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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등 대기업 대표들과 조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등 대기업 대표들과 조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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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일 중소기업 대표들과 만난 이후 13일엔 재계총수 12명과 조찬을 하면서 '경제판 공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지난 6월 이후 이 대통령이 기업대표들과 여러 차례 만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의 길을 강조한 것은, 자그마한 업체를 운영하는 내가 보기에도 매우 의미있는 일이었다.

중소기업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대기업은 대기업 관점에서 상생협력이라는 용어에 서로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옛날에도 늘 그랬듯이 정치, 사회적인 분위기에서 이번의 만남 또한 의례적인 모임이 아니었나 실망의 목소리도 있는 듯하다.

상생협력이든 동반성장이든, 제대로나 하면...

이날 모임에서 쏱아낸 총수들의 발언들이 그리 신선하거나 새로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기업 총수들이 나서야 진정한 상생협력이 이루어지지 않겠느냐'는 이 대통령의 주문에 우선 전경련 회장단은 지난 9일 모임을 갖고 '앞으로 중소 협력사들과 상생을 넘어서 동반성장을 위해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아울러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경제 주체들간 유기적인 협력이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을 같이 하고, 특히 중소 협력사들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이날 회장단에서는 '상생협력'이라는 말 대신 앞으로 '동반성장'이란 용어로 통일해 사용하기로 했다. 기존 상생협력 이상으로 진전되고 포괄적인 협력관계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게 전경련 측 설명이다.

최근 공정사회 실현이라는 틀 안에서 재계 역시 '경제공정'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흔적을 읽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눈에도 그 수가 읽힌다는 건 대기업이 그동안 얼마만큼 진정성을 같고 상생을 주장해 왔느냐는 의문과 이번에도 말만 무성한 잔칫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스러움이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생을 위해서는 1차적으로 대기업 불공정 거래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단속과 법집행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부당한 행위에 대한 제재는 얼마든지 가능함에도 그동안 대기업이나 그 총수에 대해서는 적당히 눈감아 주고 봐주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그런 현실에서는 상생을 운운할 수 없다. 자금이나 인력, 시스템, 유통 등에서 월등히 앞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싸움은 애초 공정한 게임이 아니었음에도 특혜까지 주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의 제도적인 보호장치가 필요함에도 아직까지 '중소기업상생법' 개정 조차도 미온적이니 말과 행동, 위와 아래가 맞지 않은 그야말로 빛좋은 개살구 행정이 아니겠는가.

소비자 잘못도 내 탓이오 해야 하는 이상한 상황

자그마한 업체를 운영하는 내 경우, 얼마전 남들이 부러워 할 만한 어느 매장에 입점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판매한 물건에 대해 고객으로부터 불만접수가 있었다. 내용을 알아본 바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었다. 사용자의 사용 잘못으로 인한 것임에도 그 고객에게 무조건 사과하고 변상해 주라는 회사 측 요구를 받고 매우 당황한 적이 있었다. 아니 내가 뭘 잘못했는데, 잘못은 저 아줌마가 잘못했는데 왜 내가 머리 조아리고 변상까지 해줘야 하냔 말이다.

또 한번은 해외에서 수입한 물건의 통관을 위해 해당 행정기관에 전산등록을 시키다가 분통이 터진 일도 있었다. 이게 무슨 세상 최고의 시스템이라고 난리를 떠는지 결국에 난 홈페이지 전면에서 환하게 웃음 짓는 기관장 앞으로 편지를 보냈다. "당신이 직접 입력하고 통관절차를 해보시라"고.

상생이나 소통은 일방적이어서 안 된다. 위 내용은 개인적으로 겪은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중소기업들은 이보다 더한, 정말 분통 터지고 억울한 사연도 많을 것이다. 말이 말같지 않으면 말을 말라는 말이 있다. 입을 통해서 나오면 말, 그러나 가슴 속에서 진정 우러나오는 말이 아니라면 이는 소리며 소음일 뿐이다.

위장전입에 부동산투기, 논문표절에 병역기피, 불법정치자금이 아무런 죄의식없이 통용되는 우리 사회에서 공정사회 외침은 말그대로 불공정이기에 이번 상생조찬 또한 중소기업 따로 대기업 따로 대통령 따로 식사만 한 꼴은 아니였는지 자뭇 궁굼하다.

MB, 소통의 자리 만든 것으로만 끝나진 않겠지

소통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면 중소기업, 대기업, 소비자, 공무원, 협력업체 등 관련 모든 사람들이 모여 정말 허심탄회한 의견들을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은 왜 못했을까. 대통령이 불렀기에 어쩔 수 없이 나와 의례적인 말씀들만 하셨으리라고는 생각 안 한다. 대통령 역시 소통의 자리를 만들었으니 그것만으로 본인의 소임을 다하셨으라 생각치 않는다.

그러나 만일 이번에도 그러했다면 우리는 또 돌아서면 배가 고플 것이다. 늘 그랬듯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갑과 을이 아닌 진정한 파트너로서 '허허' 함께 웃을 수 있는 그날은 언제쯤일까. 상전이 배부르면 종놈 배고픈 줄 모른다는 말은 상생이 아니기에!


태그:#그냥얼떨결에후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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