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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 인상에 있어 법적인 절차 이외에 국민적 합의를 모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현행법상 KBS 수신료를 인상할 수 있는 절차는 KBS 이사회 심의·의결을 거친 뒤,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을 거치고 국회의 승인을 거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수장이 수신료 인상 방침을 확고히 하고 있고, 여당 추천 인사들이 KBS 이사회 내부에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회는 정부여당이 다수당으로 마음만 먹으면 국회 승인 절차를 통과시킬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했을 때, 현행법상 절차는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실질적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드시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한 수신료 논의가 필요하며, 만약 이명박 정부가 법적 절차만으로 수신료 인상을 강행하려 든다면 '광우병 파동'과 같은 또 하나의 커다란 국민적 저항이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수신료 문제는 '현 정부의 언론 장악 의도와 이에 대한 국민의 저항'

 

이러한 주장은 방송독립포럼과 미디어공공성포럼의 공동주최로 지난 10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부당한 수신료 인상 저지와 바람직한 대안모색>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나왔다. 

 

방송독립포럼이 마련한 세번째 포럼이기도 한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KBS 수신료 인상 문제는 KBS의 재원 문제를 넘어 현 정부의 언론 장악 의도와 이에 대한 국민의 저항이며, 수신료 인상 논란 자체가 전형적인 '공공갈등'이라고 규정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국민들이 KBS가 주도하는 KBS 수신료 인상을 절대 용납할 수 없을 것이므로 현재 KBS가 제시한 수신료 인상안은 철회되어야 하고, 수신료 논의 이전에 KBS를 먼저 정상화 시킨 뒤 KBS 수신료 인상을 논의할 수 있는 독립적인 사회적 합의제도를 마련하여 그 단위에서 수신료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 수신료 인상을 논의하기 이전에 KBS 공정성과 독립성의 확보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은 KBS 이사회가 주관한 4대 도시 순회 공청회에서도 충분히 논의된 바 있다. 그러나 'KBS 공정성·독립성 확보방안 연구위원회'는 파행 끝에 결국 아무런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결렬되었다.

 

이를 두고 한쪽에선 KBS가 수신료 인상을 위한 공정방송 회복의 마지막 기회인 제작의 자율성 보장과 보도의 공정성 확보라는 방송독립의 기본적 책무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날 포럼의 진행을 맡은 박동영 방송독립포럼 상임대표는 '공정방송은 수신료의 가치이고 공정사회의 근간'이라 전제하고, 방송언론 종사자가 이번 수신료 국면에서 사내·외 압력과 유혹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자기검열시대와 자발적 편파방송과 경쟁적 왜곡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박 대표는 이것이 바로 곧 여론 조작이며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KBS 수신료 인상 저지...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날 포럼에서 '부당한 수신료 인상 저지를 위한 시민사회 대응 현황과 전망' 발제를 맡은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은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민 여론은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에 결코 불리하지 않다. 문제는 수신료 인상 저지에 나선 진영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수신료 저지 국면을 진단했다.

 

김유진 처장은 수신료 인상 저지를 위한 가장 큰 변수는 KBS 야당 이사, 방송통신위원회 야당 위원의 역할이라면서, 이들이 제 역할을 해주기를 당부했다.

 

또한 야당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국민들에게 수신료 인상의 부당성을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시민사회 내에서 반대운동을 확산시키는 것이 시민사회의 몫이라면, 야당은 국민들의 수신료 인상 반대 여론을 바탕으로 국회에서 인상안을 막아낼 책임이 있다"고 언급했다. 김 처장은 "수신료 인상 문제를 놓고 민주당이 과거의 우를 반복한다면 한나라당 못지않은 국민적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김유진 처장은 만약 이명박 정권이 수신료 인상을 강행했을 때 수신료 납부 거부 외에는 사실상 위력적인 운동 방식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수신료 납부 거부와 관련해 시민사회 내의 이견이 존재한다면 이를 조율하고 공동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특히 만약 시민사회단체가 수신료 납부 거부를 광범위한 운동으로 전개하려면 충분한 준비와 최소한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고, 범국민행동은 이와 관련해 몇 가지 방안을 고민 중이며 실제로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에 들어가게 되면 이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준조세 성격의 수신료 성격...수신료 인상은 국민적 합의가 필수"

 

김은규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수신료 인상 논란을 '공공갈등'으로 규정했다. 김은규 교수는 수신료는 전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준조세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 현 상황에서 수신료 인상이 강행될 경우 국민적 저항과 갈등이 증폭되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소모될 것이라는 점 등을 이야기하면서 수신료 인상은 국민적 합의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은규 교수는 사회적 합의 기구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제안에 앞서, 먼저 수신료 해법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의 틀을 고민하는데 미디어발전위원회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즉 철저하게 합의제 원칙을 지켜야 하며, 시한을 두고 졸속으로 강행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임을 경고했다.  

 

김 교수는 수신료 문제를 위한 사회적 합의에는 공영방송의 미래를 다루고 전 국민이 이해가 걸린다는 측면에서 사회부문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사회 각 부분의 대표성 확보가 필요조건이며, 합의기구는 국가나 정당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시한과 의결을 지양하고, 국민여론의 수렴과 합의라는 운영원칙과 함께 공영방송의 재원과 공공성의 관계, 수신료의 결정과 배분, 감사제도의 확립이라는 기구의 성격도 제시했다.

 

"수신료 인상 국회 통과는 예선전, 본선은 국민적 합의를 얻는 일"

 

포럼에 토론자로 나온 박민 지역공공성위원회 집행위원장은 KBS 공적책무 확대계획은 사기극이며, 수신료 인상은 종편 먹을거리를 위해 지역을 희생한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내부 식민지로서 지역의 희생을 바탕으로 서울공화국과 조중동의 번영을 돕겠다는 것이 최시중과 김인규의 수신료 인상 프레임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수신료인상 움직임에 대해 가장 앞장서 투쟁해야 할 세력은 누구이겠는가. 종편 먹을거리 확보를 위한 수신료인상 반대에 지역KBS가 앞장서야 될 이유다"라고 언급했다.

 

박민 위원장은 특히 지난 KBS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했을 때에도 언급했지만 "KBS 수신료 인상은 국회 통과까지 밀어부친다 하더라도 결국 예선전이다. 본선은 국민의 합의를 얻는 일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신태섭 동의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지금 KBS가 구상하고 있는 수신료 인상안은 단지 KBS만의 안이 아니고 정부 여당의 방송정책과 맞닿아 있는 안이며, 이 안대로 간다면 이미 포화상태에 있는 방송산업이 황폐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태섭 교수는 일단 현 수신료 인상안부터 철회되어야 하며, 다음 KBS 정상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KBS 정상화'란 불법적인 수단을 통해서 파괴했던 것들을 살리고 정부와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방송을 되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여·야 양쪽이 적절히 합의하여 정상화를 약속한다고 정상화가 되는 것이 아니고, 그동안 방송의 독립성을 파괴한 부분에 대해서 조사하고 인정하고 사과해야 하며, 징계 등의 조치를 받았던 PD와 기자들을 원상복구하고 폐지된 프로그램도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 공정성 확보방안부터 선행되어야

 

한편 이날 토론에 참석한 남한길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은 KBS 수신료 논의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KBS 공정성 확보'라고 강조했다. 남 실장은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내부의 감시 장치가 확보되어야 하며, 공정성이란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서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경영과 편성 분리, 제작과 편성의 자율 보장 등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실장은 이날 포럼에서 수신료 논의를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도 중요하지만, 공정방송위원회 등 아주 기초적인 공정성 담보 장치조차 없는 현 KBS 상황에서 '수신료위원회' 등의 대안을 논의하는 것이 자칫 수신료 인상 추진에 이용당할 측면이 있지 않겠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따라서 수신료 인상을 논의하는 사회적 논의 기구 마련은 학계와 시민단체가 연구하고 고민해야 할 사안이지만, 언론노조는 일단  KBS 공정성과 독립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신료 현실화를 반대하고 일차적으로 이사회에 대한 압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 실장도 수신료 인상 문제가 국회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국민적 저항이 남을 수 있다는 이전 발제자 토론자의 의견에 동의했다.

 

박동영 방송독립포럼 상임대표는 포럼을 마무리하면서, 수신료 논의를 하려면 무엇보다 KBS 내부의 자율성 쟁취, 공정성 회복방송의 독립성 제도화가 먼저 선행되어야 하며, 이와 같은 절차와 내용의 정당성을 무시한 채 수신료 인상이 강행된다면 국민은 인상 거부는 물론 수신료 납부 거부까지 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방송독립포럼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태그:#방송독립포럼, #미디어공공성포럼, #수신료 인상, #사회적 합의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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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의 회원으로 언론모니터를 시작하여 민언련 모니터부장, 협동사무처장, 사무처장, 공동대표 등으로 언론개혁운동을 했습니다. 현재는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소장으로 인권 관련 미디어비평을 하고, 매주 일요일 8시 유튜브 <뭉클했슈>를 통해 작은 소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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