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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일 아이리쉬 밴드 '바드'
 한국 유일 아이리쉬 밴드 '바드'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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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음악 축제'하면 많은 사람들이 '부산 록 페스티벌'을 생각한다. 하지만 부산에는 또 다른 페스티벌이 있다. '썬셋라이브(SUNSET LIVE) 2010'이 그것.

썬셋라이브는 1993년 후쿠오카의 이토시마라는 작은 섬에서 파도타기를 하던 젊은이들이 '갈수록 더러워지는 바다를 깨끗이 하자'는 모토 아래 작은 이벤트를 하면서 시작됐다. 이 행사는 1993년부터 매년 서일본 후쿠오카에서 진행되고 있다. 현재는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과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이 모여 만들어가는 서일본 최대 음악 이벤트 중 하나로 성장했을 정도다. 2007년부터는 부산에서도 매년 썬셋라이브 음악 페스티벌이 개최되고 있다.

썬셋라이브2010 포스터
 썬셋라이브2010 포스터
ⓒ 썬셋라이브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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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산에 5년 동안 살았고 음악을 사랑했지만, 썬셋라이브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우연히 두 번째달-바드의 팬 클럽 사이트를 통해, 그들이 썬셋라이브 페스티벌에 참가하기위해 부산에 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드 공연을 보고 싶어 썬셋라이브에 어떤 뮤지션들이 오는지 검색해 보았다. 입장료가 2만5천 원으로 저렴했던지라, 바드 이외 다른 가수들은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썬셋라이브 2010 무대에는 불독맨션으로 유명한 이한철, 드라마 파스타 OST를 부른 애브리싱글데이, 2010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 및 록노래상을 수상한 국카스텐 등 쟁쟁한 인디밴드들이 선다는 것 아닌가.

그리고 록(rock) 음악 이외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함께 하는 무대였다. 한국 유일의 아일리쉬 밴드 바드, 우클렐레 뮤지션 일본의 Okahachi, 오센틱 스카/록/스테디/레게 등 자메이카 roots 음악을 연주하는 킹스턴루디스카, 일레트로닉 하우스 음악을 하는 누드사운드유닛 등 방송에서 접하기 힘든 뮤지션도 만날 수 있었다.

폭염의 날씨에도 음악의 열정 꽃피다    

부산 영도 함지골 수련원 근처 바다 산책로
 부산 영도 함지골 수련원 근처 바다 산책로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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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셋라이브2010'은 지난 22일 부산 영도 바다 근처 함지골 수련원에서 열렸다. 이날 부산은 30℃가 넘는 폭염을 자랑했다. 낮 12시 밴드 필(feel)의 공연으로 시작했지만 관객들은 햇볕과 더위가 너무 강렬해 공연에 호응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무더위 속에서 특이한 관객이 존재하는 법이다. 모든 관객들이 더위를 피해 그늘에서 필의 공연을 보고 있는데 유독 남자 관객 1명은 무대 앞에서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그것을 본 다른 관객들은 "이야~ 저 사람 대단한데!", "저런 열정은 못 따라 가겠다"라며 수군거렸다. 필 공연이 끝나고 사회자가 올라와서 그 남자 관객에게 선물을 주었다.

"우와 당신의 음악 열정 사랑합니다. 어디서 오셨어요?"
"미국에서 왔습니다."
"정말? 이거 볼려고? 대단하시네요. 미국에서 까지 오셨는데 최고급 신발을 선물로 드립니다. 다음 썬셋라이브에서도 무대 앞을 지켜주세요."

폭염 속에 가장 힘든 사람들은 공연을 하는 뮤지션들이었다. 관객들은 그늘에서 쉬면서 공연을 즐길 수 있었지만 뮤지션들은 폭염의 햇빛을 그대로 받으며 공연을 했다.

아이리쉬 밴드 바드의 멤버 박혜리씨는 "오늘 정말 덥네요, 썬셋라이브 페스티벌 이름처럼 저희도 썬셋(sunset)에 공연을 하면 좋겠어요"라며 "다음 썬셋 때는 꼭 썬셋에 공연하게 해주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바드 이외 그날 가장 더웠던 낮 12부터 오후 4시까지 공연한 팀들은 땀에 옷이 젖는 것은 물론, 피부가 벌겋게 익기도 했다. 혹 더위나 먹지 않을까, 걱정까지 될 정도였다.

폭염이 내리쬐는 오후 시간 때에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무대 앞에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해가 떨어지고 날씨가 선선해지자 한 명 두 명 관객들이 무대 앞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썬셋 이후 공연은 애브리싱글데이 보컬 문성남씨의 말대로 "심지가 굵은 사람만 남았네요" 라고 표현 될 정도로 인디음악의 살아 있는 신화와 같은 뮤지션들의 공연이 남았었다.

그 시작으로 2010 한국대중음악 신인상과 록노래상에 빛나는 국카스텐의 공연으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국카스텐의 보컬 하현우씨는 "부산 너무 자주 오는 것 같아요, 8월 초 부산록페스티발에도 왔거든요"라며 "저희 노래 원본 버전으로는 많이 들으셨으니 오늘은 어쿠스틱 버전으로 들려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썬셋2010 약간의 아쉬움, 2011 썬셋라이브 기대

2010 썬셋라이브의 마지막을 장식한 킹스턴루디스카 공연 중에 관객들이 강강술래를 하는 장면
 2010 썬셋라이브의 마지막을 장식한 킹스턴루디스카 공연 중에 관객들이 강강술래를 하는 장면
ⓒ 썬셋라이브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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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셋라이브 2010의 공연 장소가 부산 영도라, 공연장에서 조금만 걸으면 바다를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공연 도중 영도의 바다 산책로를 걸으며 시원한 바다를 구경할 수 있었다. 또 공연장 뒤에는 바로 산이 있었다. 공연을 하고 보기엔 최적의 조건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아직 4회째 진행되고 있는 행사라 그런지 부족한 부분이 조금 보였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공연이 계속됐는데, 배를 채울 간식 코너가 너무 부족했다. 그나마 하나 있는 음식 부스에서는 음료수, 물, 맥주, 소시지, 바비큐 밖에 팔지 않았다.

12시간 동안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을 위해서는 다양한 음식 코너가 필요할 듯했다. 또 음악 공연 이외에 다양한 부스에서 재미난 행사가 있었다면 조금 더 재밌는 행사가 되었을 것 같다. 이벤트, 쉽게 접할 수 없는 뮤지션 소개 부스, 관객들이 참여 할 수 있는 부스 등 말이다.

물론 사회자가 중간에 "말도 안 되는 출연료를 받으며 공연을 하고 있는 뮤지션들에게 박수!"라는 말을 흘리는 것을 보아 썬셋라이브의 예산이 넉넉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예산이 부족하다보니 홍보도 부족하고 대형 음악 페스티벌처럼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부족했다.

저예산을 통해 만든 행사 아직 미숙하지만 어떤 공연보다 자유롭고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었다. 2011년 썬셋라이브는 2010년 만큼 열정적이면서 부족한 점이 채워지는 축제가 되길 기대해본다. 2010 썬셋라이브 일본 축제는 9월 3일 후쿠오카에서 열린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 썬셋홈피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썬셋라이브 홈페이지 www.busansunset.com



태그:#썬셋라이브, #음악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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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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