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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에 대해 직무정지를 결정한 가운데 14일 저녁 서울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에서 신 사장이 이사회를 마친 뒤 본점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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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에 대해 직무정지를 결정한 가운데 14일 저녁 서울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에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이사회를 마친 뒤 차량에 올라타 본점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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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사태'의 승자는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었다.

14일 오후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는 '신상훈 사장 직무 정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팽팽한 표 대결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표결에 참여한 이사 11명 중 신상훈 사장 본인을 제외한 10명이 신 사장의 직무 정지에 동의했다. 신 사장은 "(이사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성빈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이 끝난 후 가진 브리핑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심한 상황에서 신상훈 사장이 정상적으로 업무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현재로서는 추락한 신한의 위상과 브랜드 네임을 회복하고 과거보다는 미래를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데 이사들이 모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이사회 결정에도 '신한 사태'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사법부가 신 사장에 무죄 판결을 내릴 경우,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 또한 라응찬 회장의 차명계좌 의혹이 정치권으로 불똥이 튀고 있는 터라 라 회장의 앞날 역시 불투명하다. 이백순 신한은행장 역시 재일동포 주주 4명으로부터 해임소송을 당해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이날 이사회가 열린 서울 중구 태평로2가 신한금융지주 본사는 하루 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마이뉴스>는 긴박했던 이날 이사회의 막전막후를 재구성했다.

[막전] 모습 숨긴 '신한 3인방', 입닫은 이사, 폭탄발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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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에 고소된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사회가 열린 가운데 14일 오후 서울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 로비에서 직원들이 외부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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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사진왼쪽부터)이 14일 오후 서울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에서 신상훈 사장의 거취를 결정하는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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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 본사에서는 이사회 시작 2시간 전인 오전 11시 50분부터 취재경쟁이 시작됐다. '신한사태 3인방'은 진을 치고 있던 취재진을 따돌리고 회의장에 들어섰다. 나머지 이사들은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말을 아꼈다. 일부에서 이사회에서의 폭로전을 예고하는 발언이 나와 긴장감을 더했다.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오전 일찍 출근한 가운데,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오전 12시 55분 포토라인이 들어선 입구를 우회해 로비로 들어섰다. 뒤늦게 취재진이 라응찬 회장을 알아보고 쫓아갔지만, 라 회장은 직원들에 둘러싸여 취재진이 없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 취재진이 "직원들에게 하실 말씀 없느냐"고 물었지만, 라 회장은 말이 없었다. 이내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이후 화상회의를 통해 참석하겠다고 밝힌 재일동포 히라카와 요지 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이사들이 차례로 신한금융지주 본사로 들어왔다. 모두 취재진의 질문에 원론적인 대답만 내놓거나 말을 아꼈다.

13:07 재일교포인 정행남 재일한인상공회의소 고문, 취재진의 질문에 손사레 치며 묵묵부답.

13:10 전성빈 이사회 의장(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오늘 이사회 결과는)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아직 안건이 정해지지 않았다, 양쪽의 의견을 듣고 논의하겠다"고 대답.

13:19 김병일 한국국학진흥원장(전 기획예산처 장관), "사전에 설명을 들은 것은 없다, 양쪽의 의견을 듣고 합리적인 방안이 나오도록 하겠다"고 밝힘.

13:23 필립 아기니에 BNP파리바 리테일부문 본부장, 이사회 결과에 대한 질문을 받자 "노 코멘트(No comment, 답변하지 않겠다)"라고 말함.

13:29 재일교포 김휘묵 삼경인벡스 전무이사·김요구 삼양물산 대표이사, "(이사회에) 어떤 안건이 올라가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와까리마셍(잘 모르겠다)"이라고 대답.

13:32 류시열 법무법인 세종 고문, "사전 설명을 다 들었다, 오늘 회의를 해봐야 한다"고 취재진에게 밝힘.

13:33 신한금융지주 관계자,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사외이사인 윤계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취재진을 피해 지하주차장을 통해 회의실로 올라갔다"고 발표함.

이사들은 말을 아꼈지만, 이사회를 뜨겁게 다룰 발언도 나왔다. 이희건 명예회장의 고문료 15억을 횡령한 혐의로 신한은행으로부터 신상훈 사장과 함께 고소를 당한 이정원 전 여신담당 부행장(현 신한데이타시스템 사장)이 이사회 시작 직전 취재진과 만나 "고문료는 은행 전체를 위해서 썼고, 라 회장의 용도도 있다"고 '폭탄선언'을 한 것이다.

[막후] 5시간 걸친 '마라톤' 이사회... 신상훈 사장 결국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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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에 대해 직무정지를 결정한 가운데 14일 저녁 서울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에서 신 사장이 이사회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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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5시간 동안 진행된 이사회의 주된 쟁점은 신상훈 사장에 대한 고소가 정당했느냐였다. 신한은행은 신 사장이 은행장으로 재직하던 때에 투모로그룹 자회사 3곳에 부당하게 950억 원을 대출해준 탓에 은행에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 이희건 명예회장의 고문료 15억6600만 원을 횡령했다며 고소했다. 라 회장과 이 은행장은 이사회에서 신상훈 사장이 해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신상훈 사장은 신한은행의 고소가 부당하고 항변했다. 신 사장은 이사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고소는 당사자의 소명이나 진상규명 없이 특정인의 진술에 의존해 이뤄졌다"며 "또한 당시 여신심의위원회에 참석한 위원 중 일부만 선별적으로 고소한 점은 특정의도가 있다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그는 고소한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신 사장은 이사들에게 "대출 과정에서 흠결은 없었고, 대출채권 모두 회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고문료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이희건 명예회장이 귀국할 때 비서실장이나 라응찬 회장을 통해 5년 간 7억1100만 원을 지급했고, 나머지는 명예회장 동의하에 은행업무관련비용 등으로 사용했다"고 전했다.

양쪽의 주장이 팽팽한 탓에, 이사회는 어느 쪽의 말이 옳은지 판단을 내리지 않기로 했다. 이사회는 조직의 안정을 위해 신상훈 사장에 대한 직무 정지안을 안건에 올렸고, 11명의 이사 중 반대한 이는 신상훈 사장 본인뿐이었다.

신상훈 사장의 거취는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는 대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그동안 신 사장의 직무는 라 회장이 대행하기로 결정됐다. 이로써 5시간에 걸친 이사회는 오후 6시 50분 마무리 됐다.

신 사장은 결국 취재진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신 사장은 이사회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한편 신 사장 이날 "이사회 결정을 존중한다, 혐의를 빨리 벗기 위해 최선 다할 것"이라며 "(해임보다) 직무정지가 조직의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신한금융지주 직원들한테 한 마디 해달라"는 취재진의 요구에 붉게 충혈된 눈으로 "직원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을 한 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파이팅했으면 한다, 젊고 유능한 직원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는 조직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 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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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에 고소된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사회가 열린 가운데 14일 오후 서울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 앞에서 한 시민이 신한금융그룹 로고 앞을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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