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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6일 오후 3시 30분]

 

청와대가 6일 '대통령발 사정 기획설'이 확산되는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공정한 사회는) 아마도 기득권자에게는 매우 불편스럽고 고통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또 어쩌면 정부 여당이 먼저 많은 고통과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것이 사회 각 분야의 전방위 사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조선일보> <한국일보> <동아일보> <부산일보> 등의 언론 보도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잇따른 언론 보도에는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는 게 사실이다.

 

우선 검찰이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에 착수하고 경찰이 오현섭 전 여수시장이 금품을 건넨 정치인 수사를 벌이는 것이 권력기관 사정설에 힘을 더 해주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한 대검 중수부장 출신의 이인규 변호사가 "(노무현 차명계좌)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이상한 돈의 흐름이 있었다"고 밝힌 것을 친노 진영에 타격을 주기 위한 기획수사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두언·남경필·정태근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사찰 당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청와대 관계자가 이들을 겨냥해 "본인들은 과연 얼마나 깨끗하게 지냈는지 '공정한 사회' 차원에서 밝히겠다"고 말한 것도 사정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집권 후반기에는 사정 작업 불가능"

 

그러나 청와대의 대체적인 반응은 "이명박 정부는 권력기관을 통해 사정 작업을 할 의지도 없고, 그런 방식이 통하지도 않는다"로 모이고 있다. 특히 일부 관계자들은 "역대 정권들의 사례를 봐도 집권 후반기에는 이런 게 더욱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1987년 5년 단임 대통령제로 개헌이 된 후에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를 겪을 때마다 언론에서는 '청와대발 사정 태풍이 몰아친다'는 기사를 쏟아냈는데, 언론의 예상은 번번이 틀렸다"고 말했다.

 

검찰이 일부 국회의원이나 지방단체장의 비리 수사를 할 때마다 '청와대 하명수사'라는 의혹이 불거져 나왔는데, 청와대의 뜻과는 무관한 사건들이었다는 얘기다.

 

물론, 청와대 측이 '예외'로 인정하는 사례가 있다. 1993년의 김영삼 대통령이 그랬다. 그해 김영삼 정부 출범과 함께 공직자 재산공개로 상당수 의원들이 의원직을 사퇴하고, 상지대 등의 부패비리 척결 수사를 한 것은 김 대통령의 인기를 초반에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의 칼날은 전두환-노태우 13년 정권의 중추 역할을 했던 민정계에 집중됐다. 군부독재의 잔재들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과 민정계를 솎아내려고 한 김영삼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셈이다.

 

"차명계좌 논란, 결국 검찰 선에서 결론 날 것"

 

하지만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은 1993년의 김영삼처럼 '사정' 카드로 국민의 지지를 얻으면서 정적들을 척결하는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얘기다.

 

'사정의 돌격대'라고 할 수 있는 4대 권력기관(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의 권위가 예전만 못한 것도 청와대 관계자들로 하여금 사정 효과를 의심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검찰이 MBC PD수첩과 한명숙 전 총리 등 정치적 색채가 강한 수사에 나섰다가 법원의 잇따른 무죄 판결로 권위에 흠집이 난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검찰 수사라는 게 이쪽(보수) 사람들을 모으는데 도움이 될지 몰라도 저쪽(진보) 사람들이 인정 안 하고 중도층이 시큰둥하면 역풍으로 연결된다"며 "(청와대의) 정치적인 득실로만 따지면, 검찰이 차라리 수사 안 했으면 하는 사건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발언이 대대적인 사정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장·차관 워크숍은 전혀 그런 흐름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우리부터 잘하자, 나부터 잘 하자는 의미이니 확대해석을 삼가달라"고 말했다.

 

조현오 경찰청장과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불씨를 만들고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이 지피는 '노무현 차명계좌' 수사 논란도 더 이상 확산되면 안 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검찰이 조 청장의 명예훼손 여부를 수사하면서 차명계좌 유무에 대한 판단도 내놓을 텐데, (검찰 수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여당이 특검을 주장하는 모양새가 이상하다"며 "차명계좌 논란은 결국 검찰 선에서 결론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그:#이명박, #청와대, #노무현차명계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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