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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 가산동 소재 기륭전자 구 사옥. 이곳에서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노조원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한 지도 지난 7월 5일로 5년이나 됐다. 농성을 하는 조합원들에겐 순간순간이 고비였지만, 최근 또다시 큰 고비가 찾아왔다. 기륭전자 구사옥 부지를 매각한 ㈜코츠디앤디가 철거를 강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4일 새벽, 부지를 사들인 ㈜코츠디앤디가 포클레인과 철거반을 앞세우고 농성장을 찾았다. 그들은 경비실과 공장대문, 담을 철거하려고 했지만, 홀로 농성장을 지키던 윤종희 조합원이 경비실 옥상에 올라 저항하면서 경비실은 철거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16일 오전 6시, 또다시 기륭 농성장에 긴장이 감돌았다. 하지만 이날은 조합원 모두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코츠디앤디가 월요일 새벽에 또다시 철거를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돼, 연대하는 단체 회원들도 새벽 6시경 속속 농성장을 찾았다. ㈜코츠디앤디도 철거 용역 직원을 10명에서 25명으로 늘렸다.
 
오전 6시 30분, 포클레인을 실은 대형트레일러가 기륭전자 사옥 정문 앞에 도착했다. 조합원들과 연대단체 회원들은 공장 정문 앞에서 집회를 시작했다. 포클레인이 정문 앞에 도착하자, 용역업체 직원들은 포클레인을 둘러쌌다.
 
연대단체 회원들이 철거에 항의하면서 포클레인에 올랐다. 용역업체 직원들도 포클레인에 오른 사람을 끌어 내리기 위해 연이어 올라갔다. 용역 직원들이 포클레인에 올라간 사람의 목을 잡고 무자비하게 끌어내리려 하자, 조합원들과 연대 단체 회원들이 또다시 포클레인 위로 올라갔다. 서로 뒤엉켜 밀치다 떨어져 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현장에는 금천경찰서 정보과 형사들만 있었다.
 
기륭전자 구사옥, 정말 매각된 것 맞나
 

 
앞서 기륭전자는 2008년 6월 부동산 전문 개발업체인 ㈜희정에 구사옥 부지 전체를 매각했다. 그러나 ㈜희정은 계약을 이행하지 못했고 같은해 10월, ㈜코츠디앤디가 이 부지를 매수했다. ㈜코츠디앤디가 구사옥 부지에 공장을 지으려면, 기륭전자와 기륭노조간 협상이 원만하게 해결돼 농성이 마무리돼야 하는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코츠디앤디가 처음부터 이렇듯 강경하게 나왔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지난 14일 새벽 현장에 나와 직접 철거지휘를 한 ㈜코츠디앤디 대표는 며칠 전만 해도 금속노조 기륭분회와 기륭전자간 노사협상을 중재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고.
 
당시 ㈜코츠디앤디 대표는 기륭노조 측에 "최동렬 기륭전자 사장을 만났는데 문제를 해결할 의향이 있었다, 마지막 기회다, 노사교섭을 추진할 테니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불과 며칠 사이 "공장부지와 기륭전자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며 용역과 포클레인을 투입하는 등 태도를 바꿨다는 게 기륭노조 측 이야기다.
 
㈜코츠디앤디 대표이사의 주장처럼, 이 회사는 기륭전자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코츠디앤디는 기륭전자 사옥터를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을까? 앞서 언급했듯, 기륭전자 부지는 ㈜희정에 매각됐다가 ㈜코츠디앤디에 재매각됐다. 그런데 이상하게 부지개발 업체를 변경 했음에도 컨소시엄은 승계했다.
 
기륭노조는 이에 대해 강한 의혹을 품고 있는 상황이다. 김소연 분회장에 따르면 기륭전자가 2008년 투입한 용역업체를 ㈜코츠디앤디도 똑같이 투입했고, 기륭전자 김아무개 이사와 ㈜코츠디앤디 대표가 함께 우리은행 지점을 방문하는 걸 조합원들이 봤다는 것. 하지만 이상하게도 ㈜코츠디앤디 대표는 기륭전자 김아무개 이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발뺌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정황들을 종합해 볼 때 기륭전자 구사옥터의 실질적인 소유자가 ㈜코츠디앤디라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 14일 철거 지휘를 위해 현장을 찾은 신아무개 ㈜코츠디앤디 대표는 "기륭전자와는 상관 없다, 코츠디앤디가 공사를 하는 것이다"라고 기륭전자와의 연관성을 일축했다.
 
"기륭 회장, 바지 사장 앞세워 공장 지으려 해"
 

 
노동자들의 저항으로 이날 포클레인은 공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금속노조와 기륭전자 분회는 이날 오전 11시 기륭전자 구사옥 부지매각 의혹 발표 및 폭력적인 강제철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였다.
 
기륭전자 분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동렬 기륭전자 회장이 편법으로 부지를 매각한 후 바지사장을 앞세워 매각된 부지에 20여 층짜리 아파트형 공장을 지으려 한다"며 "기륭전자 비정규직 문제와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의혹에 대한 완전한 해명 없이는 부지개발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는 "최동렬 회장의 기륭전자 인수와 부지매각, 부지개발 과정은 불법, 편법, 전형적 투기행태"라며 "무엇보다 불법파견 판정을 받고도 500만 원 벌금으로 모든 책임을 다했다며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하는 반사회적 기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공정사회 건설을 위해 반사회적 기업인 기륭전자 최동렬 회장의 사회적 응징과 퇴출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기륭노조는 최근 현대차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대법의 불법파견 판결을 언급하고 "이 판결로도 중소기업단지 불법파견, 2년 이하 불법파견은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그 대표적 피해자가 기륭전자분회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불법파견을 해결하라는 우리 요구가 초단기 근로계약이라는 편법으로 변질되는 상황을 보며 우리는 피눈물을 흘렸다"며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 노사정 모두 즉각적 대책 마련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 16일 새벽 강제철거 시도 동영상 보기


태그:#기륭전자, #비정규직, #김소연, #기륭전자비정규직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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