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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 년 새 뜨겁게 불고있는 웰다잉 바람의 열기가 우리나라 최초로 마련된 '웰다잉 영화제'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죽음을 주제로 하거나 주요 소재로 한 국내외 영화를 하루에 두 편씩 모아서 관람한 후, 관련 주제에 관한 특강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제1회 웰다잉 영화제'가 1일 막을 올렸다.

첫날 주제는 '웰빙과 웰다잉'으로, 상영된 영화는 <원더풀 라이프>(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1998)와 <애자>(정기훈 감독, 2009).

두 영화는 각각, 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영원한 시간 속으로 떠나기 전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고르는 일을 통해 지금 여기서의 삶과 관계맺음을 다시 한 번 돌아보거나(원더풀 라이프), 모녀의 사랑과 다툼 안에 사별의 고통스런 기억, 말기암 환자와 가족, 스스로 택하는 죽음의 방식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애자).

'웰다잉 영화제'의 특징은 각각의 영화 상영 후 웰다잉 강사들이 진행하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다.

영화 감상 소감을 발표하고 있는 참가자(오른쪽은 웰다잉 강사).
▲ '제1회 웰다잉 영화제' 관객과의 대화 영화 감상 소감을 발표하고 있는 참가자(오른쪽은 웰다잉 강사).
ⓒ 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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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라이프>를 보고 난 참가자 중 한 사람은 그동안 좋았던 일보다는 불평 불만을 입에 달고 살았다면서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었다고 소감을 발표했고, 살아오면서 행복했던 순간을 골라낼 때의 '행복'은 과연 무엇일까를 묻는 웰다잉 강사의 질문에는 여기저기서 '감사하는 것, 지금 여기서 행복을 느끼는 것,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 등의 대답이 나왔다.

한편 <애자>를 보고 나서 사별의 고통이 영화 속 가족들에게 미친 영향과 죽음의 방식을 스스로 선택하는 민감하고도 어려운 주제에 대해 웰다잉 강사가 설명을 하자 관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나 충분히 토론할 만한 여건은 아니어서 문제제기를 하는 수준에 머물 수 밖에 없는 것이 아쉬웠다.

영화평론가 박태식 성공회 신부의 특강
▲ '제1회 웰다잉 영화제' 특강 영화평론가 박태식 성공회 신부의 특강
ⓒ 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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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상영이 모두 끝난 후 <영화 속의 노년>이라는 주제로 영화평론가인 박태식 성공회 신부의 개막 특강이 이어졌다.

박 신부는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 그래서 결국 실존의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는 죽음의 문제, 그 중에서도 자식의 죽음을 영화 <마이 시스터즈 키퍼>(2009), <아들의 방>(2001), <걸어도 걸어도>(2008) 세 편을 중심으로 풀어나갔다.

또한 박 신부는 "그 어디에서도 이유를 알아낼 수 없고, 끝내 답을 들을 수 없는 고통을 통해 결국 죽음은 죽은 자의 영역이 아닌 산 사람의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내가 그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의 문제이며, 여기에 영화가 좋은 선생이 되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화 상영 후 이어진 특강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고 있는 관객들
▲ '제1회 웰다잉 영화제' 특강 영화 상영 후 이어진 특강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고 있는 관객들
ⓒ 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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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영화 자체로 보는 것도 물론 좋지만, 영화 속에서 공통된 관심사를 찾아내고 그것을 중심으로 우리들 삶을 좀 더 깊이있게 읽어내는 일 또한 분명 의미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웰다잉 영화제'는 모두에게 친근한 매체인 영화를 통해서 죽음의 참의미를 살펴보고, 존엄하고 아름다운 죽음의 방식을 함께 고민해 보는데 그 의의가 있을 것이다.

영화제 운영위원장인 홍양희 회장(각당복지재단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은 "영화를 통해 웰다잉을 배우고 성숙한 웰다잉 문화 지향을 목표로 영화제를 마련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아름다운 죽음 문화 정착에 도움이 되리라 믿으면서, 올해를 시작으로 해마다 웰다잉 영화제를 개최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 땅에서 잘 사는 일과 잘 죽는 일이 정말 연관되어 있는지, 가장 인간다운 마지막은 어떤 모습인지, 죽음 앞에서 우리 개개인의 삶과 인간관계가 어떻게 변하고 서로를 성장시키는지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자리이다.  

영화제 일정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참가비는 무료지만, 장소가 그리 넓지 않아 사전 신청이 필요하다. (전화 02-736-1928)

@ 9/1(수) : 웰빙과 웰다잉
10:30 - 영화 <원더풀 라이프>
14:00 - 영화 <애자>
17:00 - 개막 특강 <영화 속의 죽음>(박태식/영화평론가, 성공회 신부)
@ 9/2(목) : 존엄한 죽음
10:30 - 영화 <씨 인사이드>
14:00 -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
17:00 - 특강 <우리의 존엄한 죽음, 어디까지 왔나>(윤영호/국립암센터 책임연구원)
@ 9/3(금) : 가족
10:30 - 영화 <내 사랑 내 곁에>
14:00 - 영화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17:00 - 특강 <가족, 그 영원한 울타리>(우애령/현실치료전문가, 작가)   
@ 9/4(토) : 죽음은 마지막 성장
10:30 - 영화 <잠수종과 나비>
14:00 - 영화 <허브>
17:00 - 폐막 세미나 <웰다잉 문화의 흐름과 방향>(김옥라 각당복지재단 이사장, 강진구 고신대 교수, 장두이 연출가, 이지현 국민일보 기자) 

덧붙이는 글 | <제1회 웰다잉 영화제> 9/1(수)-9/4(금), 서울 각당복지재단 회관 강당, 전화 02-736-1928



태그:#죽음, #죽음준비, #웰다잉, #웰다잉 영화제, #영화 속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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