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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창원·마산·진해시가 행정구역통합을 하면서 중앙정부에서 재정지원(보통교부세)을 준다고 했던 것은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국회의원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통합창원시는 이명박정부 들어 처음 이루어진 '자율 통합 1호'지만, '행정체제개편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아 중앙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회 속기록이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올해 7월 1일 출범한 통합창원시는 반강제적으로 이루어졌다.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연설을 하면서 행정구역통합 추진을 발표했고, 이후 행정안전부(당시 이달곤 전 장관)는 자율 통합하면 보통교부세 지원 등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발표했다.

경남 마산, 창원, 진해지역 시민단체들은 행정구역 통합에 있어 주민투표 절차를 거치도록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올해 1월 창원시의회 복도에서 피켓을 들고 농성하고 있는 시민단체 대표들의 모습.
 경남 마산, 창원, 진해지역 시민단체들은 행정구역 통합에 있어 주민투표 절차를 거치도록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올해 1월 창원시의회 복도에서 피켓을 들고 농성하고 있는 시민단체 대표들의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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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진영에서는 행정구역통합여부를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고 했지만, 정부는 지방의회 '찬성 의견'으로 행정구역통합을 결정해버렸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 사이, 한나라당 의원들이 절대 다수였던 옛 창원시의회·마산시의회·진해시의회·경남도의회가 '통합 찬성'했던 것이다.

당시 찬성론자들이 가장 많이 내세운 근거가 통합하면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을 더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행정안전부는 창원·마산·진해가 통합하면 보통교부세를 10년간 2169억원(일부 자료 1460억원)을 준다고 발표했다.

"행정구역 통합시 재정지원은 법률 근거 없어"

행정구역통합 지역에 재정지원은 교부세 취지를 왜곡한다는 주장이 이미 제기돼 왔다. 민주당 최철국 의원(김해을)은 지난 2월 언론배포 자료를 통해 "지방교부세 산정에 관한 특례조항은 교부세 산정의 일반적인 원칙을 훼손하는 것으로 교부세의 취지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며 "각종 특례 지원이나 인센티브 지원으로 주민을 현혹하여 통합을 유도해서는 절대 안 된다. 지금 정부는 사실상 인센티브를 제외한 사항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행 지방교부세법에는 '평등의 원칙'으로 특정 지역에 보통교부세를 몰아줄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일률적으로 내국세의 19.24% 범위 안에서 주도록 되어 있다. 과거에는 '증액교부금'을 운영한 사례가 있지만, 지금은 줄 수 있는 근거가 없는 것이다.

행정구역통합 지역에 재정지원을 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안'(권경석 의원 대표발의)인데,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은 '창원갑'이 지역구로, 이주영(마산갑)·안홍준(마산을)·김학송(진해) 의원과 함께 행정구역 통합을 주장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행정구역통합 지역에 재정지원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또 정부가 그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발표했던 것은 '사기친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올해 4월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 회의록'에 나와 있다. 이는 허태열·권경석 의원(이상 한나라당)과 조영택·최인기 의원(이상 민주당)이 강병규 당시 행정안전부 제2차관 등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이 속기록에 의하면, 정부가 '자율통합지역'에 10년간 증액교부금 60%를 준다고 발표했지만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내용이 드러나 있다. 권경석 의원은 "정부가 자율통합 권장한다고 계속 발표하고, 명문으로 전부 발표됐기 때문에 다 알고 있는데 안해 버리면 (어쩌나)"라고 말했고, 최인기 의원은 "그러니까 그런 것 하지 말라고 그랬잖아요"라고 따지기도 했다.

당시 권경석 의원은 "사기 친다 이거지"라는 말까지 했다. 또 최인기 의원은 "행정안전부 이달곤 장관이 이제 책임져야 될 일"이라며 "1460억원을 이달곤 장관이 내놓으라고 그래"라는 말까지 했다.

통합시 재정지원 다룬 국회 행정안전위 소위원회 회의록

다음은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 회의록' 일부 내용이다.

권경석(의원) : (증액교부금) 정부가 60%, 10년간 주겠다고 그렇게 발표를 하고 공언했잖아요.
조영택(의원) : 60%
강병규(행정안전부 제2차관) : 60%를 10년간 분할해서 주기 때문에 6%지요.
허태열(위원장) : 6%니가 10년간이면 60%지요.
권경석 : 10년 해서 60%니까 매년 따지면 6%지.
조영택 : 정부가 그러니까….
권경석 : 약속했어.
최인기(의원) : 말을 했다 그거야.
조영택 : 보통교부세의 60%를 준다고 그랬는가?
강병규 : 예, 10년에 나눠서 주겠다고 약속을 했는데요. 참고로 통합 창원시 같은 사례는 10년간 합해 보면 1460억원, 매년 146억원을 주는 것으로 이렇게 계산이 나왔습니다.
권경석 : 그런 게 이것 제의를 할 때 정부가 자율통합 권장한다고 계속 발표하고, 명문으로 전부 발표됐기 때문에 다 알고 있는데 안해버리면….
최인기 : 그러니까 그런 것 하지 말라고 그랬잖아요. 그런 것 하지 말라고.
권경석 : 사기 친다 이거지.
최인기 : 몇 번 내가 하지 말라고 그랬잖아요.
권경석 : 그런데 이미 다 나가 버렸고 시민들은 다 알고 있었지.
최인기 : 계속 내가 국정감사에서도 얘기하고 …. 저질러 놓고는 이제 '그것 수습하려고 말했으니까 제대로 주자' 그러면 되되는가? 법률이라는 게 말이야. 이것을 글쎄 …. 증액교부금을 그러면 교부세법대로 고쳐 줘야지?
강병규 : 예, 교부세법에 고쳐 줘야 합니다.
최인기 : 그 다음에 '2011년 1월 1일 이전에 설치되는 통합 지방자치단체에 한하여 적용한다' 하는 것은 뭔가? 그러면 2010년 1월 1일에서 내년 1월 1일 ….
권경석 : 금녈 말까지.
최인기 : 금년 말까지만 하자 지금 그런 얘기구만?
강병규 :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전체적으로 놓고 했을 때는 추가로 주기가 참 어렵기 때문에 ….
최인기 : 창원시만 하자 그건가?
윤종인(행정안전부 자치제도기획관) : 예, 창원시만 하자는 뜻입니다.
강병규 : 예, 그렇습니다.
권경석 : 결국 그 말입니다.
최인기 : 그 말을 이렇게 써? (웃음소리) 좋게 그렇게 쓰지.
권경석 : 이래 놓으면 어름 하니 넘어간다 이거지, 그렇지? 이것이 현실적으로 금년 7월 1일 넘어가 버리면 나올 데가 없지요, 이제.
최인기 : 선거가 되면 이것 안 되는 거지. 7월 1일 안에 이제 없는 것 아니에요?
허태열 :이제는 없는 거지요.
권경석 : 지금부터 없는 거지.
허태열 : 실제적으로 없지.
권경석 : 그런데 이 부분을 여기서 이렇게 안 해놓으면 대상이 불분명하니까 이렇게 해 놓은 것 같안요, 안은.
허태열 : 모양은 안 좋지만 할 수 밖에 없지.
권경석 : 대테에는 지장 없습니다.
최인기 : 그러니까 증액교부금 한다는 데야 자치단체 입장에서는 국고에서 더 얻어오는 거니까 내가 보기에 지방의 측면에서는 반대할 이유는 적은데 법의 일반 원칙에는 안 맞는 측면이 있는 거지. 정부가 약속했으니까 촉진했던 지역에 한시적으로 준다 이런 얘기 아닙니까. 결과적으로?
권경석 : 예.
허태열 : 약속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데? 아예 공문으로 받았었나?
권경석 : 이것을 다 꺼나보고 있어요, 지금.
허태열 : 공문으로 받았어요?
권경석 : 신문에 대서특필됐습니다. 이게 현지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이것을 가지고 ….
최인기 : 행정안전부 이달곤 장관이 이제 책임져야 될 일이야. 이달곤 장관이 내놓으라고 그래, 1460억.
권경석 : 혼자서 뭘 내놔? 지금 나가버렸는데?
최인기 : 아니, 그러니까 ….
허태열 : 경남도에서 줘야지.
최인기 : 계속 내가 그것 못하게 해도 그 말을 하고 다녔어, 이걸.
권경석 : 경남도는 이것하고 관계없는 도고.
허태열 : 그렇게 하지요. 지난번에 약속된 사항이니까.
권경석 : 이것 주세요, 이 부분은. 처음 시작은 잘못됐는데 그러나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사항을 세상이 다 알고 있고 신문에 대서특필됐고 다 꼬나보고 있는 이런 사항이다, 이렇게 이해하시고 부칙에 이렇게 해놔도 결국 다른 데 추가될 데 없으니까.
최인기 : 그냥 넘어가.
권경석 : 예, 감사합니다.

창원시의회 "지역민 상실감, 박탈감 고조"

통합 창원시는 행정구역 통합으로 늘어난 재정 부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박완수 창원시장과 창원시의회(의장 김이수)는 최근 정부와 국회에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건의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창원시는 3개시 통합으로 경로당 활동비 지원, 셋째 이상 출산양육금 지원 등 다양한 복지혜택 상향 조정 등으로 많은 재원이 추가로 들어간다고 보고 있다.

경로당 활동비의 경우 옛 창원시는 20만원(월)을 지원했지만 마산과 진해는 지급하지 않았는데 통합되면서 전체 경로당에 지급해야 한다. 셋째아 이상 출산양육금의 경우, 창원(50만원)·마산(740만원)·진해(150만원)가 달랐는데 통합시민은 74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복지혜택이 통합되었다고 해서 출산양육금이 낮아질 수 없기 때문에 통합되기 이전 시 가운데 가장 높았던 지원금을 기준으로 할 수밖에 없다.

창원시의회는 건의문을 통해 "특별법안 미통과로 정부가 제공하기로 한 통합 인센티브가 전무함으로써 통합으로 인한 주민갈등과 역효과 등이 나타나고 있으며, 지역민들의 상실감과 박탈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공효식 정책국장은 "최근 창원시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못한 이유는 한 마디로 정부가 통합을 추진할 당시에 창원·마산·진해시민을 상대로 '사기를 쳤다'는 것"이라며 "지난해 8월 행정안전부가 통합을 추진할 당시 내걸었던 교부세특례지원은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의 동의조차 얻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기획재정부는 통합시에 추가 교부세 지원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통합창원시에 추가로 교부세가 지원되면 다른 지역은 그만큼 지원액이 줄어들게 돼, 통합창원시를 제외한 다른 지역 의원들이 동의하지 어렵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정영주 창원시의원(창원마)은 "정부와 한나라당은 통합만 되면 필요한 재원은 지원해 줄 것처럼 했다. 그런데 통합이 된지 두 달이 지났는데 아무 것도 되지 않고 있다"면서 "국회 안에서도 의견 통일이 안되고, 재정 지원의 법률 근거가 없는데도 지원해 줄 수 있는 것처럼 발표부터 했으니 문제다. 강제통합을 밀어붙인 당사자들이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막무가내로 했던 결과다"고 말했다.


태그:#행정구역 통합, #통합 창원시, #행정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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