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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저녁 스포츠 뉴스를 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각 방송사는 여자 프로복싱 간판 김주희 선수가 세계여자프로복싱 4대 기구 통합 챔피언에 올랐다는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루었습니다.

 

마지막 10라운드까지 이어진 필리핀 선수와의 난타전 장면이 화면에 계속 잡혔습니다. 말 그대로 유혈이 낭자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 장면에서도 챔피언의 위용은 '터지고, 부은' 얼굴에 가렸습니다.

 

한쪽 눈은 찢어지고 부어서 얼굴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가 되었고, 코를 비롯해 얼굴 여기저기에서 피가 흘렀습니다. 오가는 펀치에 땀과 피가 뒤엉겨 튀었습니다. 투혼의 승리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처참한 모습이었습니다. 김주희 선수는 인터뷰에서  "고전을 해서 죄송하다"며 인터뷰 내내 눈물을 흘렸습니다. 감격의 눈물로 받아 드리기엔 너무나 안쓰러운 모습이었습니다. 

 

김주희 선수는 물론 대단한 일을 해냈습니다. 여자의 몸으로 복싱이라는 격한 종목에서 세계 4대 기구 통합 챔피언이 되었으니 대단한 위업을 이룬 것 입니다. 김주희 선수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피, 눈물을 흘렸을지는 경기 주요 장면만 봐도 충분히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으로 10라운드까지 경기를 끌고 가 2대0 (무1)판정승으로 완승을 거두었다는 점에서 그녀의 투혼은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경기 주요장면을 보면서 '4대기구 통합챔피언 등극'의 기쁨을 함께 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경기를 중단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안타까움만 가득했습니다. 물론 경기 주심을 비롯해 의료진 입장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경기를 속행했을 것 입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김주희 선수는 원하던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찼습니다. 

 

그러나 안방에 비추어진 경기장면은 개운치 않습니다. 터지고 붓고, 스포츠라고 하기에는 너무 처참했습니다. 그렇게 챔피언이 중요한가 싶기도 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1등만 알아주는 사회'의 폐해가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과거 프로복싱경기에서 많은 불상사를 보아왔습니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프로복싱에 TKO가 있습니다. 한쪽 선수가 경기 속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부상 또는 그 밖의 이유가 있다고 판단될 때 주심이 시합을 중단하고 승패를 결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심판의 판단으로 KO처리하는 것 입니다.

 

해당선수가 위험한 상황인 경우 코너에서 수건을 던져 경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한 체급에서 6개 기구 챔피언 벨트를 석권한 선수가 되었지만 제 눈에는 '상처뿐인 영광'으로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김주희 선수가 경기 후 의료진 검진결과 코 골절 의심소견이 나와 정밀검진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큰 부상이 없기를 바랍니다.


태그:#복싱, #김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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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주는 기쁨과 감동을 쓰고 함께 공유하고 싶어 가입했습니다. 삶에서 겪는 사소하지만 소중한 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그냥 스치는 사소한 삶에도 얼마다 깊고 따뜻한 의미가 있는지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그래서 사는 이야기와 특히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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