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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군 서면은 태풍 '곤파스'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거센 바람과 폭우가 벼와 옥수수를 넘어뜨리고 비닐하우스를 할퀴고 지나갔다. 마을 들녘은 폐허나 다름없었다. 쓰러진 벼를 바라보는 나이든 농심(農心)은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었다.

주민들은 벼와 옥수수를 베어버려야 할지 다시 세워야 할지 난감했다. 다시 일으켜 세우자니 폭염과 폭우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일손이 부족한 현실에서 부탁할 곳도 없었다. 모두 태풍의 피해로 비슷한 처지였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자식처럼 키운 벼와 옥수수가 쓰러져 물속에 잠긴 모습을 보면서도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한 해 농사가 허사가 되어버릴 순간이었다.

주민들, 실의에 빠진 농촌에 수확의 희망을 주다

5일 아침, 반가운 소식이 날아 왔다. 제 3기갑 여단(여단장 준장 최화식)이 "모곡리, 대곡리, 마곡리 등 17개 마을의 들녘에서 태풍에 휩쓸려 쓰러진 옥수수와 벼를 다시 세우기 위해 군장병 1200여 명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고 결정한 것이다. 주민들은 긴 장마에 반가운 햇빛을 보는 듯 했다.

군 장병들은 주민들의 '풀독'에 대한 걱정을 뒤로 한 채 간부와 사병 할 것 없이 바지를 걷어 올리고 논과 밭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풀독'에 걸리면 쓰리고 아파서 며칠을 고생해야 한다.

군 장병들이 서면 모곡1리에서 태풍에 휩쓸려 쓰러진 벼를 다시 세우고 있다.
▲ 더 이상 태풍 피해 없었으면 군 장병들이 서면 모곡1리에서 태풍에 휩쓸려 쓰러진 벼를 다시 세우고 있다.
ⓒ 함영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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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은 젊은이들은 찾을 수 없고 모두 고령이라 일손이 없다. '도깨비 같은 날씨'로 농민들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태풍으로 쓰러진 농작물을 보면서 망연자실 했다. 도저히 손을 댈 수 없어서 농작물을 모두 베어버리려고 했다. (그런데) 장병들의 도움으로 근심거리가 사라졌고, 이제 수확을 할 수 있게 됐다."

모곡3리 유주상(65)어르신의 군장병들에 대한 감사의 말이다.

휴일을 반납하고 피해지역을 점검하면서, 신속한 군 장병들의 지원을 이끌어 냈던 전영진 면장도 "행정의 책임자로서 너무 고맙다. 생각지도 못했던 군의 신속한 도움으로 많은 면적의 농작물 피해로 고생했던 어르신들에게 값진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을 주민들의 연이은 감사에 대해, 대민지원에 참여한 여단 불곰 대대장(남재일 중령)은 "심각한 농가의 피해에 안타까웠다. 실의에 빠진 농촌에 희망을 줄 수 있어 다행이다.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 도움을 주어야하는 것은 군의 당연한 의무"라고 화답했다. 

서면 대곡1리 들녘에서
▲ 태풍 피해 복구에 간부와 병사가 따로 없어 서면 대곡1리 들녘에서
ⓒ 함영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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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주민들은 신세대 장병들의 순수한 봉사활동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곡1리 박동선 이장은 "폭염 때문에 신세대 장병들이 고생을 할까봐 음료수 한 잔 권해도, 점심 한 끼를 먹이려 해도 군부대에서 모두 가져왔다고 사양했다. 그리고 어느 간부는 오늘은 폭염도 있으니 들어가서 쉬라며 등을 떠밀며 열심히 일을 해 주었다. 장병들에게 고생만 시켜서 미안하다. 폭염으로 더웠는데 사고 없이 잘 마무리 되어 (장병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오후 6시경 마곡리. 긴 장마에 보는 맑게 갠 하늘같은 대민봉사는 끝났다. 장병들은 폭우로 옷이 젖어 추위에 떨었고, 양말은 진흙투성이로 변했다. 그들의 다리는 벼 잎사귀에 여기저기가 쓸려 울긋불긋 했다.

하지만 힘든 기색 없이 장병들은 하나둘씩 군용 트럭에 올라 주민들로 부터 감사의 인사를 받으면서 마을을 빠져나갔다. 남재일 중령은 "3기갑 여단은 앞으로도 피해를 입은 농가를 찾아가 적극적인 대민지원 작전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고마운 약속을 하고 떠났다.

노부부가 농작물을 다시 세우는 데 족히 2-3주는 걸릴 만했던 것을 젊은 장병들의 봉사로 단숨에 끝낼 수 있었다. 그날은 늠름한 군 장병들 덕분에 마을 어르신들에게 행복한 하루였다.


태그:#3기갑여단, #전영진 면장, #곤파스, #신세대 장병, #대민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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