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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장에 들어선 수험생들은 긴장을 하게 되는데, 적당한 긴장은 집중력에 도움을 주지만 자기 컨트럴을 못하는 지나친 긴장은 독해력이나 논점을 파악하는 통찰력 그리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창의력에 방해가 된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이러한 극한 상황을 시험보기 전에 스스로 마인드 컨트럴 방식으로 연습을 하여 실전에서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째깍째깍 돌아가는 스톱 워치를 앞에 두고 정해진 시간 안에 내가 어떠한 글을 써보자 하고 시도하는 방법은 시험 상황의 긴장감을 미리 연습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평소에 언어 비문학을 공부하면서 긴 문장의 독해를 스스로 시간을 정해 놓고 그 시간에 읽어내는 연습을 많이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제 오늘의 문제를 살펴보자. 이 문제를 접한 수험생들은 입이 딱 벌어지고, 머리는 멍~ 할 것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무슨 말로 900자를 채운단 말인가?  

 

[문제] 제시문(가)의 실험결과를 적용하여 제시문 (나)에 나타난 일본의 선택과 제시문 (다)에 나타난 '을'의 선택을 설명하시오.(50점, 900자 내외로 쓰시오)

 

제시문 (가)

 

다음은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정도가 상황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의 가상적 결과이다. 총 200명의 피험자는 무작위로 100명씩 나뉘어 상황 1과 상황 2에 배정되었으며, 각 상황에서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상황 1은 이익을 추구하는 서로 다른 두 방식 사이의 선택이고, 상황 2는 손실을 줄이려는 서로 다른 두 방식 사이의 선택이다. 상황1의 경우, 선택 A의 기대 이익은 1만 1천원으로 B를 선택할 경우 얻는 1만원보다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명 중 80명은 B를 선택하였다. 상황 2의 경우, 선택 A의 기대 손실은 1만 1천원으로 B를 선택할 경우 잃게 되는 1만원보다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명 중 75명은 A를 선택하였다.

 

<상황 1>

A: 10%의 확률로 11만원을 얻는다(20명)

B: 100%의 확률로 1만원을 얻는다(80명)

<상황 2>

A: 10%의 확률로 11만원을 잃는다(75명)

B: 100%의 확률로 1만원을 잃는다(25명)

* 상황 1에서 선택 A의 기대이익은 이익금 11만원 * 10% 확률 = 1만 1천원으로 계산

** 상황 2에서 선택 A의 기대손실은 손실금 11만원 * 10% 확률 = 1만 1천원으로 계산

 

제시문 (나)

1941년 12월 7일 일본이 미국 하와이에 있는 진주만을 기습 공격함으로써 태평양전쟁이 발발했다. 이러한 일본의 결정에는 복잡한 배경과 계산, 전략이 깔려 있었다. 1937년 중일전쟁을 도발한 일본은 중국의 주요 지역들을 장악하고 연합국의 대 중국 보급로를 봉쇄하였다. 당시 태평양과 중국에 진출하려는 정책을 추진하던 미국과 유럽열강들은 중국에 대한 군사원조를 증대시키고 일본에 대해 경제 제재조치를 취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책으로 맞섰다. 한편 1940년에 일본은 독일, 이탈리아와 함게 삼국동맹관계를 수립하고 불가침조약을 체결했다. 일본의 수뇌부는 1940년 가을 중국 총통과의 마지막 협상이 결렬된 이래 중국과의 전쟁만큼은 완전한 승리를 쟁취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일본을 고립시키려는 미국과 유럽 열강들의 일련의 움직임은 일본에게 큰 위협이자 장애였다.

1941년 7월 미국은 자국 내의 일본인 재산을 동결했고 극동군 사령부를 창설했다. 영국과 영국의 자치령들도 일본과의 교역을 중단했다. 네덜란드의 인도식민지 역시 일본에 대한 수출입 금지조치에 동참했다. 각국의 원산지로부터 주석, 천연고무, 원유 등의 공급이 중단되었다. 원자재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던 일본에게 있어 이는 큰 타격이었다. 이 무렵 일본은 원유 보유량이 고갈 직전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일본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었다. 즉, 일본은 미국에 정치적인 방식으로 항복하거나 아니면 군사적인 수단으로 동남아시아의 원자재 공급원을 강점하는 전략을 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1941년 11월 말 미국은 중국문제와 관련해 '10개항 강령'을 제시했는데, 이는 일본이 결코 수용할 수 없는 화해조건들을 담고 있었다.

일본의 군부 지도자들은 미국과 장기전에 돌입할 경우, 자신들이 승리할 가능성이 극히 적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만일 일본이 전쟁이라는 대안을 포기한다면, 미국의 정치적, 군사적 지위는 더욱 강고해지고 일본은 그 영향력 아래 복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미국에 대한 공격은 커다란 위험을 수반하는 결정이었다. 당시 미국, 영국, 네덜란드, 중국은 실질적인 군사동맹 관계를 맺고 있었다. 게다가 이 네 국가는 소련과도 유사한 관계를 맺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따라서 일본의 미국 공격은 다섯 개 강대국과 아시아 전역에서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의미나 다를 바 없었다. 그럼에도 일본은 만일 선제공격을 감행한다면 자기들이 초반에 승리할 확률이 70~80% 정도라고 보았다. 미국과 장기전을 벌일 수는 없지만, 전쟁 초반에 큰 타격을 입히고 평화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일본의 진주만 기습 결정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졌던 것이다.

 

제시문 (다)

갑과 을은 산에서 나는 야생약초를 캐어 팔아 생활을 꾸렸다. 어느 날 갑이 으스대며 을에게 말했다. "자네는 좋은 약초를 어디서 캐야 할지를 모르는가?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은 낮고 가까운 산에는 희귀한 약초가 없다네. 나도 전에는 하루 종일 죽도록 힘을 들여 산을 뒤졌지만 귀한 약초는 캐지 못했지. 그래서 가까운 산을 훑는 일은 제쳐두고 다른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높고 깊숙한 산속으로 들어갔다네. 처음에 깊은 산 속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는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고 낭떠러지에 맞닥뜨리거나 벼랑을 탈 때는 발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렸지. 하지만 얼마 지나자 숲속이 조금씩 익숙해졌고 한 달 뒤에는 나무와 풀들을 어느 정도 분별할 수 있게 되었네. 나는 거기서 값나가는 약초들을 여러 번 발견했고 영지나 상황 같은 휘귀한 버섯을 캔 적도 있다네. 비록 허탕을 치는 날도 없지는 않지만 분명 내가 자네보다 벌이가 나을 걸세. 언제가는 산삼을 캐는 행운이 찾아올지도 모르고......"

이 말을 들은 을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만 두게나. 나는 자네 말을 따르지 않겠네. 내가 값비싼 약초를 캐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 그러나 나는 조금도 불만스럽지 않다네. 사람들은 희귀한 약초를 캐고 싶어 하지만 희귀한 약초란 위험이 도사린 높은 곳에 있고 눈에 잘 띄지도 않아 사람의 애를 태우지. 나는 저녁 무렵에 자네가 빈 바구니로 산을 내려오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네. 낮은 산에는 희귀한 약초는 없다고 하더라도 야생도라지나 당귀, 구절초 같은 평범한 약초들이 얼마든지 많다네. 나는 이런 약초들의 군락지를 제법 여러 곳 알고 있지. 그래서 나는 한 번도 빈손으로 산을 내려 온 적이 없다네. 상황버섯이 당귀보다 훨씬 비싼 것이 사실이지만 나는 깊숙이 숨어 있는 그것들을 찾아 산을 헤매고 벼랑을 타는 짓은 하고 싶지 않다네."

 

아무리 문제를 분석해 보아도 900자를 채우기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내용이야 둘째치고 원고지라도 꽉 채우고 싶은 마음이 수험생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한줄이면 될 것 같은데 900자를 쓰라니!!! 그래도 시험은 시험이니 승부를 걸어보자!!! 심호흡을 하고 다시 한번 제시문을 읽는다. 그러면서 제시문 (나)는 상황 2와 연결되고, 제시문 (다)는 상황 1과 연결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또, 사람들은 왜 그런 선택을 할까? 하면서 상황 1에서 많은 사람이 B를 선택하고, 상황 2에서는 왜 A를 선택하는가를 글쓰기 소재로 삼는다.

 

그래도 원고지를 채울 내용이 없어 막막하다. 제시문의 사례로는 900자를 채울 수 없으니 그와 관련된 일반적인 사례를 잔뜩 써서 원고지를 채울까도 생각해 본다. 그러나 시험이 도박은 아닐진대 아무거나 쓸 수는 없고 아! 괴롭다. 다시 한번 제시문을 읽고 또 읽는다. 시간은 자구 흘러 마음은 더 초조해 진다. 이제 막다른 골목이다.

 

골똘한 생각끝에, 어렴풋이 글의 순서라도 정해본다.

서론 --> 상황 1에 대한 설명 --> 상황 2에 대한 설명 --> 제시문 (나)의 일본의 선택 요약 --> 일본의 선택을 상황 1과 상황 2에 적용하여 설명 --> 제시문 (다)의 '을'의 선택 요약 --> '을'의 선택을 상황 1과 상황 2에 적용하여 설명 --> 결론

 

이렇게라도 하고 나니 글을 쓸 자신이 생겼다. 서론에는 무슨 말로 시작을 할까? 멋있는 문장으로 시작해야 하는데... "인간의 행동을 선택하게 하는 요소는 여러가지가 있다." 이렇게 시작할까? 써놓고 보니 문장이 잘 안되는 것 같다. 고민끝에 다음과 같이 쓴다.

 

<서론>

주어진 상황속에서 인간이 어떠한 행동을 취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에는 수많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당장 눈앞에 제시된 이해타산의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나에게 이익이 될 것인가를 따져서 행동을 선택하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취하는 방식이다. 제시문 (가)의 상황 1과 상황 2의 경우가 이를 잘 설명해준다.

 

<상황 1과 상황 2에 대한 설명>

상황 1의 경우 약 80% 사람들이 100%의 확률로 1만원을 얻는다는 B를 선택했는데, 이는 이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사람들의 심리가 깔려있다. 반대로 상황 2의 경우는 75% 사람들이 10%의 확률로 11만원을 잃는다는 A를 선택했는데, 이는 무엇을 잃는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일단 내가 그것에 해당이 되나 안되나를 먼저 생각하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일까? 상황 1과 상황 2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손해를 보는 쪽으로 선택을 하고 있다. 이렇게 인간의 선택에는 눈앞의 이익은 일단 챙기고, 눈 앞의 손실은 일단 피해가려는 안전의 심리가 존재하고 있다.

 

마지막 부분에 약간의 논리적 비약이 있는 것 같으나, 그냥 넘어가기로 마음 먹고, 다음 부분에 이 문장을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한다.

"자! 그러면 이제 이 상황 1과 상황 2에 제시문 (나)에 나타난 일본의 선택과 제시문 (다)에 나타난 '을'의 선택을 적용하여 분석해 보자."

그러다가 내용은 없고 연결만 하는 글임을 깨닫고 빼기로 한다.

 

<제시문 '나'의 일본의 선택 요약>

제시문 (나)에 나타난 일본의 선택은 막다른 골목의 선택이었다. 당시 일본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옥죄기로 벼량끝에 몰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결국 일본은 승리할 가능성이 극히 적다는 것을 알면서도 1941년 12월 7일 미국 공격을 감행하게 된다.

 

<일본의 선택을 상황 1과 상황 2에 적용하여 설명>

이러한 일본의 선택을 상황 1에 적용해 보면, 당시 일본은 사면초가의 상태로 앉아서 죽느니 보다 전쟁을 함으로써 100%의 확률로 1만원이라도 얻고자 하는 심정으로 전쟁을 감행한 것이다. 또한 일본의 선택을 상황 2에 적용해 보면 당시 상황에서 일본은 잃을 것은 거의 다 잃은 상태이므로 지금까지 잃은 것보다 더 잃을 확률이 10%밖에 되지 않는다는 계산을 깔고 미국을 공격했을 것이다.

 

<제시문 '다'의 '을'의 선택 요약>

제시문 (다)에 나타난 '을'의 선택은 이익의 안정적인 확보를 중요시하고 있다. 멀리 산속에 들어가 귀한 영지나 상황같은 약초를 캐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만 그것은 확률이 적으니, 차라리 앞산에 올라가 매일 매일 흔한 약초라도 캐는 것이 훨씬 더 이익이라는 것이 '을'의 생각이다.

 

<'을'의 선택을 상황 1과 상황 2에 적용하여 설명>

이러한 '을'의 선택을 상황 1에 적용해 보면 거의 수학공식처럼 들어 맞는다. '을'은 바로 100%의 확률로 1만원을 지속적으로 버는 B의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또한 '을'의 선택을 상황 2에 적용해 보면 '을'의 선택을 A의 경우로 볼 수 있는 데 왜냐하면 '을'은 열번에 한번일지언정 먼 산에 들어가 빈손으로 나오는 경우를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

"인간 행동의 합리적인 선택은...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멋있는 문장으로 마무리.

 

휴~ 이렇게 라도 쓰고 나온 당신은 오늘의 영웅입니다.


태그:#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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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한민국 교사로 산다는 것'의 저자 김재훈입니다. 선생님 노릇하기 녹록하지 않은 요즘 우리들에게 힘이 되는 메세지를 찾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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