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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인사동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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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어제(15일), 다른 날보다 산행을 일찍 마무리하고 친정 언니와 함께 인사동에 갔다. 오랜만의 인사동 나들이였다. 봄에 가고 여름 들어서는 처음 간 것이니 석 달만에 갔나 보다. 광화문 현판식 등 의미 있는 광복절 행사가 많아서인지 인사동에도 여느 휴일보다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

수많은 사람들 목소리에 섞여 일본말이며 중국말 등이 자주 들려왔다. '한국인들 반, 외국인들 반'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외국인들이 많아 보였다. 이국인임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사람들과 눈이며 코, 목 등이 굵직굵직한 동남아시아인들, 그리고 생김새만으로는 판단이 애매모호한 일본인과 중국인 등, 정말 많은 외국인들이 인사동을 찾은 것 같았다. 

우선, 목적지인 인사아트플라자부터 들렀다. 규방칠우전(8.11~8.16)에 몇 년째 전통 공예 바느질을 하는 동생이 조각보 몇 점을 출품했기 때문이다. 전시회에서 1시간 가량을 보낸 후 언니와 함께 인사동 거리를 구경했다. 볼일 때문에 인사동을 자주 찾았던 나와 달리 인사동 나들이가 두 번째인 언니는 구석구석 볼 것 많은 인사동을 즐겼다.

'어? 뭐야?' 한복을 입은 아줌마가 시루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는 밥을 푸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밥을 옆에 있는 절구통에 담자 아저씨가 떡메를 들고 쳤다. 그렇게 열 댓 번? 한 바가지의 찰밥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인절미가 되었다. 어렸을 때 어쩌다 가끔 보기도 했던 풍경들이 떠올라 5분 남짓 구경한 후 3천 원짜리 떡 한통을 산 후 발길을 돌렸다.

인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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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술국치 100년, 6.25 60주년을 맞이하여-대한민국 청소년의 제안
 경술국치 100년, 6.25 60주년을 맞이하여-대한민국 청소년의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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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운동도 진행되고 있었다. '경술국치 100년, 6.25 60주년을 맞이하여-대한민국 청소년의 제안'이란 명분이었다. 청소년들이 서명을 권유하고 있었다.

"그 옆에도 서명을 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러니까 3장에 각각, 3번 해주셔야 하는 거예요."

첫 번째 서명은, 우리 청소년들은 '6.25 휴전협장일인 7월 27일과 경술국치일인 8월 29일을 조기게양하고 기념일 입법청원한다.

6.25 60주년 올해 6월 25일, 휴전협정일인 7월 27일 성조기 조기게양을 법으로 규정했다고 한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Remember 7.27 김한나 팀의 제안과 그를 위한 노력의 결과란다. 그러니 우리도 7월 27일에 조기게양을 하고 기념일을 삼자는 것, 나아가 경술국치일인 8월 29일에도 조기게양과 함께 기념일을 삼자는, 그 청원 서명운동이었다.

두 번째는 조선왕릉제례, 용산한미연합사령부 건물 중심, 일제 침탈문화재 환수, 유네스코, 국회 청원제안을 한다.

세 번째는 복정우물원형복원, 혜정교 복원 프로그램을 관계부처에 제안한다.

나 역시도 평소 바라던 것들이라 서명운동에 기꺼이 동참한 후 수많은 공예품들이며, 옷, 먹을거리들을 보며 인사동 거리를 구경했다. 개성 만점 외국인들을 보는 재미 또한 즐겼다. 그간 자주 가던 수타 자장면집이 없어진 것 같아 아쉬웠지만(미처 못봤나?) 친정 언니와 모처럼 인사동에서 보내는 멋진 휴일이었다.

앉았다 갔을 것 같은 곳마다 어김없이 쓰레기가...
 앉았다 갔을 것 같은 곳마다 어김없이 쓰레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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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인사동 거리를 걸으며 실은 기분이 좀 많이 나빴다. 여기도 쓰레기, 저기도 쓰레기, 온통 쓰레기 천지였기 때문이다.

"이건 너무 하는 것 아냐? 대체 어떤 사람들이 저렇게 버렸을까? 참 양심들도 없네. 먹었으면 제대로 버려야 할 것 아냐. 외국인들도 참 많이 오는 곳인데 말이야. 좀 너무한다 싶네."

처음에는 언니와 함께 이렇게 구시렁거리며 걸었다. 그냥 그 몇 군데만,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버렸지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구석진 곳, 사람이 앉았을 것 같은 곳이면 어김없이 쓰레기, 또 쓰레기가 있었고 우리가 보고 있는 사이에도 사람들은 마신 음료수 컵을 그 옆에 놓고 가고 있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다. 5분 가량 만난 쓰레기는 부끄럽게도 너무 많았다.

'전에도 이랬나?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 전에도 이랬나? 그러고 보니 쓰레기통이 하나도 없네? 전에도 쓰레기통은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데 예전에 쓰레기통이 있었는데?'

갑자기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그리하여 몇 년 전에 물건을 산 적이 있는 가게 아저씨한테 '쓰레기'에 대해 물어봤다. "인사동에는 언제나 이렇게 쓰레기가 많은가? 예전에는 쓰레기통이 있었던 것 같은데? 쓰레기통을 두면 길거리에만큼은 버리지 않을 것 아닌가? 쓰레기는 상인자치회 같은데서 하는가. 아님 종로구청에서 하는가?" 등을 말이다. 

"오늘은 그래도 다른 날보다 덜한 거 같은데? 원래 항상 이래요. 쓰레기통을 둘 수도 없어요. 산더미처럼 쌓이고 말아요. 버리지 말라고 지켜 서 있지 않는 한 어쩔 수 없어요. 그렇다고 일일이 지켜 서서 감시할 순 없는 거잖아요. 방법이 없어요. 방법이. 정말 국민성 문제인 거지. 외국인들이요? 그 사람들은 잘 안 버려요. 그 사람들이라고 왜 안 버리겠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다니면서 먹지 않기 때문에 아무데나 버릴 일도 그만큼 적은거죠. 간혹 쓰레기를 가져가는 사람들이 있긴 한데 어쩌다 있는 일이지 대부분은 그냥 막 버려요. 심지어는 물건 보는 척 하면서 물건 밑에 버리는 사람들도 많아요. 문 닫으려고 물건 정리하려고 보면 몇개씩 나올 때도 있어요."

인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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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을 두면 산더미처럼 쌓인다? 그러니 둘 수 없다? 산더미처럼 쌓이게 버리는 것보다는 이렇게 흩어져 버리게 하는 것이 쓰레기 줄이는데 훨씬 낫다? 그러니 그냥 버려라? 어차피 이렇게 치우건 저렇게 치우건 마찬가지니까? 그런데, 어차피 어딘가에 버릴 쓰레기라면 당연히 쓰레기통을 두고 거기에 버리게 하는 것이 맞는 것 아냐? 사람들이 다른 곳 쓰레기까지 가져다 버리나? 그 쓰레기가 그 쓰레기 아닌가?

'쓰레기통을 두면 쓰레기가 산처럼 쌓인다. 때문에 쓰레기통을 둬선 안 된다'는 식의 그 아저씨 말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 다시 물어봤다. 하지만 아저씨는 노점상 이야기를 했다.  결론은 보행을 방해하는 만큼 사람들이 자꾸 민원을 넣어야 한다는 것, 내가 그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노점상이 있는 거리가 이래저래 좋다.

거치적거릴 때도 있지만 사람 사는 것 같고 마음이 훨씬 편해진다. 솔직히 노점상이 많은 거리보다 쓰레기가 넘쳐나는 거리가 백 번 천 번 싫다. 

어제 인사동에서 본 쓰레기들은 커피나 음료수 등을 담아 파는 일회용 컵이나 깡통 등 잔여물이 흐를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솔직히 나라도 집으로 가져오기 싫은 그런 쓰레기에 속한다. 비닐봉투에 넣지 않으면 흐를 가능성이 100%에 가까운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쓰레기통은 없다? 솔직히 나도 남들이 먼저 버린 그곳에 버렸을 거다.

인사동은 외국인들이 남대문 시장과 함께 가장 많이 찾는 곳이란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서울에 가면 가보고 싶은 곳도, 내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곳 또한 인사동이라는 사람들이 많다. 대한민국 종로 인사동을 찾은 외국인들은 이런 우리의 모습을 어떻게 생각할까? 아이들은 또 무얼 배울 것인가? 부끄럽지도 않나? 씁쓸하다.

인사동의 외국인들
 인사동의 외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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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쓰레기 처리, 종로구청에 물어봤더니...
처음에는 쓰레기를 버린 다수의 사람들을 욕했지만 점점 갈수록 인사동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나 종로구청에 화가 났다. 1회용 음료수 컵 등, 어제 쓰레기 종류로 봐서 시민들의 양심에만 맡길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어제만이 아니라 평소 인사동의 쓰레기 대부분은 어제의 쓰레기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다. 인사동의 성격상 말이다. 어쨌거나 집으로 가져오기는 여러모로 불편한 성격의 쓰레기들이 대부분일 것 같다. 그런데 쓰레기통은 어디에도 없다. 왜? 아래는 종로구청 청소행정과(02)731-1374~9)에 전화로 문의해 들은 답변이다.

"남쪽과 북쪽에 각각 1개씩 총 2개가 있다. 예전에는 가운데에도 쓰레기통을 설치했었는데 쓰레기통 주변이 지저분하니 없애달라는 민원이 있어서 없애게 되었다. 또,야간에 쓰레기통 자체를 도난당하는 일도 발생한(했)다. 아마도 고물상들이 가져갔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다. 지저분하지 않게 하려고 신경쓰고 있는데 그런 결과가 나와서 죄송하다. 우리도 더 노력해야하겠지만 장사하시는 분들도 내 가게 앞은 내가 깨끗하게 해야 한다는 자세도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청소를 잘 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나몰라라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쓰레기통 설치 문제를 관련 부처에 건의하겠다. 관심과 제안, 감사드린다."

종로구청 청소 담당자는 남쪽과 북쪽에 1개씩의 쓰레기통이 있다고 했지만 정말 있긴 있는 건지, 있다면 너무 적은 것 아닌가? 지하철을 이용하고자 안국역 쪽으로 나가며 혹시 쓰레기통이 있는가. 눈여겨 찾아봤지만 안국역 쪽에는 없었다.

덧붙여, 종로구청 홈페이지에 있는 청소행정과 담당전화인 02)731-1374에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사람에게 전화한 이유를 말하자 담당자에게 연결해주겠다며 연결, 어떤 남자가 받았다. 그 남자에게 취지를 말했더니 또 해당자에게 연결해주겠단다. 그렇게 다시 연결된 사람은 어떤 여자, 취지를 말하자 담당자에게 연결해주겠단다. 그렇게 연결된 4번째 사람과 비로소 통화다운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종로구청 대표전화로 전화한 것도 아닌 청소행정과 대표전화 번호로 전화했는데, 단계단계 거쳐도 너무 거친다. 전화요금 낭비에 시간낭비, 거기에 귀찮아서 어디 민원 넣을 수 있겠나. 이건 너무 하지 않나. 가끔 이와 비슷한 민원전화를 하기도 한다. 종로구청 청소행정과만의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국가기관이 대개 이렇다. 정말이지 이건 아니지 않은가.


태그:#인사동, #쓰레기, #광복절, #민원, #종로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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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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