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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 불방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후부터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비판하는 MBC 내부 관계자의 글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 글의 주인공은 이상로 MBC 공정방송노조 위원장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20일 MBC 사내 통신망에 'MBC가 대한민국을 망하게 할 수도 있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4대강에 대한 무조건적인 의혹 제기는 언론으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며 "문제가 있는 프로그램은 사장이 사전에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글은 <조선일보>의 인터넷판인 '조선닷컴' <뉴데일리> 등 보수매체에서 비중 있게 다뤄졌고, 이 글을 접한 일부 누리꾼들은 PD수첩 불방을 비판했던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입장을 바꾼 것으로 착각하고 MBC본부를 비판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에 따라 22일 오전 한때 MBC 구성원들은 각기 트위터에 글을 올려 '공정방송노조'의 실상 알리기에 나서기도 했다.

 

무엇보다 MBC 내부는 이 위원장의 글이 MBC 구성원들의 대표성을 갖고 있는 것처럼 확대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근행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은 22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공정방송 노조는 사내에서 아무런 존재감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위원장의 논리는 수준 이하"라고 비판했다.

 

"공정방송 노조는 존재감 없는 뉴라이트 노조다"

 

이근행 본부장은 "1987년 방송 민주화 투쟁 이후 경영과 편집·편성의 구분이 제도화됐는데, 정치적으로 선임된 사장이 프로그램에 관여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것은 언론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사간에는 공정방송협의회라는 제도적인 틀을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사장이 프로그램을 사전에 봐도 된다는 이 위원장의 발언은 MBC 구성원으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이라며 "뉴라이트에서 하는 말만 되풀이하는 수준"이라고 일갈했다.

 

이 본부장은 또 "이 위원장이 있는 공정방송노조는 공정방송과 관련이 없는 '뉴라이트 노조'"라며 "MBC 구성원들에게는 전혀 존재감이 없는 단체"라고 비판했다.

 

공정방송노조는 지난 2007년 11월 '선임자 노조'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선임자 노조는 부장대우 이하까지만 가입할 수 있는 언론노조 MBC본부와 달리 부장급 이상 간부(보직 간부 제외)들을 가입대상으로 했기에 복수노조임에도 설립될 수 있었다. 현재의 이름으로 바뀐 것은 2009년 1월이다.

 

이 같은 공정방송 노조의 설립 배경에 대해 이근행 본부장은 "MBC 조직 안에서 큰 영향력을 갖지 못하는 분들이 보수정권 이후 정치적 격변기 속에서 외부의 힘을 통해 정치적인 반대급부를 노리고 만든 조직"이라며 "정수채 전 공정방송노조 위원장은 뉴라이트와 손잡고 MBC를 욕하고 다녔다"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의 말처럼, 엄기영 사장 시절 MBC와 을 강하게 비판했던 정수채 전 위원장은 2009년 6월 정년퇴직한 뒤, 지난 3월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MBC 프로덕션 이사가 됐다. 당시 "원칙도 없는 인사"라는 비판이 거셌다.

 

현재 공정방송 노조원은 수십 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100명이 넘었지만 2009년 정 전 위원장의 계속되는 MBC 때리기로 조합원 숫자가 크게 줄었다. 이 본부장은 "공정방송 노조의 존재감이 없다보니 누가 여기에 가입돼 있고, 노조원은 얼마나 되는지 아는 사람도 없고, 관심도 없다"며 "이 위원장이 20일 올린 글에 주목하는 MBC 구성원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또 일부 보수언론들이 앞다퉈 이상로 위원장의 글을 부각시키는 것과 관련해, "보수 언론은 MBC를 비판할 수 있는 글이라면, 논리가 빈약한 말이라 할지라도 모두 인용해서 기사로 쓴다"며 "존재감을 어떻게든 알려 정치적 반대 급부를 얻으려는 공정방송 노조와 보수언론 사이에 커넥션이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23일 MBC 앞에서 1만 명 참여하는 ' 방영 촉구 국민대회' 열려

 

한편, 23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MBC 본사 앞에서 '4대강 진실 은폐 규탄, PD수첩 방영 촉구 국민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야당과 560여 개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열리며 참여인원은 1만 명을 넘길 전망이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20일 관련 기자회견에서 "정권 차원에서 탄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제대로 방송되지 못하면 우리가 살아남을 이유는 없다"며 "지난 2년 동안 10여 명의 언론인이 해직됐고 100명이 넘은 언론인이 재판을 받고 있다, 앞으로 더 큰 희생이 나오더라도 진실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태그:#공정방송 노조, #이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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