세종로네거리에서 열리는 가운데, 경찰이 청와대 진입을 막기 위해 세종로네거리에 설치한 컨테이너 바리케이트에 시민들이 '서울의 랜드마크 <명박산성>'이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촉구 및 국민무시 이명박 정권 심판 100만 촛불대행진이 2008년 6월 10일 저녁 서울 세종로네거리에서 열리는 가운데, 경찰이 청와대 진입을 막기 위해 세종로네거리에 설치한 컨테이너 바리케이트에 시민들이 '서울의 랜드마크 <명박산성>'이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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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들도 "대한민국이 세계 중심이 된다고 하면서 (각 나라) 정상과 시민들을 '방화벽'으로 분리시키려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블로거 '耽讀'은 "세계 중심 대한민국이 아니라 각국 정상들만의 G20정상회의"라며 "이런 정상회의 하면 무엇하나, 그들만의 잔치일 뿐 시민들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갑자기 2년 전 촛불집회 당시 '명박산성'이 떠오른다. 명박산성은 한마디로 이명박 대통령과 촛불시민을 '불통'으로 만들어버린 상징이다. 명박산성으로 MB는 시민들과 불통을 선언했다. 말로는 사과하고, 서민을 말하고, 소통을 말했지만 결국 4대강 사업에서 보여주었듯이 불통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는 이어 "방화벽은 무슨 방화벽, '명박산성' 쌓으면 된다"며 "4대강 사업에 돈 쏟아 부어 경제도 어려운데 방화벽까지 쌓는다면 돈만 든다. 돈 들지 않는 명박산성이면 충분하다"고 꼬집었다.

경찰의 안전방호벽을 지난 광우병 쇠고기 파동 촛불집회 당시의 '명박산성'에 빗대 이명박 정부의 '불통 정치'를 꼬집는 누리꾼들의 성토도 이어졌다.

"교통도 아주 편리한 동해바다 한가운데 배 띄워서 해라." (우주로)
"그러려면 무인도 하나 얻어서 거기서 하지. 특정 나라, 특정 지역에서 행사를 하는 것은
그 나라 시민들이 어떻게 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함께하기 위함이다. (오래올래)
"명박산성ㅋㅋ 국격 2m상승이오!" (포세이돈)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산성이 생기는 구나. 아니, 도심성 이구나. ㅋㅋㅋ" (마시마로)
"명박산성…. 컨테이너·닭장차 강추, 많이 해봤잖아. 그냥 컨테이너랑 닭장차로 쌓아라." (7445)

닉네임 '불사조'는 "2미터 방호벽? 아예 만리장성을 만들라"며 "민주국가에서는 폭력이 아닌 헌법에 보장된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시위는 보장하고 보호해야하는 데, 사상 표현의 자유를 허용 안하고 막가파식으로 공권력이 먼저 법을 어긴다면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고 공산당 독재하고 무엇이 다르냐"고 지적했다.

'은여울'도 "다른 나라 정상을 보호하려는 게 아니고 다른 나라 정상들의 눈을 가리려는 게 아니냐"며 "회의장 밖에서는 천안함, 4대강 등등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을 테니깐"이라고 의혹 어린 시선을 보냈다.


태그:#G20 정상회의, #명박산성, #안전방호벽, #G20대응 민중행동, #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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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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