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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통일은 반드시 온다. 그 날을 대비해 현실적인 방안을 준비해야 하는 것도 맞다. 그를 위해 사회 각계에서 폭넓게 논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데 쌩뚱맞다. 아니 이명박 대통령의 입에서 '통일 대비 통일세'라는 말이 나올 줄은 상상밖의 일이다. "통일비용 극대화해놓고 이제와서 통일세?"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남아도는 것은 소 사료로 쓰고 없는 것을 만들자?

 

그러나 통치를 하다보면 통일비용 올라갈 수 있다. 다시 통일비용을 낮추는 통치를 하여 제자리에 돌려놓을 수도 있는 일이다. 따라서 통일비용 문제가 초점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문제는 따로 있다.

 

없는 것을 모으기보다 있는 것을 잘 쓰는 것이 먼저다. '남아도는 것'이야 더 말할 나위 없다.

 

쌀이 '남아돌아' 쌀값이 폭락했다. 지난 해에 비해 20% 가까이 폭락했다. 해서 '남아도는' 쌀을 대북 지원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정부는 '사료로 쓰겠다'고 발표했다. 북한에 줄 바에야 돼지나 소에게 주겠다는 발상이다.

 

남북협력기금의 2008년, 2009년 집행률은 각각 18.1%, 9.8%였다. 2008년엔 8천억이 남았고, 2009년엔 1조 원이 남았다. 두 해 합쳐 1조 8천억원의 남북협력기금이 남아 있다. 남북협력기금은 묶어 놓고 통일세를 신설하자는 것으로 보아, 남북협력기금은 통일용은 아닌 다른 용도로 쓰려는 것 같다. 아마도 대북적대용 혹은 대북붕괴용일 것이다.

 

15일 MB의 통일세 발언이 충격이고 상상초월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철철 넘치도록 '갖고 있는 것'은 사료용으로, 대북적대용으로 꽁꽁 묶어 놓고, 통일을 대비하기 위해 '없는 것'을 만들자는 발상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결국 '난 관심 없으니 돈 모아서 너희들이 하든가' 아니면 '어차피 안 될 것, 내뱉고 보자' 둘 중의 하나일 뿐이다.

 

비핵화 이전의 평화는 나 몰라라?

 

MB의 번뜩이는 상상초월 경축사는 통일세 발언에서 그치지 않는다. MB는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 민족공동체라는 통일방안(단 8개 문장의 글을 통일방안이라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언론에서 통일방안을 발표했다고 하니 통일방안이라 치자)을 발표했다.

 

그 첫 단계가 평화공동체인데, 역시나 '비핵개방3000'의 주창자답게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 이후의 평화는 결과일 뿐이다. 남·북·미는 말할 것도 없고 중·러·일 세 나라가 공히 합의하는 한반도 비핵화가 이루어진다면 이는 결국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비핵화 이후의 평화는 통일방안도 평화방안도 아닌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다. 이런 하나마나한 소리를 평화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내뱉는 대통령이나 통일방안을 발표했다고 떠드는 언론이나 상상초월 그 자체이다.

 

정작 관심가져야할 문제는 비핵화 이전의 평화이다. 유엔안보리에서 '평화적 수단으로 한반도의 현안들을 해결할 것을 권장'(안보리 의장성명 10항)했음에도 불구하고 MB는 서해에서 해상훈련을 강행했다. 해안포 발사라는 북한의 군사적 대응을 촉발시켰으며, 이에 대한 맞대응이라는 명목으로 NLL 작전지침을 변경하여 '즉각 대응사격'을 현장지휘관에게 주문하였다. '비핵화 이후의 평화'는 고사하고 '비핵화 이전의 평화'가 파괴될 전조를 보이는 것이 한반도의 현상황이다.

 

결국 MB에게 있어서 비핵화 이전의 평화는 '나몰라라'이다. 그래놓고 비핵화 이후에 평화공동체를 구축하자? 바로 앞의 전쟁위기를 방치하면서 먼 훗날의 평화를 얘기하자?

 

북한의 도발이건 아니건 한반도에서 최근 조성되는 긴장의 완화와는 무관하게 제시되는 평화는 일방주의 화법의 또 다른 정형일 뿐  어떤 의미도, 어떤 의의도 갖지 못한다.


태그:#통일세, #광복절 경축사, #대북쌀지원, #남북협력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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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학교 글로벌피스연구원 특임교수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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