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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뎬무'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는 낙동강에 4대강 사업으로 일자리를 잃고 500일 넘게 생존권 투쟁을 벌이고 있는 대구경북지역 골재원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12일 모터보트를 타고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수상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들은 노조 사무실이 있는 대구 달성군 화원읍 화원유원지 들머리에서 모터보트를 띄워 강정보와 달성보 건설현장을 지나 경남 창녕군 길곡면에 건설중인 함안보 건설현장까지 접근해서 4대강사업 반대, 골재원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요구하는 '수상 퍼포먼스'를 벌인 것입니다.

태풍 뎬무가 물러가고 맑게 개인 12일 아침 기자는 그 모터보트에 동승해서 수상시위를 벌인 현장을 가까이에서 생생히 담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 소식을 두 차례로 나누어서 올려 봅니다. - 기자 말)

골재노조원들이 낙동강에서 4대강사업을 반대하는 수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 골재노조의 수상 시위 현장 골재노조원들이 낙동강에서 4대강사업을 반대하는 수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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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재노조원들이 "4대강 삽질 중단 국민의 뜻입니다"는 만장을 들고 수상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골재노조원들의 수상 퍼포먼스 골재노조원들이 "4대강 삽질 중단 국민의 뜻입니다"는 만장을 들고 수상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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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재노동자들이 합천보가 저 멀리 보이는 곳에 잠시 내려서 플랜카드를 내걸고 수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골재노동자들이 합천보가 저 멀리 보이는 곳에 잠시 내려서 플랜카드를 내걸고 수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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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2·28기념공원 앞에서 골재원노조가 중심이 되어 한 달 전부터 벌이고 있는 4대강 사업 저지 수요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후 가까운 지인과 늦은 저녁을 먹고 있는 도중 골재노조 남상윤 사무국장으로부터 필자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12일 새벽 낙동강에 보트를 띄워 화원유원지부터 낙동강을 따라 함안보 건설현장까지 돌아볼 것인데, 동행취재를 해보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물이 불으면 보트를 타고 낙동강 4대강 사업의 현장을 돌아보고 싶었는데, 잘됐다 싶었다.

태풍 '뎬무'가 지나간 낙동강, 모터보트 타고 둘러보다

환경감시단 활동으로 사용해온 모터보트를 타고 골재노조원들이 낙동강 공사현장을 둘러보러 낙동강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환경감시단 활동으로 사용해온 모터보트를 타고 골재노조원들이 낙동강 공사현장을 둘러보러 낙동강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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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가리 한마리가 불어난 강물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서있다
 왜가리 한마리가 불어난 강물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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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뎬무가 물러간 낙동강은 예상대로 강물이 많이 불어있었다. 강 양쪽의 그 넓은 제방까지 강물이 들어차 있었다. 아직 본격적인 준설이 일어나지 않은 화원유원지 아래쪽 낙동강은 강변 숲 버드나무 일부만이 수면 위로 드러난 채 잠겨있고 온통 흙탕물 일색이다. 그러나 이런 흙탕물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사실 그동안 4대강 사업 때문에 낙동강의 강물은 올 봄부터 쭉 이런 색깔을 유지해왔던 것이라서 말이다.

그 흙탕물이 제법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달성군 옥포의 낙동강가에서 기자는 모터보트에 올랐다. 이곳은 본격적인 준설이 일어나지 않은 곳이라, 즉 수심이 그리 깊지 않은 곳이라서 물살이 빠르다고 했다. 빠르게 흘러가는 물살을 가르면서 115마력의 모터보트가 낙동강을 질주한다. 이 보트는 골재노조가 그동안 낙동강의 환경감시를 목적으로 구입해서 수시로 환경 감시단 활동을 해왔다는 바로 그 보트다.

머리를 높이 쳐들고 질주하던 모터보트는 이내 머리를 숙이고 강물을 가르며 나아간다
 머리를 높이 쳐들고 질주하던 모터보트는 이내 머리를 숙이고 강물을 가르며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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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가 속력을 높이자 배가 앞으로 머리를 높이 쳐들었다 서서히 가라앉는데, 왠지 온 몸에 힘이 들어간다. 바로 옆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흙탕물이 코앞에 다가와 있고 배는 요동을 치고 있으니 그럴 밖에. 서서히 배가 안정되고 비로소 주변의 풍광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렇게 난생 처음 타보는 모터보트에 몸을 싣고 낙동강을 달리는 기분이라니. 맑게 갠 날씨 덕분에 시원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착찹한 기분도 올라온다. 배를 띄우기 위한 대운하 사업의 연장선에서 진행되는 4대강 사업, 이 미친 사업을 반대하는 이들이 배를 타고 낙동강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 왠지 강에 대한 불경(不敬)처럼 여겨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내 카메라를 든 손은 내 이런 기분과는 상관없이 순간순간 스쳐가는 풍경을 열심히 담을 뿐이다.

검은색 준설토로 새로 쌓아 올려진 낙동강 제방은 마치 강과 인간을 단절시키려듯 보인다
 검은색 준설토로 새로 쌓아 올려진 낙동강 제방은 마치 강과 인간을 단절시키려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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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변 곳곳에 이런 모래산들이 쌓여 있다. 그러나 이번 비로 많은 준설토로 쓸려간 듯하다
▲ 낙동강의 모래산 낙동강변 곳곳에 이런 모래산들이 쌓여 있다. 그러나 이번 비로 많은 준설토로 쓸려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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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의 쓸쓸한 풍경

▲ 철제준설선 관로 모습 준설선에 연결된 철제 관로. 철제 관로가 끝없이 이어져 있다. 보기 지겨울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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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풍경이란 것은 짐작하듯이 어두운 모습들 일색이다. 제방을 따라 나타나는 거대한 '모래산'과 "강에 웬 배들이 이렇게 많냐?" 싶을 정도로 자주 나타나는 준설선들 그 준설선에 달려 끊임없이 이어지는 철제 파이프라인들. 그것들은 마치 하야오의 그 유명한 애니메이션 <미래소년 코난>에 나오는 '인더스트리아'의 풍경을 닮았다. 오래지 않아 다가올 가까운 미래를 미리 보고 있는 것만 같은.

절재 관로를 단 이런 준설선이 하류로 내려가는 내내 너무 자주 만나게 된다. 이 준설선으로 낙동강의 모래를 뻠핑하는 것이다.
 절재 관로를 단 이런 준설선이 하류로 내려가는 내내 너무 자주 만나게 된다. 이 준설선으로 낙동강의 모래를 뻠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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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설선이나 보 구조물에 어김없이 달라붙어 있는 쓰레기더미들
 준설선이나 보 구조물에 어김없이 달라붙어 있는 쓰레기더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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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잿빛과 흙빛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강물도 인상적이지만, 그 위를 떠다니는 나뭇가지며 스티로폼 조각들, 파이프라인 같은 것들은 4대강사업 의 미친 속도전을 그대로 증명해주고 있는 듯했다. 그것들은 난도질당한 낙동강의 잔해들인 것이다. 그 비슷한 모습들이 계속해서 되풀이되어 나타나고 하류로 내려가면서 만나게 되는 댐(보가 아닌) 공사장은 낙동강의 풍광을 슬프게 바꾸어놓기에 또한 충분했다.

이렇게 엄청난 양의 쓰레기더미들이 보 구조물 등에 걸려 있었다
 이렇게 엄청난 양의 쓰레기더미들이 보 구조물 등에 걸려 있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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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안타깝고도 슬픈 풍광 속에서도 쾌재를 부를 정도로 고소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댐 건설현장이 거의 수장이 된 모습을 볼 때였다. 대자연의 반격이 시작됨을 알리는 것처럼 그 무시무시한 강물은 공사현장을 완전히 뒤덮고 있었던 것이다.

달성보 아닌 달성댐 건설현장도 수장이 되고

과연 이런 구조물들이 강 가운데 왜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더욱 낯선 달성댐 구조물
 과연 이런 구조물들이 강 가운데 왜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더욱 낯선 달성댐 구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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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달성댐' 건설현장은 눈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강물 한 가운데 육중한 달성댐의 다릿발이 원만한 곡선을 자랑하면서 그렇게 서 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 거대한 구조물은 단번에 우리를 압도한다. 마치 일행을 덮칠 듯 요상한 기둥은 그렇게 위압적으로 서있었다.

달성보가 아닌 달성댐 공사현장이 완전히 물에 잠겼다
▲ 달성댐의 구조물의 수장 달성보가 아닌 달성댐 공사현장이 완전히 물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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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주변은 온통 쓰레기더미다. 각종 공사현장에서 떠밀려온 나뭇가지를 비롯한 부유물들이 댐 기둥주변에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다. 마치 누구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는 것처럼 쓰레기더미들은 그렇게 달성댐을 향해 함께 사라지자고 외치는 듯했다.

그러나 이렇게 가까이 다가가 댐의 다릿발을 감상할 겨를은 채 1분도 주어지지 않았다. 어느새 역시 모터보트를 세 대나 나누어 타고 다가온 현대건설 직원들은 골재노조의 보트를 에워싸고는 혹시 다릿발 위로 올라가는 불상사(?)를 대비하려는지 삼엄한 경계를 편다.

이들과 실랑이를 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은 골재노조원들은 서둘러 플래카드를 펼치고는 4대강 삽질을 중단하라는 '수상 퍼포먼스'를 벌였다. 김창수 수석부위원장이 뱃머리에 서서 미리 준비한 만장을 펼쳐 들었다. 만장에는 "4대강 삽질 중단, 국민의 뜻입니다"는 다소 겸손한 문구가 걸려있다. 만장을 펼쳐들자 때마침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골재노조원들이 저 멀리 제방에 서서 동료들의 '수상 퍼포먼스'에 손을 흔들고 화답해온다.

달성댐 건설현장에서의 골재노조원들이 '수상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달성댐 건설현장에서의 골재노조원들이 '수상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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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재노조원들이 깃발을 흔들면서 선상시위를 벌이고 있는 동료들에게 화답하고 있다
 골재노조원들이 깃발을 흔들면서 선상시위를 벌이고 있는 동료들에게 화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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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도 잠시 뿐 계속해서 주위를 맴돌면서 방해공작을 펴는 현대건설 직원들 덕분(?)에 그곳에 오래 머물지는 못하고, 달성보의 다릿발을 뒤로 하고 구지 쪽으로 낙동강을 따라 내려간다. 현풍의 '박석진교'를 지나오자 강물이 유난히 느려짐이 느껴진다. 강물이 흐르지 않고 잔잔히 정지되어 있는 듯이 보인다.

그 이유을 물었더니, "이쪽은 맨 처음 보트를 띄운 화원유원지 쪽보다는 강바닥 많이 준설되었고, 그 결과 수심이 꽤 깊어졌다. 그리고 수심이 깊을수록 강물은 느려지고 그래서 이쪽의 강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동승한 남상윤 사무국장이 친절히 설명한다.
강물이 깊어진 곳은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 듯 보인다. 그 위를 공사장의 쓰레기들이 흘러다니고 있다
 강물이 깊어진 곳은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 듯 보인다. 그 위를 공사장의 쓰레기들이 흘러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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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 쌓아둔 준설토들이 저렇게 수장되어 다기 강물 속으로 흘러들어간다
▲ 준설토 다시 강물 속으로 강변에 쌓아둔 준설토들이 저렇게 수장되어 다기 강물 속으로 흘러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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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강물을 가르며 보트는 달려서 달성군 도동1리를 지나간다. 도동 이곳은 그동안 숱하게 다녔던 도동서원 앞을 흐르던 그 낙동강이 아니던가? 도동2리의 낙동강변은 그동안 '낙동강 순례'를 하면서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사람들' 회원들과 정말 많이 걸었던 곳이다.

또한 대구생명평화미사 후에 신부님들과 함께 와서 기도를 올린 그 현장인데, 그 강변도 지금 강물 속에 들어가 있다. 그리고 그 주변의 방치된 준설토들도 강물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예상대로 강물이 불어날수록 속도전을 보인 준설작업은 거의 '도로'가 되어감을 똑똑히 본다.

제발 싹 쓸어 버려라?

비교적 가벼운 비를 동반한 이번 태풍 '뎬무'로도 강물이 이렇게 불어났는데, 앞으로 이런 태풍이 몇 차례만 더 온다면 대자연의 섭리로 인해서 낙동강은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도 있겠단 희망 아닌 희망을 품어보게도 된다. 이런 기대를 아는지 저 남태평양에서 또다시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는 보도도 들려온다.

강변에 쌓아둔 나뭇가지들도 저렇게 휩쓸려 내려오고 있었다.
 강변에 쌓아둔 나뭇가지들도 저렇게 휩쓸려 내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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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 만나게 되는 저 준설선들이 지금 낙동강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 낙동강의 주인 준설선 수시로 만나게 되는 저 준설선들이 지금 낙동강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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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태풍아 싹 쓸어버려라" 이것은 비단 필자만의 조급한 바람은 아닐 것이다. 이 땅의 젖줄인 4대강에 대한 무차별 삽질을 그동안 국민들이 그토록 우려하고 반대해도 속도전으로만 일관하고 있는 오만방자하고 극악한 MB정권, 그 소통을 거부하고 국민을 무시하기까지 하고 있는 이 정권에 더 이상 합리적인 기대를 하기보다는 이렇게 대자연의 반격을 바라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저 멀리 합천보가 보이는 지점까지 다다른 내내 든 생각은 바로 대자연의 반격 그것이었다. 시나브로 태풍의 시즌이 다가오고 있으니, 그 바람은 나만의 것이 아닌 전 국민적인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 태풍이 몰려오고 있다. 그런 희망찬(?) 기대를 하고 저 멀리 합천보가 조망되는 낙동강 하중도에 일행은 올라섰다.

저 멀리 합천댐의 모습이 조망된다
▲ 합천보 아닌 합천댐의 모습 저 멀리 합천댐의 모습이 조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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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골재노조, #4대강사업, #낙동강, #수상시위, #달성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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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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