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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장애인부모 전국집중결의대회'에서 장애인 복지 예산 확보와 장애아동 및 발달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장애인부모 전국집중결의대회'에서 장애인 복지 예산 확보와 장애아동 및 발달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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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장애인부모 전국집중결의대회'에서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장애인 복지 예산 확보와 장애아동 및 발달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자 참석자들이 고개를 숙여 눈물을 흘리고 있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장애인부모 전국집중결의대회'에서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장애인 복지 예산 확보와 장애아동 및 발달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자 참석자들이 고개를 숙여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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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깡이 지나는 길마다 후두둑 머리칼이 잘려나갔다. 49명의 장애인 부모들은 장애인 복지 예산 확보를 촉구하며 머리를 내맡겼다. 금세 파리한 민머리가 드러났다.

그 가운데 한 명인 김남숙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전지부장은 삭발하기 전 "이미 충분히 각오가 돼 있어서 괜찮다"며 웃었다. 그러나 삭발이 시작되기 전부터 감고 있던 그녀의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벌써 14일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장애아동과 부모의 권리를 보장하라며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그였다.

김 지부장은 "아이한테 삭발한다는 말을 못하고 왔는데 아이가 충격 받을까 봐 걱정"이라며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인지하고 자기가 열심히 공부해서 뒤를 잇겠다며 미안해하는 아들이 더 자기 속내를 표현하지 못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이 민머리가 되는 것 보다 상황에 대한 분별이 가능한 아들이 놀랄 것부터 걱정하는 '엄마'의 모습이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지부장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차별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장애 자체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한다"며 "인식의 개선이 이뤄진 후 그 다음이 복지"라고 강조했다. 김 지부장은 삭발이 끝난 후 잘린 머리칼이 담긴 상자를 하염없이 내려다봤다.

"내 아이가 즐겁게 사는 세상을 위해 삭발 결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장애인부모 전국집중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장애인 복지 예산 확보와 장애아동 및 발달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촉구하며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장애인부모 전국집중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장애인 복지 예산 확보와 장애아동 및 발달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촉구하며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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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장애인부모 전국집중결의대회'에서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장애인 복지 예산 확보와 장애아동 및 발달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촉구하며 삭발하자 참석자들이 포옹하며 격려하고 있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장애인부모 전국집중결의대회'에서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장애인 복지 예산 확보와 장애아동 및 발달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촉구하며 삭발하자 참석자들이 포옹하며 격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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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장애인부모 전국집중결의대회'에서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장애인 복지 예산 확보와 장애아동 및 발달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자 참석자들이 고개를 숙여 눈물을 흘리고 있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장애인부모 전국집중결의대회'에서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장애인 복지 예산 확보와 장애아동 및 발달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자 참석자들이 고개를 숙여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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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보신각 앞 광장에서 열린 '장애아동 돌봄 서비스 및 장애아동 재활치료 예산 확보를 위한 집중결의대회'엔 단상 위 무대와 단상 아래 무대가 각각 마련되었다. 49명의 부모 중 일부는 단상 위에서, 나머지는 단상 아래에서 삭발을 했다. 다른 장애아동 부모의 서툰 손에 맡겨진 삭발은 단상 위 부모부터 시작되었다.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삭발식을 지켜보던 500여 명의 장애인 부모들은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아직 삭발하지 않은 단상 아래의 부모와 부둥켜안고 우는 이도 있었다.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던 엄해경 중증중복지체장애인부모회 회장의 눈에도 눈물이 가득 고였다. 삭발을 마친 최석윤 서울지부장은 "고개를 숙이지 말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기죽지 말고 슬퍼하지 말고 당당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부모들을 다독였다.

부모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아이들을 위해 삭발했다. 박성희 충남지부장은 "아들이 '내가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는데 아빠는 나를 위해 무엇을 했냐'고 물었을 때 대답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고 유경미 경기지부장은 "고 1인 아이 키가 180cm로 건장한데 아이가 즐거워서 웃어도 사람들의 시선은 너무 따갑다, 이 아이가 즐겁게 살게 하기 위해서는 삭발도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해 삭발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장애아 키우는 가구는 똑같이 힘들어... 혜택에 차별 있어서는 안 돼"

중복 장애를 갖고 있는 김현준(15)군. 타인과의 소통은 불가능하지만 엄마와는 눈빛만으로도 대화가 가능했다.
 중복 장애를 갖고 있는 김현준(15)군. 타인과의 소통은 불가능하지만 엄마와는 눈빛만으로도 대화가 가능했다.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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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결의대회'가 열리기 전 엄 회장을 만났다. 장애인 부모들이 왜 14일째 단식을 하고, 49명이 머리를 밀어야 하는지 듣기 위해서였다. 이들의 절박함은 아이들한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현실에서 비롯되었다.

엄 회장은 "정부에서 제공하는 복지혜택에는 소득제한이 있어서 차상위를 벗어난 사람들은 혜택을 못 받는다"며 "언어·음악·심리 치료 등은 1회당 4~5만 원씩 일주일에 적게는 1~2번 받아야 하는데 비싸서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엄 회장은 "치료를 받았으면 지금보다는 아이의 상황이 훨씬 좋아졌을 것"이라며 "그걸 해 주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이 어떻겠냐"며 안타까워했다.

어머니인 엄해경 중증중복지체장애인부모회 회장의 부축을 받으며 이동하는 김현준(15)군의 모습이다.
 어머니인 엄해경 중증중복지체장애인부모회 회장의 부축을 받으며 이동하는 김현준(15)군의 모습이다.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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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회장은 "재활치료에 대한 소득수준 제한은 철폐해야 한다"며 "어떤 가정이든 장애아를 키우는 가구는 똑같이 힘든데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직하게 세금을 내는 만큼의 혜택이라도 받았으면 한다는 것이 엄 회장의 바람이었다.

재활치료와 더불어 장애인 부모에게 꼭 필요한 것은 장애아동 돌봄 서비스다. 엄 회장의 아들 김현운(15)군은 뇌병변장애 1급으로 지적·지체·언어·섭식·간질 장애를 동시에 갖고 있다. 똑바로 걷지 못하고, 타인과의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현운군을 위해 엄마는 24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엄 회장은 "아침에 학교에 데려다 주고는 점심 먹이고 다시 데리고 와야 한다"며 "하루 24시간을 아이에 묶여 꼼짝을 못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24시간 동안 아이와 있어야 하는 장애아 부모에게 급한 일이 생겼거나 몸이 아플 때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것이 돌봄 서비스다. 부모에게 숨 쉴 틈을 주는 것이다.

"단 하루라도 아이 맡기고 혼자 지내봤으면"

엄 회장은 "단 하루라도 아이 좀 맡기고 편하게 혼자 지내봤으면 좋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나를 너무 사랑해주는 아이를 보며 매일매일 행복감을 느낀다"는 엄 회장이지만 15년 동안 단 하루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없었던 현실은 분명 버거웠을 터였다. 그녀에게 휴가를 주는 것, 돌봄 서비스를 통해 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재활치료와 돌봄서비스는 장애인 아이를 둔 부모들이 한결같이 바라는 것들이다.

정부의 지원뿐 아니라 사회의 인식 개선도 장애아 부모들에겐 꼭 필요한 지점들이다. 이를 위해 부모들은 곡기를 끊고 삭발을 감행한 것이다. 삭발식에서 낭독된 부모들의 편지에는 그 마음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발달장애가 있는 내 아들을 짐승처럼 살아가게 만드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사람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줄 수만 있다면...머리카락 없어지는 것은 괜찮습니다. 손가락을 자르라고 해도 두 발을 자르고 기어 다니라고 해도 괜찮습니다."(최경옥 충북청원지회장)

"추석을 앞두고 삭발을 한다고 하니 남편, 시댁, 친정식구 할 것 없이 온 가족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머리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길겠지만 우리아이의 권리는 무작정 시간을 보낸다고 누가 찾아주지 않습니다."(유경미 경기지부장)

보건복지부의 예산 증액, 법 개정 통해 현실 개선 가능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장애인부모 전국집중결의대회'에서 4대강 사업의 예산을 장애인 복지 예산으로 옮기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장애인부모 전국집중결의대회'에서 4대강 사업의 예산을 장애인 복지 예산으로 옮기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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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부모들의 절절한 바람들이 실현되려면 무엇보다 보건복지부가 장애인 복지 예산을 증액해야한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은 "MB 정부가 각종 편법과 불법을 일삼으며 국민이길 포기한 사람을 보건복지부장관으로 임명했다"면서 "제대로 된 장애인 복지 정책을 펼지 의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배선이 경남지부 마산지회장은 "새로 임명된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민을 위해 일한다고 장담했다"며 "자신이 한 말을 제대로 일하는지 꼭 지켜볼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또 다른 접근은 법 개정을 통해 가능하다. 지난 25일, 장애인부모연대는 장애인 가족에 대한 복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에 관한 청원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곽정숙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법을 두고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며 개정안 추진에 대한 열의를 보였다.

다짐과 결의들로 가득 찬 삭발식을 지켜본 이상준 제주지부 회원은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의 소원이 자식보다 하루 늦게 죽는 건데, 오늘 와서 보니 하루 먼저 죽어도 편히 눈감을 수 있는 세상이 올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며 웃었다.

▲ 장애인부모 집단삭발, "장애인 복지예산 확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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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들을 둔 최준기씨가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장애인부모 전국집중결의대회'에서 장애인 복지 예산 확보와 장애아동 및 발달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촉구하며 삭발하자 아들이 다가와 아버지의 손을 꼭 잡아주고 있다.
 장애아들을 둔 최준기씨가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장애인부모 전국집중결의대회'에서 장애인 복지 예산 확보와 장애아동 및 발달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촉구하며 삭발하자 아들이 다가와 아버지의 손을 꼭 잡아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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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장애인부모 전국집중결의대회'에서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장애인 복지 예산 확보와 장애아동 및 발달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촉구하며 삭발하자 참석자들이 포옹하며 격려하고 있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장애인부모 전국집중결의대회'에서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장애인 복지 예산 확보와 장애아동 및 발달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촉구하며 삭발하자 참석자들이 포옹하며 격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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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장애인, #차별, #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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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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