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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습지를 등지고 선 해바라기가 마치 사랑싸움에 토라진 여인네의 모습을 닮았다. 그 해바라기 뒤로 달성습지의 원시림이 가득하다
▲ 달성습지를 사랑한 해바라기 달성습지를 등지고 선 해바라기가 마치 사랑싸움에 토라진 여인네의 모습을 닮았다. 그 해바라기 뒤로 달성습지의 원시림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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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성습지를 사랑한 해바라기 달성습지가 내려다보이는 낙동강 둑방에 해바라기가 피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마치 4대강사업으로 위기에 처한 달성습지 때문에 슬피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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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 이원수
울타리 밖에선 해바라기는
갓 났을 때부터 버림받았다
꽃밭에 물주는 누나도
이까짓게 꽃이냐고 본체만체
뜰 쓸던 할아버지가 몇번이나
빼버리려다 두셨다는
해바라기

해바라기야 해바라기야
너는 혼자 외롭게 자랐건만
커다란 아주 커란 꽃이 폈구나
언니보다 더 큰
키 부채보다 큰 잎새
그 위에 쟁반같은 황금꽃은
화초밭이 왼통 시드는날도
해님을 쳐다보고 웃고만 있네

해바라기야 해바라기야
너는 내 동무
해바라기야 해바라기야
너는 해님의 아들


태양의 아들 해바라기, 낙동강서 만나다

낙동강변에 활짝핀 해바라기에 나비가 두마리나 내려앉았다.
▲ 태양의 아들 해바라기, 나비를 만나다 낙동강변에 활짝핀 해바라기에 나비가 두마리나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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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수 선생의 동시에 백창우가 곡을 붙인 동요 해바라기. 그 노랫말을 듣고 있으면 해바라기가 마냥 그리워집니다. 이쁘지도 유용하지도 않아서 누나나 할아버지에겐 버림받고 홀로 자란 그 해바라기. 그러나 결국 아름다운 황금꽃을 피우고선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너는 해님의 아들이고 내 동무라고 노래하는 그 해바라기, 그 노래를 듣고 있으면 해바라기가 무척 보고 싶어집니다.

그 노래는 우리집 아이들도 좋아하는 곡이라, 며칠 전 부모님댁에 가던 길에 차 안에서 들으며 온 식구가 함께 따라 부르면서 합창을 한 적도 있습니다. 6살, 4살 아이들과 엄마 아빠가 함께 해바라기를 부르는 차 안엔 온통 해바라기의 그 황금가루가 가득 날렸지요.

그리고 며칠 뒤 그 그리운 태양의 아들 해바라기를 직접 만났습니다. '낙동강 순례길'에 들른 달성습지, 그 야생의 공간 달성습지가 시작되는 둑방에서 해바라기를 만났습니다. 홀로 피지 않고, 더불어 핀 그 황금꽃을 나비들이 열심히 꿀을 따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곤 노랫말과 달리 함께 피어도 이렇게 아름답구나 하고 혼자 웃었더랬습니다.

자연이 만들어놓은 원시림을 간직한 달성습지의 태고적 풍광
▲ 달성습지의 원시림 자연이 만들어놓은 원시림을 간직한 달성습지의 태고적 풍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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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만들어놓은 천혜의 비경 달성습지는 4대강 개발사업 때문에 언제 망가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태에 놓여있다.
▲ 달성습지의 넉넉한 품 자연이 만들어놓은 천혜의 비경 달성습지는 4대강 개발사업 때문에 언제 망가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태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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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습지를 사랑한 해바라기, 슬피 울다

4대강 삽질로 망가질 달성습지가 걱정이 돼 흐느끼는, 달성습지의 연인 해바라기......
▲ 흐느끼는 해바라기 4대강 삽질로 망가질 달성습지가 걱정이 돼 흐느끼는, 달성습지의 연인 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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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핀 그 해바라기 너머로 달성습지의 원시림이 한껏 펼쳐져 있습니다. 그 야생의 공간이 살아 숨을 쉬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원초적 아름다움을 간직한 달성습지를 해바라기는 등을 지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사랑싸움에 토라진 여인네의 모습을 닮았습니다.

그런데 달성습지의 원시림을 등지고 선, 그 해바라기는 왠지 슬퍼보입니다. 그 황금빛 얼굴을 숙이고 울고 있는 듯도 보입니다. 그랬습니다. 해바라기는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숨 죽여 조용히 울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사랑하는 저 달성습지가 언제 다칠지 죽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 달성습지가 가여워 그렇게 흐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억겁의 세월을 사랑하여 낳은 결실이 달성습지이고, 이 달성습지가 4대강사업과 연계된 '에코워터폴리스' 구상의 일환으로 망가지게 생겼다
▲ 낙동강과 금호강이 사랑하여 낳은 자식 달성습지 낙동강과 금호강이 억겁의 세월을 사랑하여 낳은 결실이 달성습지이고, 이 달성습지가 4대강사업과 연계된 '에코워터폴리스' 구상의 일환으로 망가지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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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 어우러지며 만들어놓은 천혜의 비경 두물머리 현장이다.
▲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현장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 어우러지며 만들어놓은 천혜의 비경 두물머리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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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습지는 낙동강과 금호강이 대구 달성군 부근에 만들어놓은 천혜의 비경입니다. 낙동강이 금호강을 사랑하여 낳은 자식이 바로 달성습지이지요. 낙동강과 금호강이 서로 뒤영겨 억겁의 세월을 사랑하여 만들어놓은 자식이 바로 달성습지인 것입니다.

그런데 그 달성습지가 지금 언제 죽을지 모르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바로 그 끔찍한 4대강 토목공사 때문입니다. 대구시는 4대강사업과 연계해서 이곳에 '에코워터폴리스'란 요상한 이름을 붙여서 개발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달성습지가 자리잡은 화원유원지 일대와 인근 다산면을 이어서 수상카지노를 비롯하여 대단위 레저타운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고, 최근 미투자은행과 양해각서까지 체결했다고 합니다. 

태고적 원시림을 간직한 달성습지에 적치장이 들어선다는 팻말이 덩그러니 세워져있다.
▲ 4대강사업으로 매몰될 위기의 달성습지 태고적 원시림을 간직한 달성습지에 적치장이 들어선다는 팻말이 덩그러니 세워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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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과 금호강의 아들인 이곳 달성습지를 자기들 마음대로 도륙을 하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해바라기는 지금 울고 있는 것입니다. 그 도륙의 현장을 도저히 볼 엄두가 나질 않아서 고개마저 돌리고 울고 있는 것입니다. 숨 죽여 울다가 그 슬픔을 주체 못하고 어깨마저 들썩이며 울고 있습니다.

해바라기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다

달성습지와 낙동강을 위해 달려올 벗들을 기다리고 있는 해바라기들. 그들의 부름에 부디 답할 수 있기를....
▲ 벗들을 기다리는 해바라기 달성습지와 낙동강을 위해 달려올 벗들을 기다리고 있는 해바라기들. 그들의 부름에 부디 답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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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방에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해바라기의 울음이 들리는 듯도 합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랑하는 임을 향해 울고 선 그 해바라기, 그 해바라기의 슬픔에 전염된 것인가요? 그를 따라 함께 흐느낍니다. 슬픈 풍경입니다.

덧붙이는 글 |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사람들'(다음카페, 낙동대구)에서 정기적으로 낙동강순례를 떠나고 있습니다. 그 순례길에 만난 현장과 생각조각들을 정리해봤습니다. '블로그 앞산꼭지'에도 함께 올렸습니다.



태그:#달성습지, #해바라기, #낙동강, #4대강사업, #이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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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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