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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고 1, 2, 3학년의 고소득직 종사자 자녀 비율은 각각 25.1%, 19.5%, 18.8%로 자율고 전환 이후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창원을)이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23일 '자율고 전환 1년'을 분석한 자료를 내놓으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권영길 의원은 서울지역 13개 자율고 학생들의 학부모 직업, 사교육비 지출수준을 조사(올 4월 중순 기준)했다. 그 결과 이 학교들은 자율고로 전환된 후 ▲고소득층 자녀비율이 증가하고, ▲한 달 50만 원 이상 고액사교육비 지출자도 증가하는 등 심각한 '분리 교육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영길 의원
 권영길 의원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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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직업 분포를 보면, 1학년과 2학년을 비교할 경우 한 해 사이에 고소득 전문·경영직 종사자의 자녀가 늘고, 저소득 판매·서비스업과 소규모 농축수산업, 비숙련 노동자의 자녀수가 급감했다. 또 화이트칼라의 비중이 늘고, 블루칼라의 비율이 줄어들었다. 2학년과 3학년을 비교할 경우 직종 비율이 유사하다.

1학년과 2학년을 비교해 봤을 때, 고소득직 비율이 5.6%p 증가한 반면 저소득직 비율은 8.6%p 감소했고, 무직 역시 1.5%p 감소했다. 계층변화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외고와 일반고는 부모의 직업 분포가 극명하게 나뉜다. 고소득직이 일반고의 경우 13.1%인 반면 외고는 44.77%였고, 저소득직은 그 반대 현상을 보였다. 올해 외고 신입생 중 고소득직 자녀의 비율은 43.5%로, 작년(44.77%)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이에 대해 권 의원은 "고소득직 종사자 자녀의 일부가 자율고로 빠진 탓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A고의 경우 고소득직 종사자의 자녀 비율이 12.3%에서 31.5%로 변화했고, 반면 저소득직은 30.5%에서 18.3%로 급감했다. "학년 간 계층 차이가 큰 경우 상급생들의 박탈감이 있을 수 있다"고 권 의원은 지적했다.

그는 "고소득직 종사자들은 자녀의 학업에 관심이 많고, 1학년의 등록금이 2학년의 3배 수준에 달하므로 학교에서 교육 자원을 1학년에게 편중 배분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실제로 자율고 허가 신청서를 보면 1학년의 수학, 영어 수업 시간 증가를 계획했던 학교가 대다수이고, 이들 학교는 토익, 토플 등 사설영어시험 강의반을 따로 편성할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아래 '사배자') 효과를 제하면 1학년의 고소득직 자녀비율은 29.6%로 2학년과 비교해 10%p 이상 높아졌다. A고, B고, C고는 각각 28.4%p, 21.2%p, 17.5%p가 증가해 학년 간 심각한 계층분리 현상을 보였다.

"한국 고교는 귀족학교인 자율고와 일반학교로 재편"

권영길 의원은 "자사고는 올해 자율고로 전환되었고 외고도 상당수 자율고로 전환될 예정이므로, 결국 한국 고교는 귀족학교인 자율고와 일반학교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자율고 전환 이후 한 달 50만 원 이상 사교육비 지출자는 5.5%p 증가했다. 과외 건수는 3.2%p, 인터넷강의는 5.1%p 증가해 사교육 증가 현상을 보여주었다.

1학년과 2학년을 비교해볼 때, 자율고 전환 이후 50만 원 이상 고액지출자의 비율은 12.0%에서 14.9%로 2.9%p 증가했다. 이에 대해 권 의원은 "이는 고소득직 종사자의 자녀가 대거 입학한 사실과도 연관된다"며 "자율고는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가정을 위한 학교로, 사교육 받을 능력은 일종의 진입장벽 역할을 한다"라고 밝혔다.

또 그는 "자율고 1학년의 사교육 지출 형태는 3학년과 매우 유사하다"며 "자율고 전환 이후 신입생들은 수험생인 3학년 수준의 사교육을 받고 있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데, 사배자 효과를 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권 의원은 "1학년과 2학년의 등록금을 비교하면 300만원 정도 차이가 나고, 입학금의 차이는 약 50만원이다"며 "방과후학교비, 수학여행비 등 부가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까지 계산하면 자율고 학생들의 자기부담경비는 더욱 비싸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율고가 고소득직 종사자의 자녀 위주로 재편되는 주된 이유는 비싼 등록금 때문"이라며 "사교육을 받을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결국 자율고는 한국교육의 양극화 현상을 위한 대못"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이주호 장관 후보자는 MB 교육정책의 입안자이며, 자율고를 추진한 당사자이다"며 "자율고가 한국의 분리교육 현상을 주도하고 있다. 서민 정책을 한다면서 귀족학교를 만들고, 사교육 잡겠다고 만든 자율고에서는 사교육이 오히려 증가했다. 이주호 장관 후보자는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태그:#권영길 의원, #이주호 장관 후보, #자율고 전환,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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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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