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실크로드 역사 탐방
희망제작소 호프메이커스 클럽 회원들과 함께 중국 실크로드 역사탐방을 다녀왔습니다. 특히 신장 웨이우얼 자치구는 약 160만㎢의 면적으로 중국 전체의 1/6을 차지하는 광대한 지역입니다. 중국 최대의 분지, 최고의 고원, 대사막, 대초원, 대고비, 대삼림은 웅대하고 장엄한 아름다움을 간직할 뿐만 아니라 서방의 황금과 중국의 비단을 바꾸고 불교와 이슬람문화를 전한 동서문물 교류의 접합점입니다. 신장의 실크로드는 사막과 낙타로만 여겨지던 과거 버려진 길이 아닌 천태만상의 자연환경과 다채로운 민속, 유전과 가스로 이어지는 막대한 지하자원을 가진 성장잠재력이 무궁한 곳입니다. 우루무치에서 카스까지의 7월 25일부터 8월 2일까지 7박 9일간의 여행을 연재 중 입니다. <기자주>


키질 석굴 유적이 있는 식당 옆 화장실. 좌변기는 좌변기인데 의자 위에 앉아 일을 보면 그 아래는 푸세식이다. 변형 좌변기라고나 할까
 키질 석굴 유적이 있는 식당 옆 화장실. 좌변기는 좌변기인데 의자 위에 앉아 일을 보면 그 아래는 푸세식이다. 변형 좌변기라고나 할까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실크로드 여행은 화장실과의 싸움이다. 적어도 서너 시간, 많게는 다섯 시간 이상을 차내에서 참아야 한다. 인내심이 없는 사람은 고생이 아니라 고통이다. 화장실! 그게 인내심과 상관있을까? 생각해 보라 배설 못하는 원초적 고통을.

길은 몇 시간을 달려가도 끝없는 자갈과 모래사막뿐이다. 뿐만 아니라 의자의 앞뒤 간격이 좁아 발 뻗기도 곤란하다. 우리나라 고속버스나 관광차와는 비교 마시길. 우리나라처럼 멋진 비디오를 볼 수도 없다. 나는 2000㎞가 넘는 장거리 여행(7박 9일)을 마치고 돌아와 훈장처럼 무좀이 생겼다.

일행의 나이를 보면 초등학생부터 79세까지다. 직업도 가지가지다. 변호사·목사·승려·약사 ·교수·기업가·교사·시민운동가·기자 등 다양하다. 이분들은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공중도덕을 지키라고 외치던 분 들이다. 이들을 염치불구․ 체면불구 ․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망신시키는(?) 게 한 가지 있다. 배설!

어제 저녁 기분이 좋아 일행과 떠들며 많이 먹은 게 뱃속에서 소식이 온다. 다른 때 같으면 출발하기 전 일을 봤는데 여행 일정이 빡빡하고 밤늦게 먹느라 늦잠을 자 중요한 일을 못보고 관광차를 탔다. 아! 웬수(?)같은 가이드가 빨리 오라고 닦달한다. 별 수 없다. 늦으면 다음 일정에 차질을 빚기 때문에 차에 올라 자리에 앉는다.

길가 도로에 있는 공용화장실 표지판. 글자만 보면  길가는 사람들을 편하게 해준다는 뜻인데.  과연 그럴까?
 길가 도로에 있는 공용화장실 표지판. 글자만 보면 길가는 사람들을 편하게 해준다는 뜻인데. 과연 그럴까?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남자 화장실 모습이다. 소변은 괜찮다. 큰 것도 여기서 해결해야 하니. 아래는 지독한 냄새의 푸세식이고 옆 사람이 다 보인다. 맘이 편할까? 넓기도 엄청 넓어 아이들이 빠질까 겁났다
 남자 화장실 모습이다. 소변은 괜찮다. 큰 것도 여기서 해결해야 하니. 아래는 지독한 냄새의 푸세식이고 옆 사람이 다 보인다. 맘이 편할까? 넓기도 엄청 넓어 아이들이 빠질까 겁났다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그런데 묵직하던 아랫배에서 살살 신호가 온다. 앞에 선 가이드는 우스운 얘기를 하고 일행은 박장대소하며 박수를 친다. 앞에선 사회자는 "왜 박수를 안 치느냐"며 벌칙을 주겠다고 협박한다. 남의 속도 모르고. 괄약근에 힘을 잔뜩 주고 몸을 비비 트는 동안 등에 식은땀이 난다. 염치불구 가이드에게 하차를 선언한다. 사막 한가운데 보이는 거라곤 가끔씩 지나다니는 화물차뿐. 가이드 왈

"실크로드를 여행할 때는 아침에 반드시 화장실을 다녀와야 합니다. 가능하면 물도 적게 마시고요. 자! 내리세요. 차 안에 계시는 분들은 커튼을 닫고요. 도로를 기점으로 오른쪽은 여자, 왼쪽은 남자로 갈라져 일을 보는 겁니다. 여기는 세상에서 가장 큰 화장실입니다."

몇 시간을 다시 간다. 그 때다. 여자 한 분이 급하단다. 차내에 모든 시선이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본다. 남자들이야 그런대로 괜찮지만, 뒤통수에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며 여자 혼자 내려 사막의 움푹 패어진 사구로 숨는다고 숨는데 그게 가능한가.

지상 최대의 넓이인 타클라마칸 화장실에서 일을 본다. 아! 억압에서 풀린    자유여!
 지상 최대의 넓이인 타클라마칸 화장실에서 일을 본다. 아! 억압에서 풀린 자유여!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몇 번 경험을 쌓은 여자들은 꾀를 내 양산을 들고 가거나 숄로 가리고 일을 본다. 차에 올라타는 얼굴들. 약간 부끄럽지만 안도감이 돈다. 동고동락하며 한 배에 탄 운명이라 같이 웃는다.

투르판에서 쿠얼러로 가는 길가에 공중화장실이 있다. 중국 화장실에 대한 악명은 여러 번 들은지라 그래도 괜찮겠지 했는데 이건 장난이 아니다. 기름기 많고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의 변은 냄새가 더 독한 법. 코를 어디로 두어야 할지 모른다. 그 뿐이랴! 문도 없는 화장실은 못 볼 걸 다 보아야 한다. 거의 모든 사람은 용변 모습을 남에게 보이는 걸 부끄러워 한다. 여행 내내 따라 다녔던 문 없는 오픈 화장실. 조선족 가이드에게 태어난 연변에도 이렇게 화장실을 만드는가 물었다.

"어릴적 제가 자랄 때는 화장실 앞에 거적을 둘러 쳤죠. 이렇게 오픈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화장실은 당연히 더러운 곳으로 알았었죠. 지금은 저도 안 되겠더라고요."

한참을 가던 차가 주유소에 기름을 넣기 위해 멈췄다. 차가 멈추면 일행이 해결해야할 첫 번째 과제는 화장실에 가서 비우는 것이다. 급하게 뛰어가던 아주머니가 "으아! 도저히 자신 없어요" 하며 뛰쳐나왔다. 다른 도리가 없다. 그럼 다음 도시까지 참고 가는 수밖에.

주유소 옆에 있는 화장실. 화장실에 들른 여자 분이 '으아! 하며 뛰쳐 나왔다. 도저히 자신 없다고
 주유소 옆에 있는 화장실. 화장실에 들른 여자 분이 '으아! 하며 뛰쳐 나왔다. 도저히 자신 없다고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수백명이 사용하는 식당의 화장실. 제법 깨끗하지만 화장지도 없고 문은 개방 되어있다.
 수백명이 사용하는 식당의 화장실. 제법 깨끗하지만 화장지도 없고 문은 개방 되어있다.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전날 먹은 게 속이 더부룩하다. 쿠얼러 시내가 가까워져 듬성듬성 민가가 보인다. 사람이 살고 있는 곳에서 일 보기는 여의치 않다. 참아야! 해! 참아야! 끙! 어쨌든 다음 숙소까지 가야한다. 왜 그렇게 차는 못 달리는지.

중국에서는 속도제한이 있다. 아무도 없는 사막 길 가운데서 운전사 옆에 있는 벨이 울리고 아가씨가 뭐라고 얘기하면 운전사가 속도를 줄인다. 뭐 감시망이 있다나. 만약 어기면 벌금을 톡톡히 물어야 한다고.

쿠얼러에 가면 키질가하석굴이 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화장실을 찾으니 현지 가이드가 소변 볼 화장실도 없단다. 작은 것 아니고 큰 것이라는 시늉을 하자, 저쪽에 가서 해결하라는 그들. 거기가 어딘가. 유네스코문화유산에 들어있는 세계적 유적지다. 거기다 내가 또 하나의 유적을 보태라고? 야~! 나는 문명국가에서 온 문명인이다.

쿠얼러에 있는 키질가하 석굴로 유네스코문화재로 등재 되어있는 세계문화유산이다.  소변용 화장실도 없다.
 쿠얼러에 있는 키질가하 석굴로 유네스코문화재로 등재 되어있는 세계문화유산이다. 소변용 화장실도 없다.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쿠차에 도착했다. 몇 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제법 깨끗한 식당이다. 지금 밥이 문제가 아니다. 설마 여기는 괜찮겠지! 일행이 눈치 채지 않도록 조용하게 화장실로 간다. 아니! 그런데 여기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급해도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화장실에서는 자신이 없다. 백 미터 떨어진 곳에 호텔이 있다. 프런트 아가씨가 가리키는 화장실에 갔더니 다행히 문이 있다.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 고통에서 벗어나는 쾌감이란 말할 수 없다. 아마 독자들도 한 번 쯤은 다 겪어봤을 게다. 조금 있으려니 사람들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연다. 다른 칸은 몰라도 내가 이용하는 칸에 문고리가 없다. 불행은 한꺼번에 몰려온다던가! 두런두런 얘기소리에 제대로 끝장을 못 내고 나와야 했다. 야! 노크나 해라. 호텔 방에 들어가 희열을 맛봤다.

6·25때 참전한 미군 수기를 읽은 적이 있다. 한국에 도착한 첫 소감은 온통 냄새 천국이더라는 것이다. 인분을 밭에 뿌려 거름으로 사용하고 수세식 변소가 없으니 당연할 수밖에.

내 어릴 적에는 X돼지를 키웠다. 1.2m쯤 되는 높이에서 용변을 보면 밑에 있는 돼지가 그걸 해결했었다. 올라갈 때는 당연히 막대기로 돼지를 물리치고 일을 봐야지 그렇지 않으면 커다란 낭패를 볼 수 있다. 돼지가 가끔 몸을 털 때가 있는데 피하지 못하면! 상상에 맡긴다.
남자 화장실에 붙어있는 재미있는 글귀. '일보 전진하면 문명이 크게 진보한다'는 의미다
 남자 화장실에 붙어있는 재미있는 글귀. '일보 전진하면 문명이 크게 진보한다'는 의미다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화장실에 붙어있는 재미있는 글귀. '급하게 오더라도 갈 때는 물 내리고 가라'는 의미다
 화장실에 붙어있는 재미있는 글귀. '급하게 오더라도 갈 때는 물 내리고 가라'는 의미다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오늘 밤 9시 뉴스에 중국경제력이 일본을 추월했다는 소식이다. 엄청난 속도로 경제성장을 하고 앞으로 세계 제일이 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힌 중국! 세계 제일을 지향하는 나라가 아닌가. 중국은 올림픽을 개최했다. 월드컵도 유치할 계획이다. 세계 일류를 지향하고 아무리 수준 높은 행사와 멋진 건물을 짓더라도 불결한 화장실은 더러운 속옷을 들키는 격이 되어 국제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다. 화장실은 얼굴이다.

우리 한국의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는 42개 회원단체 회원들과 공동으로 아름다운 화장실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99년부터 매년 전국의 아름다운 화장실을 공모하여 시상하는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의 화장실 문화를 변모시키는 데 선두역할을 해왔다.

우리나라가 이 같은 깨끗한 화장실을 갖추게 된 것은 88올림픽과 월드컵을 맞아 계몽과 지속적인 정화운동을 벌인 이후부터다. 협회에서는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과 지혜를 모으는 심포지엄 및 아름다운 화장실 전국 순회 사진전시회, 공중화장실 설계공모전, 개방화장실운동 등을 통해 체계적인 "화장실문화 수준높이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천산신비대협곡에 있는 화장실. 문도 있고 제법 깨끗하다. 글자 뜻은 '몸을 가볍게 한다'는 뜻이다.
 천산신비대협곡에 있는 화장실. 문도 있고 제법 깨끗하다. 글자 뜻은 '몸을 가볍게 한다'는 뜻이다.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또한 '열린 화장실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이미  6700여 개 화장실이 모든 시민을 위해 문을 열어두고 있다. 전국 250여개 청결봉사대에서는 아름다운 화장실의 유지와 확산을 위해 5만4천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뛰고 있다. 동행했던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  김춘강 이사에게 운동초기와 그 후에 느낀 소감을 물었다.

"우리도 처음에는 홍보를 위해 지리산 세석산장까지 올라간 적도 있어요. 이 사람들이 지내온 문화지만 10년 후에는 변하지 않을까요. 화장실 문제는 누구나 공감하고 좋아하는 운동이라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제 화장실은 더 이상 부끄러워하거나 감추어야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우리 생활의 중요한 공간으로 화장실을 깨끗하게, 열린 장소로, 아름답게 가꾸어 우리 사회를 더욱 밝게 만들어야 한다.

중국! 화장실도 세계 일등 국가를 꿈꿔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희망제작소'와 '네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실크로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